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9.10.08 [남한산성]
  2. 2019.01.03 [백두 번째 구름] (2)
posted by 렉스 trex 2019. 10. 8. 20:41

허무가 도처에 쌓인 눈발처럼 자리 잡은 김훈의 문학엔 권력무상이라는 수사도 사치스럽게 들리는 건조한 면이 있다. 문제는 이 바삭 마른 바닥 위엔 그저 남자들의 비장한 허무함이 자리할 뿐이라는 점이겠다. [남한산성]에 자리 잡은 남자들의 사정엔 격노함까지 발산할 수 없는 무기력함이 스며있다. 인조가 되묻는 시간 내내 서로를 단 한 번도 주목할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 김상헌과 최명길 사이엔 그저 명분과 실리의 충돌, 겨루기만이 존재한다. 둘이 모처럼 자신들만의 입장을 최종 표명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둘은 직선을 그리며 마주하지 않는다. 이 비장함엔 난 오히려 일본 우익들의 서슬 퍼런 공기를 연상케 하는 공기가 있다. 정말 누군가는 할복을 하고, 누군가는 비통하게 운다. 동의를 내릴 수밖에 없는 두 배우의 훌륭한 연기에도 불구하고 일견 남을 수 없는 찜찜함은 채 가시지 않는다. 할복을 한쪽이 발견한 참혹한 새로운 세상에의 전망에는 그래도 중세를 떠난 근대의 여명이 감지가 되지만, 이것은 서날쇠라는 인물로 대변되는 신분과 애국에 대한 새로운 각성을 다룬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조선은 실패한 국가였고 이를 증명하는 하나의 장을 남겼을 뿐이다. 그런 이야기다.

- 넷플릭스에서 시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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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 1. 3. 11:41

- [백두 번째 구름]은 이 다큐멘터리의 서두라고 할 수 있는 [녹차의 중력]에 이은, 정성일 감독/영화평론가의 공인된 임권택 사랑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약간의 극적 장치를 통해 친절하게도 [백두 번째 구름]은 앞선 다큐멘터리 [녹차의 중력]의 스토리라인에 대해서도 서두에 설명 자막을 넣어준다. [녹차의 중력]이 임권택의 자제이자 배우인 남자를 기용해 임감독의 젊은 시절을 잠깐 극화로 보여주고, [달빛 길어올리기] 현장을 담았다면 [백두 번째 구름]은 김훈의 [화장] 원작을 각색해 촬영하는 현장을 보여준다.(하지만 [녹차의 중력]에 대해선 내가 관람하지 않았으니, 자막 정보를 보고 그렇게 유추할 뿐이며 실제로는 그랬을지는 난 알 수 없다)

- 임권택에 대한 정성일의 애착은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일텐데, 두꺼운 인터뷰집과 매체에 올리는 시리즈과 대담란 등이 이를 증명한다. 임권택에 대해 정성일이 가진 애착은 젊은 시절 본 임감독의 작품 안에서 ‘확인한 어떤 마법 같은 순간’이 그 연원이며 대한민국라는 한정적 영토 안에서 이 노장이 발휘하는 일관된 시네아스트적인 면모에 기인하(고 있다)고 있다. 그 마법에 대한 천착은 종내엔 임권택의 모든 현장에 누가 되지 않은 한도라면 어디든 끝까지 따라가고픈 팬심 이상의 팬심으로 표현되었는데, 결국은 이런 다큐멘터리까지 낳았다. 그것이 그렇게 놀랍지 않은 이유는 그의 데뷔작이자 극화인 [카페 느와르]는 정성일 본인이 관여한 저널 평론과 평소 그가 목록으로 선정한 아티스트들의 세계관을 극으로 재현한 듯한 인상이 확연했던 탓이다.

