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베네치오 델 토로 (2)
Rexism : 렉시즘
데이 오브 솔다도는 필연적으로 1편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를 제치기엔 역부족인 작품이다. 서늘하고 응집력이 좋은 드니 빌뇌브의 연출과 음악, 무엇보다 에밀리 블런트의 지친 표정이 1편의 핵심이다. [제로 다크 서티]에서의 국제 정세의 실리와 조직의 비윤리, 서슬퍼렇고 더러운 남성 위주의 세계관에서 차가운 냉정을 지키던 제시카 차스테인 등이 새삼 떠오르던 에밀리 블런트의 연기와 존재는 1편의 핵이었다. 그런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2편은 결국엔 다른 이야길 할 수 밖에 없었고, 자칫하면 남자들의 뻔한 이야기로 관성으로만 채워질 수 밖에 없을 운명이었다. 그래도 애써 1편의 서슬퍼렇고 비정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총격씬에 자신감이 여전한 연출은 이것이 후속편의 체면을 지키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많은 이..
[제로 다크 서티]의 제시카 차스테인과 [시카리오 : 암살자들의 도시]의 에밀리 블런트는 나라의 녹을 받아먹는 공무원이지만, 전자는 그나마 거수 경례라도 받지 후자는 머릿수 채우기용 장기말일 뿐이다. 참담한 세상 위에 겨우 서있는 참담한 사람이다. 마른 육체 위에 걸친 브래지어는 민무늬이며, 남자들은 그 여성성을 근심하면서 약점을 알기게 그들의 법칙대로 이용한다. 그녀는 뾰죽하게 세상을 경계하면서 총구를 겨누지만, 난폭한 세상의 법칙은 그녀가 운신에 대한 방향키를 제맘대로 조정한다. 이야기의 서사마저 후반부 베네치오 델 토로에게 기운다. 남성들이 조성한 법칙 위에 군림한 무서운 남자의 위치. 이를 가는 늑대같은 존재들만이 생존할 수 있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의 그림자 아래 시들지 않고, 파르르 떠는 에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