Rexism : 렉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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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5 더 로열]

trex 2023. 1. 13. 12:24

확연히 상반된 분위기의 양국이지만 어쨌거나 동북아시아의 일원으로서 동시대 조금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사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뚜렷하게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반감을 키우며 혐오를 배양하며, 닫힌 태도로 무장하는 젊은 계층, 이런 지지층의 풍토를 반영한 듯 스타 만들기와 추락을 조장하며 장사하는 매체의 오래된 생리 등은 어쨌거나 좀 닮았다. 이 양반들도 이런 동시대의 풍경에 나름 고민을 토로하는구나... 해법은 없으나 창작자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스케치를 남긴다. 어떤 대목에선 히키코모리 증후군에 시름하는 가족의 문제에서부터 강한 일본을 외치는 정치인의 부각까지...

일찌기 매니악한 JRPG 시리즈 [진 여신전생]의 뿌리를 바탕으로 보다 젊은 계층의 화법과 패션을 반영한 [페르소나] 시리즈를 길게 키워온 아틀러스의 역량은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레드와 블랙의 선명한 컬러 대비, 유려한 사운드트랙, 여기에 잠입 액션과 턴제 방식이라는 익숙한 주변 장르물의 화법과 연출을 흡수한다. 시리즈의 성취였던 [페르소나 4 더 골든]의 전례보다 보다 강렬한 방식으로. 늘어난 분량과 야리코미(파고들기) 요소로 인해 나의 1회차 엔딩 150 시간은 향후 2회차 플레이로 인해 한층 더 붙을 듯하다. 재밌었고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시리즈의 뿌리였던 [진 여신전생]은 오리지널은 물론 파생을 통해 [페르소나], [소울 해커즈] 등을 통해 선악의 구분을 넘는 아슬아슬한 아트워크와 캐릭터의 감각적인 외형을 보여주었다. 악마의 디자인이나 인도 신화 속 신들의 모습을 따온 모습은 확실히 독특하다. 악마와의 계약을 통해 새로운 힘을 얻는다는 발상은 직접적인 연관은 없으나 <체인소 맨> 같은 이웃 서브컬처 장르물의 요소와도 닮았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런 최근 창작물의 동향이 내게 있어 [13기병방위권], [제노블레이드 크로니클스 3]에 이어 이번에도 여전히 '미라이!'(미래), '세카이-!'(세계)를 외치고 있다는 점에서 좀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