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16. 1. 18. 10:51

웹진 싱글 리뷰 코너 [Single Out]에 참여하고 있다. 각 싱글 리뷰의 경로는 (링크) / 별점은 고통의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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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퍼즈 「Chance」 


 

작년 가장 소문 좋았던 신진 중 하나였던 팀의 행보가 부지런하다. 멤버 송슬기가 거의 밴드의 모든 곡을 작곡하는 것을 반영하듯, 건반은 부지런하고 촘촘하게 무늬와 결을 새기고 기타를 맡은 김진이는 입담 좋은 재담꾼처럼 연주를 ‘잘 턴다.’ 펑키한 무드를 연발하는 베이스는 듣는 이의 발바닥을 가만있지 말라는 지령을 내리고, 드럼은 좋은 배경이 된다. 밴드가 좋은 바람을 타면 더욱 힘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에이퍼즈가 요새 그런 시기인 듯하다. 퓨전 재즈의 경우, 어째 여느 장르들보다 장르명을 들으면 바로 떠올리는 레퍼토리와 인상이 강한 편인데 송슬기의 작곡 아이디어와 김진아의 기량이 가진 에너지가 앞을 긍정적으로 보게 한다.

★★★

 

 


한음파 「Farewell」


 

꺼칠꺼칠한 얼터너티브 록과 물컹대는 사이키델리아를 오가던 한음파는 간혹 이런 순간들을 선사하기도 한다. 예전 「머리 위, 사람」(2012) 같은 곡들이 특히 그랬다. 자신들이 너무 꼬거나 파고들지 않아도, 사람들의 귀에 착 달라붙는 좋은 곡을 만드는 밴드임을 증명하는 트랙들이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고조하다 이내 하강하는 기타 리프가 주는 리드미컬함이 즐거움을 선사하다, 처음부터 하락을 전제하는 가사의 서사는 분위기를 무르익게 한다. 저편에서 드럼은 타격하다가, 파르르 떨다 이 곡이 완성되는 공정을 상상케 한다. 이어질 곡들의 뼈대들과 채워질 살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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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2. 5. 30. 11:49

2011년 12월에서부터 2012년 5월까지의 발매작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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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 / 박은옥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삶의 문화 | 유니버셜 코리아 / 2012-01 


차갑게 식은 서울역 앞 노숙자로 시작해, 언제가 당도할 바이칼 호수의 광대함을 꿈꾸는 물에 관한 꿈들. 여전히 유효할 수 있는 까닭은 이 땅 위의 모든 광장들은 탄압의 장소이기 때문이리라. 여전히 꿈꾸는 듯한 트랙들 보다 다시 부른 '92년 장마, 종로에서' 가진 설득력이 강했던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리라.

[참조글] http://cafe.naver.com/musicy/14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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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차식 [격동하는 현재사]

Capsule Roman | 미러볼뮤직 / 2012-01


'황망한 사내 프리퀄'이자 여전히 악극, 트롯트, 일렉트로니카, 곳곳에 배치한 효과음, 마초들의 허위 깃든 힘찬 추임새의 차용으로 가득한 앨범이다. 보다 노골적인 잠자리 제안과 가래마냥 끓어넘치는 토로들이 가득한데 그 자체로 이야기극인 '삼거리 오뎅탕집' 등은 페이소스 그 자체랄까. 전작의 '마중' 같은 뭉클한 서사보다 끈적함과 회한에 주력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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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 체크 (Glen Check) [Haute Couture]

사운드홀릭 / 2012-03 


소년, 소녀들이 놀 수 있는 음악들. 적절한 시대에 나온 좋은 선물 같다.