- 정성일은 여기서 임권택이 하나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겪는 현장의 모든 여정을 담아내려 헌신하는 듯한데, 배우의 연기에 대한 디렉팅 및 씬 안에서의 모든 캐릭터들의 동선과 미학적인 구도, 최종적인 롱 테이크에 대한 자연스러운 야심 등이 예상대로 실려있다. 무엇보다 이제 노구가 된 임권택의 디렉팅은 분명치 않은 발음과 말더듬 등으로 이 ‘백두 번째’ 여정은 앞으로도 감독 인생을 순탄치 않음을 예상하게 해 한숨을 낳는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영화판에서 김훈의 [화장]의 영화화는 일종의 난공불락이었다 하는데, 결과적으로 평단의 비평이나 흥행면에서의 결과를 보자면 난공불락이라는 표현 자체가 무색하다. 낡은 이야기이고, 낡은 공정인 것은 명백해 보인다. 그것을 한결같음이나 작가정신으로 포장할 수 있는 것은 연출자의 의도였겠으나.

- 시한부를 앞둔 부인을 둔 기업 중견이 신입 직원에 대한 태곳적의 욕망으로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신입 사원의 하체와 가슴이 포커싱 되고, 부인의 장례 등에서 비의와 신비를 동시에 담은 그가 혼령처럼 자주 소환된다. 당연히 도색이 아닌 문예의 영역 안에서 욕망과 인류의 시간이라는 거창함이 교차해 서사와 문장을 남긴다. 동의할 순 없어도 문학의 성취로 누군가들에겐 평가되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문학이 가진 품격과 진의를 그대로 재현하고팠던, 여기에 감독이 일관되게 추구해 온 자신만의 미학을 새겨 놓으려던 의도는 성공했는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그 현장을 담아내며 비밀의 문을 탐색하고자 한 다큐 감독은 흡족한 탐구를 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여러모로 호의를 가지기 힘든 공정이었고, 성공이라고 객관적으로 보인 대목이 그다지 없었다. 그저 크랭크업 현장에 내린 눈발이 마지막 행운이 아니었을까 한다.

- 임권택의 영화 현장을 눈으로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춘향뎐] 현장이었다. 당시 학과 전라도 학술답사 중에 [춘향뎐] 촬영을 하던 임감독과 고 정영일 촬영감독을 본 적이 있다. 임감독의 목소리 정영일 촬영감독의 목소리 보다 높지 않았으나 촬영 중인 변사또 행렬 장면은 만족스럽지 않아 보였다. 결국 그 장면은 쓰이지 않았고, 실제로 VHS로 본 영화엔 변사또 행렬에 대한 장면은 다른 장소와 다른 구도로 찍혔다. 그 처음이자 마지막이 이 듀오의 영화 현장에 새겨진 치열함의 상징 같은 기억으로 남은 셈인데, 그나마 21세기에 와서 임권택 현장에 대한 생각은 많이 달라져서...


- 그 외

> 영화 본편 [화장]에서의 김수철의 사운드트랙은 노후하다 못해 제법 함량미달이었던 모양이다.
> 백두 번째 구름이라는 제명처럼 임권택 본인 또는 정성일이 그 현장을 담아내고자 한 여정 속에 느낀 정서는 이른바 한국적(을 넘어선 범이시아적 무드?) 광경으로 제시되는데, 장례 장면과 다큐에 일관되게 흐르는 음악들이 이를 대변한다. 백두 번째의 의미는 당연히 102번째 작품이라...
> 장례는 물론 시한부 가족을 간병하는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울화와 생리적 분비물에 대해선 명확한 경험이 있지만, 이건 이 글엔 안 어울리는 듯해 줄인다.
> 김훈의 원작이 기억이 안 나서 그러는데, 영화 본편 [화장]에서의 반려견에 대한 묘사는 아주 최악이다. 그것만으로도 별점을 내리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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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솔빛 2019.01.03 11:49  Addr  Edit/Del  Reply

    과거의 영광까지 부인할수 없지만 재평가도 필요한데. 버닝 보고도 느꼈지만 올드함. 낡은 감각. 이젠 그만 보고싶더라고요. 배우지 않고 시대의 흐름을 읽어보려고도 하지 않으면 좋은 영화는 나올수 없단 생각이 들어요. 내용에 맞는 댓글이라기보다 제 얘기만 주절주절;; 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