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20. 2. 20. 19:39

웹진 음악취향Y( MUSICY.KR ) 의 연말 결산의 일환으로 싱글 결산을 하였습니다. 제가 언급을 적은 곡들에 대한 목록을 정리하였습니다. 장르 명칭은 수석 에디터 기준으로 표기하며 명칭과 분류는 이에 대해 저는 100% 동의한 것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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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팝 부문

드린지오 (Dringe Augh) 「Breeze」- 올라탄 열차의 진동에도 아랑곳없이, 갈 길을 따라 열어주는 첼로의 굵은 선율은 보이지 않는 여정의 불안을 덮어준다. 방랑하고 고민하는 이에게도 이것은 안식이었을지 알 수는 없다. 그의 기타는 쩔꺽쩔꺽하며 제 주인의 마음을 알듯이.


스텔라장 (Stella Jang) 「일산화탄소」- 음반의 대표 자리를 차지한 「미세먼지」 대신 앞서 자리한 이 곡이 조금 더 땡겼다. 이젠 잊어도 될 상대에 대한 맵싸한 맛의 원성, 이과식 위트 - 그래, 그의 곡엔 언제나 전매특허 같은 위트가 있었다 - 이 위트와 연계한 랩, 그래도 새길 것은 새기는 쌉쌀함의 여운이 잘 살아있다.

헤비니스

에이틴에이프릴 (Eighteen April) 「Dreamer」- 별다른 생각이 없었고, 웹진 안에서도 일찍이 주목했던 신진 중 하나였던 밴드였건만 정작 나만 무심했다. 클린 보컬과 그로울링의 교차, 튜닝의 무게감과 타격감이 기분좋게 난도하는 음반 곳곳의 대목은 진정한 각인을 새겼다.

체인리액션 (Chain Reaction) 「In The Beginning : Album Ver.」- 명료하게 들리는 가사, 위악으로 무장하지 않은 태도, 주먹을 움켜쥐게 만드는 사운드가 ‘올해 저물기 전 한국 스크리모 한 장 획득하는구나!’라는 작은 희열감을 안긴다.

록/모던록

까데호 (Cadejo) 「여름방학」-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탐구생활》에서 가장 쉬운 페이지의 해답을 일찌감치 적고, 차가운 방바닥에 드러눕던 그 여름방학의 시대를 딱 닮았다. 무대에서 얼마나 자신의 연주에 대한 확신과 여유를 지닌 사람인지 확연히 드러나는 이태훈의 캐릭터와 더불어, 세 사람이 자아내는 리듬감과 그루브함은 일상의 완충 과정 자체다.

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Eyre Flew 「Moeve 」 - 포스트록이 들려주고 보여주는 세상은 단순히 하늘색이라고 형언할 수 없는, 매번 다른 색채감이다. 익숙한 듯하면서도 새삼 참 다르구나 깨닫게 하는 매번의 뭉클함.

로큰롤라디오 (Rock'N Roll Radio) 「Take Me Home」 - 양보 없는 전력질주 속에서도 또박또박 짚어주는 대목의 정확성과 휘청거림의 공존. 건실한 연주와 탄탄한 건강함이 밴드의 장점을 부각한다.

씨에이치에스 (CHS) 「Lady」 - 올해 여름은 까데호와 씨에이치에스였다. 까데호가 일상과 지인의 영역이었다면, 씨에이치에스는 의도적인 이국의 맛과 향락과 휴양의 맛이었다. 트로피컬한 정서에 얼반의 맛이 있는 분위기는 1년에 한 번 허락하는 일탈의 맛이 함유된 농염함이 있었다.

오칠 (Oh Chill) 「Oh, Two Animals」 - 때론 Foo Fighters가 ‘죽여주던 시절’을 상기하게도 하는데, 대한민국 서울 마포구 지하 클럽 바다비를 원산지로 둔 오칠의 개러지는 아메리칸 하드록의 온기가 아닌 보다 속수무책의 공격성을 발휘한다.

아톰뮤직하트 「Lilac (feat. 김도연」- 자칫하면 씬에서 자연히 안녕을 고할 뻔한 훈조의 이력 연장이 일단 반갑고, 고전 록의 재현과 현재 시점의 자신들이 지닌 혈기를 조화한 고민이 듣기 좋다. 

