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호소다 마모루 (3)
Rexism : 렉시즘
호소다 마모루의 전작 [괴물의 아이]에서 큰 실망을 한 나는 지지를 철회하려던 철회든 재회든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님을 깨닫고 자연스럽게 상영관을 택하였다. 궁극의 꿈공장 지브리의 경지엔 닿지 못하지만, 그래도 유아 아이들의 몸짓과 아이의 자전거 연습을 돕다 넘어지는 성인 남성의 액션 등 만화와 실사 사이의 활기있는 움직임을 담아낸 노력의 결정체들이 보인다. 물론 [썸머워즈]에서 이미 기미가 보였던 CG의 적극적인 활용 역시도 익숙한 모양새다. 그런데 유아 아이의 본능적인 몸짓과 욕구, 고민을 극화로 옮기기엔 뭔가 설정상 무리한 부분도 분명 있는 듯하고, 가족사 안에서 극복과 달라진 시대상의 단초를 보여주기 위해 전범의 역사를 피할 수 없었다는 점에선 어쨌거나 유감이다. + 몇몇 부분에서 일본 사회 안의 ..
화려한 군중 씬의 CG는 [썸머워즈]의 Oz 세계관이 보다 내 취향이었고, 소년의 성장과 판단이 준 여운은 [늑대아이]가 내게 더 깊게 박혔다. 인간의 마음 속 어둠, 모비딕, [서유기]와 무협물의 구성을 변주한 듯한 '어르신들 말씀 들어러 가는 여정길' 등의 서브 플롯이 있긴 한데 서로서로 잘 얽히진 않는다. 간혹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들을 볼 때 애초에 그런 의도로 만든게 아님에도 마치 시리즈물의 총집판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이번 [괴물의 아이]에서 호소다 마모루 작품답지 않게 그런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그의 작품 중 가장 흥행했다 이런건 나에게 중요하지 않아요...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라 민망하지만, '지브리풍' 농경 생활 예찬의 풍경 속에 두 아이의 성장과 어머니의 인생 중 한 대목이 묘사된다. 두 번 울컥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나와는 다른 미지의 대상, 늑대에 가까운 이형의 것을 키우는 일과 비슷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육아란 가장 최상의 것을 주고 싶지만, 현실적 제약에 의해 줄 수 없다는걸 알고 있음을 실감하는 고통의 순간들이다. 2세를 위한 최선의 미래를 주고자 하지만, 아이는 어느새 성장하여 자신의 뜻과는 다른 길을 선택한다. 나와 다름을 알고, 나의 뜻과는 다름을 인정하는 막바지의 여정에서 눈물이 왈칵 나오더라. 그저 건강을 빌어주고 등 돌린 아이의 성장을 충만하게 바라봐주는 눈빛, 그리고 자연의 풍광들. - 원전에 빚을 진 [시간을 달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