[참조글] http://cafe.naver.com/musicy/14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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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다운30 (Lowdown30) [1]

석기시대 | 미러볼뮤직 / 2012-03


결합의 '제로' 지점에서 시작한 1집과 '0.9'로 게이지를 채워간 EP에 이어 나온 2집이자 [1]로 호명되는 본작. "한국에서 블루스 록은 단연 로다운 30이죠"라는 쉬운 호명보다는 재청을 요구하는 작품. 소울과 일렉트로닉, 레트로풍 개러지 락, 심지어 욕심내서 생각하자면 "다음엔 스토너 한번 어떠세요?"라고 요청까지 하고픈 확장된 외연과 그걸 가능케 한 응집력. 로다운에 이르러서 보컬리스트로 완성된 윤병주의 목소리와 기타, 그리고 베이스와 드럼이 쌓아올린 리듬의 집. 즐겁고도 어려운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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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음파 [Kiss From The Mystic]

미러볼뮤직 / 2012-03


제목에서부터 후반부의 지글대는 기타 위에 흐르는 마두금의 처연함까지, '잠영' 같은 트랙은 영락없는 한음파다. 그럼에도 군데군데 사람들은 고개를 기웃한다. 첫곡 'Damage' 같은 트랙들은 보다 직선적인 방향으로 파고든 변화의 폭을 예고한다. '안개여인의 키스', 'V.L.S(Vampire Love Song)' 같이 영상매체식 상상력을 달라진 분위기로 표현하기도 하며, '머리 위, 사람'은 아예 보컬의 위치를 변경하고 일렉트로니카풍 분위기를 선보인다. 프로그래밍으로 내리찍은 듯한 '화석목'의 분위기엔 결국 고개를 설레설레 저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내부고발자'와 'Denial' 등은 한때 소위 사이키델릭하였다는 한음파와 직선적이 된 한음파, 양편 모두를 라이브에서 기대하게 만드는 트랙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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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기동 단편선 [백년]

자립음악생산조합 / 2012-04


정성일 평론가의 첫 영화에 대해 영화판이 벼르고 있었듯, 리뷰어였던 단편선에 대해서도 음악씬이 벼르고 있었을까. 이런저런 활동들 모두 통칭하여 그야말로 '행동가'였던 뮤지션 단편선이 첫 정규반을 발매하였다. 고독하고 황량하고 그럼에도 성스러운 '백년'을 필두로, 중반의 통곡소리와 후반의 소독차 소리가 듣는 이를 아연하게 만드는 '소독차' 같은 트랙들은 본작이 기본적인 포크 앨범의 편성 이상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유려하지 않게 의도적으로 박아놓은 신디사이저 음이 아방가르드함을 유도한 '동행'이나, 메탈마냥 앙칼지게 치솟는 중후반부를 자랑하는 '이상한 목'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머리를 복잡하게 한다. 그가 위치한 무대, 그가 위치한 무대의 토대가 된 이 곳, 이 곳의 정치성들, 이 곳의 음악들, 이 곳의 자립적인 음악 만들기에 대한 것들. 모두.


[12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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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2. 2. 6. 10:21


2월 4일 홍대 프리버드 / 저녁 6시 40분 ~ 9시 45분
뮤지션이 없는 Y-콘서트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2012:02:04 17:05:30


개시 전 무대.


리허설. 먼저 2명이서 무대에서 워밍업한 텔레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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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준비 완료. 존 레논님이 지켜보고 계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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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전자인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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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금 없는 한음파. 서정 보다 격정을 택한 무대.


입술을깨물다. 모던팝과 이모코어의 기묘한 강강수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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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을 주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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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플라이. 2년전 Y-콘서트 아폴로18에 이은 '기적의 3인조'
앨범보다 라이브가 훨씬 좋은 밴드라는 명제는 당연해 보이는 듯 하지만 실은 흔하지 않을진대.
Y-콘서트의 정점.


로다운30. 리허설부터 공연 끝까지 배회하며 존재감을 뽐낸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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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를 해서라도 화면을 댕겨서라도 내 찍고 말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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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등과 어깨가 안 좋으셨음에도 앵콜 투혼의 감동을.


모두 감사드립니다. 다시 볼 수 있다면.




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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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2. 1. 19. 11:18

이렇게 투표만 할게 아니라 초대도 하고, 관객들에게도 들을거리 즐길거리를 선사해보자고 말이 나온게 어느새 4년째입니다. 올해는 홍대 프리버드에서 모시겠습니다. 4명의 탄탄한 밴드들이 진짜 음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더 설명이 필요할진 모르겠으나.