재즈


경기남부재즈 (Southern Gyeonggi Jazz) 「Marching」- 경기남부민요에 대한 인식에 담겨있는 함의는 경쾌함과 낙천성이다. (좁은 식견에 의한 고정관념일 수도 있겠다.) 경기남부재즈의 두 번째 음반 안에 깃든 주된 정서는 그 왁자한 분위기가 아닌, 왠지 내세와 주술의 기운이다. ‘이수 건너 백로 가자’에 이어 자연스레 따라올 ‘쾌지나 칭칭 나네’의 구절은 정작 따라오지 않는다. 수수께끼를 쥔다.

크로스오버/월드뮤직

노선택과소울소스 「정들고 싶네」 - 흥겨움의 이면 속에서 밴드는 장르를 무위 상태로 해장시키고, 구성원들이 가질 이질감을 화합과 교란 사이에 녹여버리는 매혹을 발휘한다.

동양고주파 「파도」 - 단순히 국악기가 있는 크로스오버 성향의 밴드를 넘어, 동양고주파에 있어 앙금은 자기만의 의지를 갖추고 앞서가는 프로그레시브한 악기가 된다. 앙금은 여기에 심해의 알 수 없는 사연을 숨기며 요동하는 베이스와 격랑 하는 타악기들과 만나 3인조의 혼신을 들려준다.

두번째달 「비나리 (feat.채수현)」 -  경기남부재즈의 신보에서 예상했던 경기소리의 경쾌한 맛을 여기에선 소리꾼 채수현이 책임지고, 예의 에스닉한 장기는 두번째달이 책임진다. 두번째달은 한 해의 결산에서 익숙함이라는 원죄로 웬걸 소홀하게 지나갈 이름일지도 모르나, 이 성실한 탐구와 값진 음악 맛의 가치는 이번에도 새삼 강조해야 하지 싶다.

블랙스트링 (Black String) 「Exhale-Puri」 - 허윤정의 거문고와 오정수의 기타가 이인삼각을 하다, 황민왕의 소리가 휘젓듯이 지배력을 발휘하는 와중에 말미에 심연을 짚는 이아람의 단소가 블랙스트링의 곡을 완성한다. 이 추동력 있는 연주를 들을 때마다 록 음반을 듣는 듯한 어떤 힘을 느낀다.

일렉트로니카

룸306 (Room306) 「밤이 Night Comes」- 연말을 맞이하는 나와 우리들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위안이자, 한 해 동안 꾸준히 누적한 상실감에 대한 고별인사 식순에 의한 트랙. 음반이 꾸준히 지키는 쓸쓸한 기조를 마지막 대목까지 잘 유지하고 있다.

바가지바이펙스써틴 (Bagagee Viphex13) 「Sunshine」 - 간단명료함이 만연함과 당연히 다른 표현이며, 단조로움과도 유사한 단어가 아님을 입증하는 테크노 넘버. 더 주목받았어야 할 음반의 포문을 여는 디제이 시니어의 품질보증.

레인보우99 (Rainbow99) 「상패동」- 모노리스를 닮은 검고 반듯한 추모비나 고정되어 박힌 배경음악의 운명을 거부하고, 한반도의 역사 한 장 안에서 생생하게 대화를 건다.

아이돌 팝


설리 「고블린」 - 한 음악인의 자아를 건 고백과 실토는 제대로 전달이 되기도 전에.

있지 (Itzy) 「달라달라」 - 가능성의 여지를 회생시키지 못하고 날려버린 미쓰에이의 이력에 이어 트와이스를 통한 연타로 기가 부쩍 살아난 기획사가 기시감을 빌어 형성한 올해의 신인. 이 기획사의 얼굴 수장이 자주 쓰는 화법을 재현한 작곡팀의 수훈과 힘겨운 조련을 견뎌내고 세상 밖에 등장한 멤버들의 기량이 어색하지 않은 데뷔를 실현...아니 그래도 미숙하긴 했으나 그것을 용인할 수 있는 나이대와 이력에 걸맞아 그게 더 절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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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 12. 30. 20:56

올해도 웹진은 연말 결산을 마쳤고, 내일 최종 발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중 음반 공동 8위 음반인 아톰뮤직하트의 작품 『Bravo Victor』에 대해 짧게 적었습니다.

http://musicy.kr/?c=choice&s=1&cidx=4&gp=1&ob=idx&gbn=viewok&ix=6946

음반을 들으면 해럴드 사쿠이시(ハロルド作石)의 단행본 [BECK]을 다시 꺼내 읽는 기분이다. 주인공이 한참 일렉 기타에 대한 열의로 가득 차 있는 시기, 잠든 꿈 안에 이미 요절한 수많은 록 역사의 아이콘들을 천상에서 만나게 된다. 음반 자체가 마치 이 꿈같은 로망을 실현하는 과정의 사운드트랙 같은데 이는 수록곡들에 대한 레퍼런스를 굳이 숨기지 않고, 인용과 영향에 대해 솔직한 언급을 하는 밴드의 태도와도 연관이 있다. 록 역사의 만신전(萬神殿)은 물론, 동북아시아 안에서 수용과 자생을 통해 의미 있는 이름을 남겨온 한국 밴드의 목록을 직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다.

