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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허무가 도처에 쌓인 눈발처럼 자리 잡은 김훈의 문학엔 권력무상이라는 수사도 사치스럽게 들리는 건조한 면이 있다. 문제는 이 바삭 마른 바닥 위엔 그저 남자들의 비장한 허무함이 자리할 뿐이라는 점이겠다. [남한산성]에 자리 잡은 남자들의 사정엔 격노함까지 발산할 수 없는 무기력함이 스며있다. 인조가 되묻는 시간 내내 서로를 단 한 번도 주목할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 김상헌과 최명길 사이엔 그저 명분과 실리의 충돌, 겨루기만이 존재한다. 둘이 모처럼 자신들만의 입장을 최종 표명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둘은 직선을 그리며 마주하지 않는다. 이 비장함엔 난 오히려 일본 우익들의 서슬 퍼런 공기를 연상케 하는 공기가 있다. 정말 누군가는 할복을 하고, 누군가는 비통하게 운다. 동의를 내릴 수밖에 없는 두 배우의 훌..
- [백두 번째 구름]은 이 다큐멘터리의 서두라고 할 수 있는 [녹차의 중력]에 이은, 정성일 감독/영화평론가의 공인된 임권택 사랑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약간의 극적 장치를 통해 친절하게도 [백두 번째 구름]은 앞선 다큐멘터리 [녹차의 중력]의 스토리라인에 대해서도 서두에 설명 자막을 넣어준다. [녹차의 중력]이 임권택의 자제이자 배우인 남자를 기용해 임감독의 젊은 시절을 잠깐 극화로 보여주고, [달빛 길어올리기] 현장을 담았다면 [백두 번째 구름]은 김훈의 [화장] 원작을 각색해 촬영하는 현장을 보여준다.(하지만 [녹차의 중력]에 대해선 내가 관람하지 않았으니, 자막 정보를 보고 그렇게 유추할 뿐이며 실제로는 그랬을지는 난 알 수 없다) - 임권택에 대한 정성일의 애착은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일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