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UP] 좋음과 부러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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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 좋음과 부러움.

trex 2009. 7. 31. 10:20

[으아악 너무 좋아]

알고 있었다. 처음 부분이 이렇게 시작하는걸 나는 애초부터 알고 있었다. 그런데 초반부터 못 참겠더라. 두 사람이 만났을 때 아 저 사람이 그 사람이구나 싶어서 시큰해지는걸 애써 눌렀는데, 화면이 전환되면서 '클리닉'이 나올 때 1차 눈물. 그걸 또 애써 붙잡고 눌렀는데 결국에 아 못 참겠더군. 옆도 못 돌아보겠고 앞에 있는 아주머니들이 듣는게 싫어서 작은 소리로 콧물 넘기고 눈물은 나중에 수습했다.

아니 픽사 이 양반들 왜 [Wall.E] 때부터 초반에 사람 맘을 휘어잡는 것이지? 그래도 그땐 난 눈물은 없었다. 그런데 이건 좀 심하잖아. 하아. 그러고보니 픽사 작품들 중에서 이렇게 한 개인의 여정을 차분하게 흩어내는 수법은 처음이었던 거 같다. 클리닉이 나오고, 법정 출두 명령이 나온다. 심지어 픽사 애니에서 사람의 혈흔을 묘사한 경우도 이게 처음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 뒤부터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터져나오는 (생각보다 많은)어드벤처 무비의 장치들이다. 추격씬도 있고, 총격씬(!)도 있고, 공중과 땅을 오간다. 심지어 악당은 연쇄... 그럼에도 악당을 악당이게끔 설득하는 이야기의 구성은 다소 매몰아치게 하는 경향도 있다. 그리고 우리를 기다리는 예의 픽사풍의 기발하고도 따스한 엔딩 크레딧.

[금주 주간업무보고서에 '주인공 성장 일러스트(V1.0) 완료'를 적을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한 것이겠는;;;]

문득 생활인으로서 곰곰하게 생각한다. '다람쥐!' 장면의 기가 막힌 디테일, 풍선이라는 오브제로 떠올리는 상상력과 기획의 시작, 각 씬을 구성하는 요소들, 그 요소들의 얼개를 영화이게끔 만드는 시나리오의 작법... 이렇게 맞물려 만들어내는 그 창의력이 정말 부러웠다. 의욕차게 내년에 3번째 이야기를 공개하는 [토이 스토리]의 예고편이라든지, 단편 [구름 조금] 같은걸 보면 나는 정말 상식적인 상상력 밖에 지니지 못했구나라는 사실을 재확인하게끔 한다. 심지어 [구름 조금]은 다른 단편에 비해서 굉장히 기발하진 못한 편에 속하는데도 말이지!


[UP이 픽사 최고의 영화는 아니다라고 적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픽사는 여전히 최고라는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