- 음악취향Y 2011년 선정 신인 -

입술을 깨물다.
그냥 요새 ‘뜨는’ 밴드를 꼽으라면 나는 "입술을 깨물다"를 제일 먼저 거론할 테다. 이들은 단단하고 꽉 찬 ‘노래’를 만든다. 곡이 아니라 노래라고 한 것은, 전형적인 장르 작법에 입각해 만든 탄탄한 밴드 음악이면서도, 동시에 대중적인 감성과 아기자기한 편곡의 재미를 살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노래’는 구성이 복잡한데다 장르적으로도 유행 요소와 비유행 요소가 정신없이 섞여있다. 하지만 보컬에는 뚜렷한 매력이, 베이스 라인에는 뚝심이, 키보드와 기타에는 치고 빠질 때를 아는 능수능란한 섹시함이 있다. 5곡을 수록한 EP 음반의 전반부 2곡은 10센치/노리플라이식 ‘인디가요’에 키보드 사운드와 이모코어를 살짝 가미했다. 발라드곡을 지나 나머지 2곡은 거의 본격 이모코어다. 이런 타협적 시도는 무수히 많았고 대부분 실패사례로 끝났다. 하지만 이들은 두 마리 토끼를 잡아냈다. 전반부의 2곡은 트렌드에 맞는 ‘인디가요’라는 단단한 토대에 밴드의 장르적 지향점이라는 포인트를 명확히 살리는 데 성공했으며, 후반부 2곡은 사라진 장르인 이모코어의 장점을 부활시키고 장르적인 탄탄함을 트렌드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오랜 ‘취향’을 가요로 만들어낸 솜씨와 뚝심에 감탄하게 된다. [유로스]님

텔레플라이
정말이지 싸이키델릭은 이 시대의 멘탈이 되어가는 듯하다. 이 탕아들은 아름다웠던 그 시대에서 가장 맛있는 부위들만 도려와 여기에서 다시 레시피를 써내려간다. 60년대 미국 음악의 맥락이 어쩌고 하는 소리는 참으로 어리석겠지만 오히려 70년대의 디스코와 연결되니, 아니 이거 말 된다. 흥청망청함, 흐느적거림, 우울함. 그래도 기어이 춤은 추고야 말겠다는 음의 장단이 반짝거리는 조명 아래에서 자욱한 담배연기와 함께 휘말려 올라간다. 그리고 나에겐 내일이 없지. 아아. 벨벳언더그라운드다 이거. 이 훌륭한 3인조 밴드의 음악은 블루스의 끈적임, 포스트록의 공간적 미학, 디스코의 비트, 슈게이징의 정서를 싸이키델릭한 불빛 속으로 결코 과하지 않게 감싸안는다. 기본이 탄탄한 기타는 블루스의 음색과 포스트록의 방법론을 넘나들며 베이스는 심지어 훵키한 움직임으로 밴드의 활력을 살려낸다. 무엇보다도, 신중하게 고안된 비트는 과잉된 정서를 분산시키며 묘한 긴장감을 시종일관 유지한다. 누구라도 「Butterfly」를 듣게 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고 「Just Like A Falling Star」에 이마를 치게 될 것이며 마지막곡 「Reality」에서는 결국 비명을 지르게 될 것이다. 쏘오-울 익스플로우전이다, 휘-바! [싸이키드]님


- 제4회 Y-콘서트 축하 뮤지션 -

로다운30
드럼이 우리의 심장을 때린다. [젯나이트]님
심장을 두드리는 드럼, 전자음으로 더욱 왜곡되는 기타, 저변을 뒤흔드는 베이스 "이거다!" [밀키수]님
아스팔트 앨범이 이 수준으로 발표된다면 노이즈가든의 전설은 옛날 애기가 될 것이다. [heavyjoe]님


