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죽음. 본문

많은 죽음들이 있다. 도처에 죽음이 깔려있다. 가족 중 누군가가 먼저 떠났다는 사실이 있다는 것, 그것은 경험일 뿐 권력이 아니다. 당신이 내 아픔을 아느냐라고 물을 수는 있어도, 그 경험치로 상대를 누를 순 없다. 하지만 압도하는 슬픔과 내려앉음, 정말 경험해야 한다면 인생에서 한번 이상은 경험하고 싶지 않은 순간. 그 아득함이 있다. 그런게 있다.


많이 울진 않았었다. 어머니를 마저 잃고 싶지 않다면 그분을 잡아야 한다는 각성이 있었고, 솔직히 신체적으로 피곤했었고 인간적으로 찾아와준 사람들이 화사해 보일 정도로 반가웠다. 그런데 마지막 날 아버지가 화장터의 화로 안에 들어갈 때 모든 것이 무너진다, 정말 이것이 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통렬하게 눈물이 쏟아졌다. 정말 당신이 이승에 없구나. 나는 정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겁이 난게 아니라 그냥 아득했다. 모든 것이 달라졌다.


어머니가 어느날 문득 그러더라. 자신도 뒤따라갈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고. 앞에서는 손시레를 치며 그런 생각일랑 하지 마라고 했지만, 아주 불행하게도 가족의 일원들은 한번쯤은 죽음이라는 형태로 일원에서 일탈하기를 상상한다. 그러나 생각은 이내 짓눌린다. 내가 남은 일원들에게 그 지옥같은 아득함을 안겨줄 자격은 있을까. 그 비통함을 안겨주는 것은 가장 가학적인 폭력이 아닐까. 생각은 다행히도 이내 접힌다.


언젠가는 다가올 날이지만 진창같이 고생하며 같이 있는 그 순간은 그래도 준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기 속의 먼지처럼 부유하는 죽음의 기운이 하필 준비할 새도 없이 타인이 아닌 나에게 우리에게 닥친다면? 오열하는 실종자 가족들을, 두 남매를 보낸 한 어머니의 절망을 모니터 너머로 시청한다. 가혹하고 힘든 계절이다. 도처에 죽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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