제목 자체가 David Bowie의 이름을 뒤집은 「Weebow」를 시작으로  ‘사운드의 벽‘ 시대를 계승하며 The Beach Boys에 의한 영향력을 내비치는 「The bench」로 매듭 하는 음반의 구성은 여섯 곡이지만 꽉 차 있다. 모노톤즈의 폐업 이후 훈조의 이력이 이렇게 이어져 안도하게 되며, 음울한 가운데 안식을 갈구하던 줄리아드림의 박준형의 기타가 활기를 안게 되니 새로운 해답을 만났다. 올해 잘한 일 중 하나는 이들의 라이브를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인데, 음반의 열기를 충실히 재현하며 멤버들의 유대와 성장으로 인한 에너지가 여실히 느껴졌다. 2번째 EP를 낸 지금과 앞으로의 활동까지도 밝게 보이는 전망.

Pink Floyd의 「The Great Gig In The Sky」(1973)를 주석같이 깔아놓는 「Lilac」, Smashing Pumpkins 식 곡 도입부 같은 분위기로 서두를 열고 피안(彼岸)을 바라는 매혹적인 회전으로 몰아치는 「Zucchini」 등은 음반의 핵심이다. 고전 록의 재현과 현재 시점의 자신들의 혈기를 오롯이 응집하는데 앞으로는 어떤 국면을 보일지 기대된다. 여전히 음원 사이트로의 유통을 거부하는 이들만의 채널이 가진 고집은 또 언제까지 유효할지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고민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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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 1. 29. 13:47

한국대중음악상2019 홈페이지 오픈했습니다. 후보 당사자와 성취물의 면면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링크​]



최우수 록 부문 후보 음반과(플러그드클래식)
최우수 메탈앤하드코어 부문 후보 음반(데이오브모닝)

최우수 모던록 부문 후보 음반(아도이)에 대한 변을 올해 적었습니다.


플러그드클래식 [Sabai] 까슬까슬하다 못해 아주 뻑뻑하게 헐거인의 분노를 연상케하는 사운드가 접근한다. 음악애호가들이 록 장르에서 기대하는 힘과 에너지를 여실히 만족시키는 강함을 부각한 음악이다. 클래식 록에서부터 개러지 록을 경유해 하드코어에 근접한 질감으로 그렁거림과 지글거림을 선사한다. 음악이라는 대중매체에서 레코딩과 믹싱이라는 일련의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것이 밴드의 정체성을 어떻게 충실히 잘 드러내게 하는지 또 하나의 예시가 추가되었다.


​데이오브모닝 [This too will Pass] 2017년에 이어 올해에도 왓챠웃레코드의 약진을 대변하는 움직임은 있었는데, 중심엔 Day Of Mourning이 그 역할을 했다. 이 밴드는 젠트(djent)와 그루브함이라는 근간의 뚜렷한 경향을 충실히 대변한다. 보컬 카를로스의 탁월한 보컬은 클린과 사타닉을 오가며, 음반의 곡 전반이 그루브함과 아르페지오가 숨 가쁘게 교차한다.

아도이 [LOVE] : 아도이의 음악은 장르의 선을 명확히 그으려는 이들에겐 다소의 곤혹스러움을, 듣기를 즐기는 이들에겐 육체적 즐거움과 정서적 편의를 선사하는 음악이다. 온건히 대중들을 위한 음악이자 시대 위를 걷는 젊은이들에겐 가장 유효한 배경음악이 될 음악이다. 무엇보다 2018년에 발매한 본작은 ‘사랑’이라는 영원불멸의 테마를 껴입고 이젠 온화함마저 선사한다. 유독 소문난 멤버들 간의 유기성과 이를 입증하는 눈앞의 흡족한 무대가 이를 증명한다. 신스 사운드와 그루브함, 새삼스러운 씨티팝의 기조가 섞이어 근사한 세련됨의 총합을 이번에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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