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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고뭐라칸다/일기에가까운이야기

이력서 별곡.

trex 2009. 6. 23. 10:24

정확히 말하자면 채용 관련 최종승인자가 아닌 채용 관련 업무에서 이력서를 필터링하는 입장이지만, 매번 이력서들을 마주칠 때 마주치는 몇몇 당혹감들.


지금까지 내가 본 이력서 중 최강의 황당함을 안겨주던 분은,
3줄 남짓한 자기소개서 마지막 줄에 '자세한 이야기는 면접 때 다 해드리겠습니다'라고 하던 분=_=;;; 그 이야기 하나도 안 궁금하니 지금은 광역시 역사에서 노숙자나 하시길 지금도 기도드리는 분이다.


그리고 오늘 상단의 분과 호각을 다툴 분을 만나고야 말았다.
어여쁜 자신의 측면 흑백 사진을 하단에 배치하고 상단엔 고개 숙인 컬러 사진(게다가 본인이 아닌 이성으로 추정)을 편집해서 이력서 사진란에 등록한 용자분. 두자리 수의 이력보다 한장의 사진으로 자신의 포토샵 스킬을 과시하고 싶었던걸까. 뭐 알 수 없는 도리다. 경력직이 '그저 시간 보내며 개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최소한의 소양' 같은게 필요한거 모르나?


이런 분들 역시 취업시장 안에서 영원히 패배하길 기원하지만, 또 나름 자기가 가진 스킬로 프리랜서 노릇하며 웬만한 정규직 보다 더 벌지 않을까 싶다. 이런 분들의 이력사항과 작업 URL를 읽어볼 시간 따윈 없다. 같이 일할 마음은 커녕 면접 때 의사를 나눌 의향도 없다. 바로 삭제다.


나 역시 팍팍한거 싫어한다. 목을 옥죄는 넥타이가 불편하고 더운 날 정장 걸치며 증명사진 하나 찍으러 마실 나가는 시간들에 불합리 비슷한 걸 느낀다. 하지만 최소한의 소양과 준비만 갖춰진다면 이력사항 읽을 준비가 되어 있는데, 자기소개서에서 캐릭터를 유추할 여유 정도는 있는데 아쉽고... 뭐 황당하다. 웃음거리도 안된다.


문득 떠오른다. 무려 경력직에 '사랑하는 가족'을 앞세운 그분. 그분은 이력서 사진란에 자신의 아기와 야외에서 편한 옷차림으로 멀쩌기 찍은 판독불능의 사진을 올렸다. 가족에 대한 애정과 이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새로운 곳에 대한 의욕으로 그는 불타 올랐으리라. 하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다. 나는 당신같은 사람하고 일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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