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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밀양에서 이창동의 [밀양] 마지막 장면. 누추한 인간의 바닥 위에 조성된 작은 화단과 그 위를 내리쬐는 햇살을 보여준다. 밀양은 그 단어 자체로 은밀한 볕을 뜻하는데, 그 언어의 힘만으로 한 여인의 망가진 육신을 말없이 보듬어 안는다. 신성함의 경지이면서도 거기까지의 한계를 명확히 하는 선, 자리매김으로서의 권능은 관객으로 하여금 작은 탄식을 낳았는데 나는 21세기 들어서 이창동에 의해 ‘문예영화’가 재생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오아시스]로 인한 ‘개인적인 마음 상함’은 이로써 풀어지게 되었고, 그의 행보는 내 감정과 처지와는 상관없이 묵묵히 [시]로 이어져 하나의 경지를 낳았다. 지방도시 밀양은 은밀한 볕이 내리쬐는 죄 사함의 지리적 배경이 되었지만, 정말 훗날 밀양은 여중생 사건에 인해 ..
이창동의 [시] 도입부엔 물가에 여학생의 사체가 소리없이 떠내려온다. (이창동의 영화 [오아시스]에서 문소리가 맡은 배역 이름도 한공주이다.) 봉준호의 [마더]엔 주택가 옥상에 널린 여학생의 사체가 발견된다. ([한공주]의 두 배우 천우희와 정인선은 봉준호의 작품에 한번씩 출연한 적이 있다.) 이 두 사체는 사체이기에 스스로를 호명하거나 자신의 입장을 말할 수 없다. 이창동은 망가진 세상에서 예술이 인간을 구원을 할 수나 있는지 되묻고, 봉준호는 모성이 세상에 대해 근심도 하지만 세상의 질문을 갈아엎는 흉악하고 기이한 원시성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공주는 널부러져 있거나 말 없이 물에 떠내려 오지 않는다. 되려 물을 거슬러 올라가려 하고 악귀 같은 세상에서 '딱 25미터'만 자유롭게 침잠하고픈 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