한음파
몽골의 전통악기 마두금(馬頭琴)의 선율에 실려 가사의 비의를 강조하는 3번 트랙 '무중력', 카락펜파(kharag penpa)의 허밍과 인상적인 베이스라인으로 시작해 중반부 격정으로 치닫는 5번 트랙 '무덤', 이미 08년에 공개된 싱글에서 수록되었던 6번 트랙 '200만 광년으로 부터의 5호 계획'의 선명하고 낭랑한 멜로디 등은 한음파가 각종 무대 경험으로 축적한 경험치와 센스를 부각시킨다. 런닝타임이 9분여에 치닫는 9번 트랙 '참회'에 비해 다른 곡들은 비교적 짧음에도 불구하고 응집력과 이와 대비되는 변화무쌍함이 잘 조율되어 있다. 이들의 음악을 사이키델릭이라고 할 수 있다면 개별 곡들에 내재된 드넓은 음폭과 (비교적 통제되어 있긴 하지만)정서적으로 스며든 몇몇 광기의 요소 때문이 아닐까. [렉스]


2012년 2월 4일 토요일 오후 6시 30분 / 프리버드 ( http://www.clubfreebird.com/ ) 입니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 http://cafe.naver.com/musicy/14503

그때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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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09. 7. 16. 08:58

네이버 오늘의 뮤직 업데이트 : http://music.naver.com/today.nhn?startdate=20090716


한음파 [독감(獨感)]
열린 음악 / 09년 07월 발매


1. 초대
2. 독감 毒感 (Feat:요나)
3. 무중력
4. 매미
5. 무덤
6. 200만 광년으로 부터의 5호 계획 (Album Ver.)
7. 연인
8. Sleep in
9. 참회
10. 독설


그러니까, 왜 이 땅엔 사이키델릭일까.


앨범을 재청하며 되짚어 생각해본다. 왜 지금 이 시간, 이 땅에 왜 하필이면 '사이키델릭'일까라는 생각을. 개인적인 생각을 먼저 밝히자면, 한음파의 앨범 [독감(獨感)]을 순도 100%의 사이키델릭 앨범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몽환적이며 음악으로 '환각'을 발견하고자 했던 사운드의 다난하고 산란한 실험보다는 집중력있는 하드락 사운드가 더 부각되어 있고, 잡히지 않을 문장과 단어들의 나열 같은 환상성 보다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 종기 같이 돋아나는 감정의 편린들을 담은 가사들은 나름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음파가 흥미로운 사실은 몇 년 전부터 등장한 갤럭시 익스프레스, 그림자 궁전, 비둘기 우유, 로로스, (그리고 해체를 선언한) 머스탱스 같은 유수의 밴드가 보여준 일정 수준의 사이키델릭적인 요소가 이 밴드에서도 도드라져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지금 이 땅에서 왜 이렇듯 사이키델릭의 흔적을 도처에서 발견하게 되는걸까?


그들 중 어느 팀들은 (한국의) 선배 밴드들이 보여준 성과를 일정부분 의도적으로 계승하기도 했지만, 상당수는 동시대 락 음악들이 보여주는 개러지 락, 슈게이징 같은 요소들과 혼용하며 한국적으로 변용해 선보이고 있다. 한음파가 어느 위치에 있느냐는 질문엔 개인적인 유추이긴 하지만 90년대부터 등장한 얼터너티브 음악의 유산을 어느정도 계승하는 듯 하다. 메탈의 파괴력을 극적으로 활용하고는 있지만 조직적으로 치밀하게 짜여진 악곡 구조보다는 물컹이고 습한 공기의 정서, 때론 즉흥성에 기대는 구조의 곡들은 한음파의 노래들을 특정 장르에 국한하여 바라보기 보다는 폭넓은 탐구의 대상으로 보이게 한다.


이를 증명하듯 몽골의 전통악기 마두금(馬頭琴)의 선율에 실려 가사의 비의를 강조하는 3번 트랙 '무중력', 카락펜파(kharag penpa)의 허밍과 인상적인 베이스라인으로 시작해 중반부 격정으로 치닫는 5번 트랙 '무덤', 이미 08년에 공개된 싱글에서 수록되었던 6번 트랙 '200만 광년으로 부터의 5호 계획'의 선명하고 낭랑한 멜로디 등은 한음파가 각종 무대 경험으로 축적한 경험치와 센스를 부각시킨다. 런닝타임이 9분여에 치닫는 9번 트랙 '참회'에 비해 다른 곡들은 비교적 짧음에도 불구하고 응집력과 이와 대비되는 변화무쌍함이 잘 조율되어 있다. 이들의 음악을 사이키델릭이라고 할 수 있다면 개별 곡들에 내재된 드넓은 음폭과 (비교적 통제되어 있긴 하지만)정서적으로 스며든 몇몇 광기의 요소 때문이 아닐까.


