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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분노라는 단어에 어울리게 영화는 전반적으로 뿜어나오는 화를 발산해내고 연출도 힘이 넘친다. 그 힘은 사실 근간의 한국영화의 영향을 수혈한 듯도 한데, 실은 근간의 일본영화들이 그렇듯 섬세하고 정제된 맛이 더 강하다. 다른 감독의 작품 [고백]의 경우 그 에너지를 추동한 것은 '중2력'인데, 이번의 경우는 '의심'이 키우는 마음의 종양인 듯하다. 왜 저렇게 힘을 써서 캐스팅했을까 했던 배우들은 그래도 비중 안배 덕에 제 할 일은 하고 퇴장해서 안도감이 들긴 하다. 그럼에도 미일 외교관계의 알레고리 격인 여고생 강간 장면 같은 장치는 참으로 불편한 것. 거기서 뿜어나오는 분노와 파괴의 몸짓들은 복잡한 심사를 부추긴다. 동의하기 힘든 연출이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다시금 끝나지 않는 비극을 복기해야 한다. 이 비극을 새삼 말하는 것에 때로는 죄스러움을 느낀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까. 그럼에도 나는 비극의 원천을 감히 제명에 붙었다. 이건 온당한 일일까. 곳곳에 슬픈 소식이 덧붙여지고 시스템이 흉하게 곪은 속을 보여주고 있고, 어떤 일들은 지속해서 은닉되고 있다며 사람들은 탄식한다. 신해철과 넥스트가 만든 들을만한 싱글 몇 곡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실패작, 음반 『개한민국』과 수록곡 「현세지옥」은 옳았다. 적어도 제목에선. 4월 25일 트위터 타임라인이 이 비극적 시국과 연관하여 잠시 들썩였다. 웹진 보다와 웹 저널 등에서 활동해온 대중음악의견가 서정민갑씨가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것은 (중략) 음악으로 세상을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