 나의 애초 질문은 '그러니까, 왜 이 땅엔 (몇몇 유수의 밴드들이 택하는 길은) 사이키델릭일까' 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지금 발 딛고 있는 이 땅, 이 지표가 가진 불안함에 기인한 것이 아닐까.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고 떠올릴 수 있는 환상조차도 불길한 것들로 가득한 이 세태에 대한 불안한 거울이 사이키델릭이 아닐까하는 그런 생각들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새까맣게 태워 모두 / 재가 돼 기억나지 않게'(독감), '맴 돌지 말고 저리 가란 말이야'(매미), '짙은 어둠 속 나를 찾지 마 / 그냥 이대로 사리질 거야'(Sleep In), '그 누구도 원치 않아 / 더 두고 볼 순 없어'(독설) 등의 가사에서 지속적으로 발견되는 도피와 외면의 이미지는 인상적이다. 두 눈 뜨고 주시하고 목도하기 버거워하는 이 주체는 무엇에 상처받고 도망가려 하는 것일까. 내면적이고 개인적으로도 읽히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지금 이 시간을 말하고 있는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럼에도 아 주체는 모든 것을 외면하지 못한 채 '참회'의 가사 속에서 '그때 그 무리.. 내가 있었네'라고 고백하고 있지만 말이다. 흥미로운 비밀을 품고 있는 락 앨범이다. [090712]


+ 여담 : 공공연히 덧글란 보기가 두렵다/그래서 잘 안 보게 된다는 말도 많은 곳. 그래도 이런 덧글은 힘이 되네요. 감사.


[음악이 멋지니 라이브도 멋지고, 앨범도 멋지고. 리뷰도 멋지군요. (특히 왜 이 땅엔 싸이키델릭.이냐는 박개똥 님의 리뷰, 흥미로운 관점의 글이었어요. 진지한 얼굴로 즐겁게 읽었어요)]

앞으로도 읽는 이들에게 최소한 피해는 안되는 글을 쓸 수 있음 좋겠어요.


+ 네티즌 선정위 차순위 앨범은...

럭스(Rux) [영원한 아이들]

사람들의 기억력이란 얼마나 얄팍하고 하잘것없는 것이란 말인가. 사람들은 신작이자 3집인 [영원한 아이들]을 문제의 '방송사고' 이후 절치부심의 복귀작 쯤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이미 이들은 2005년 당시 2집 [The Ruckus Army]로 뚝심 있는 행보를 이어갔다. 세간의 지탄과 담화들은 아무래도 좋았던 것이다. 3집은 여전한 이 밴드의 뚝심을 재확인하게 해주는 땀방울의 행보다. 음악적으로는 '협소한 대한민국 펑크씬'에 새로운 기운을 수혈하였던 생생한 목울대의 앨범 1집에 비해 2집이 주춤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3집은 할로우 잰의 임환택, 삼청의 김주영 등의 목소리 같은 화려한 게스트 라인업에 마치 전선을 다시 가다듬은 듯한 결의가 느껴진다. 다시금 그들은 몽상 같지만, 진심서린 무정부주의적인 비전과 희망을 품으며 세상과 한판 가투를 벌이려한다. 설사 수록곡 제목처럼 '망신창이'가 될지라도. 이처럼 웅비하는 에너지로 충만한 좋은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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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공공의적 2009.07.18 15:16  Addr  Edit/Del  Reply

    생각지도 못하게 렉스님 블로그에서 한음파에 대한 글을 보내요. 정말 대단한 밴드죠. 라이브야 말 할 것도 없는 밴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