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19. 2. 1. 09:51

웹진에서 매해 연말결산을 합니다. 

우리가 선정한 싱글 1위부터 10위권 발표 이후 순위 외 장르별 추천 싱글들의 목록을 공개해야 할 시간이 왔네요. 포크와 팝이라니 범위는 넓은데, 추천은 5곡까지만 가능하니 눈물이... [연결 링크​], 제가 추천의 변을 적은 곡은 다음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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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손금」 - 제목이 「손금」이라니. 이제 이 모던록 싱어송라이터의 자리는 가요로 지평이 넓어졌다. 그가 한국 대중음악의 고고학자로서 발굴한 영역은 ‘소박함’과 ‘세밀한 관찰과 배려’다. 과거에 있었던 듯도 하고, 현재는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새삼 발굴해 유효한 그 파르르한 목소리로 전달하는 영역.


​김해원 「바다와 나의 변화」 - (모든 경우가 그러하듯 이번에도 위험한 규정이지만) 포크는 회의주의자들의 음악인이라고 생각하는데, 김해원은 이런 초라한 믿음을 확신케하는 사유와 가사... 무엇보다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이 곡을 담은 음반 안의 사진과 부클릿, 여기에 아를의 백 보컬과 기타를 담은 사운드 프로듀싱은 투명하되 점막으로 얼룩진 세상의 잉여까지 모두 포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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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8. 2. 5. 09:53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 제도는 이상한 제도죠. [링크]




9 「손금」


솔로로 와도 여전한 것은 간혹 존대로 말하는 가사의 공손함이다. 사려와 조심스러움, 때론 움츠려있음으로도 보이는 그 조심스러운 태도는 여전하다. 다소 달라진 것은 이글거리는 저편의 석양처럼 울리는 관악의 아련함이다. 그 아련함은 한 모던록 싱어송라이터의 자리를 가요에 가깝게 방석을 당겨준다. 여기에 이 애상을 짚어주는 피아노의 역할도 한몫한다. 가요에 가깝게 들려진다는 것이 이 노래 안의 신파와 질적 하향을 뜻하는 것이냐고. 천만에. 보편적 감정을 캐내는 사람, 장르를 새삼 발굴하는 자, 한국 대중음악 감성계의 고고학자 헨리 존스 2세 인디아나 존스 송재경의 빛나는 역할이 여기에 있다. ★★★★





종현 「빛이 나 : Shinin’」 


SM엔터테인먼트가 록에서 EDM으로 시선을 확장하고, 유영진스러움보다 개별 보컬들의 가치를 발견하고, SMP의 요란함보다 타 기획사에서 구현하기 힘든 과감한 장치들을 수용했을 때 당연히 대개의 상황은 개선되기 시작했다. 종현은 이런 시기 이후의 개선된 상황과 맞물려 정규반과 소품집을 번갈아 낼 수 있는 지원을 획득했고,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내부와 외부를 오가는 영역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만의 음악 안에 인장을 새기는 특유의 가성과 팝에 대한 진지한 접근은 이 곡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SM이라는 이름 때문에 이런 성취들에 채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것이고, 그런 이들조차 그의 이름을 무시하지 못했던 상황은 불행한 일이 터진 후였다. 그들에게 이 리듬과 남은 수록곡들의 가사는 어떻게 들릴지 솔직히 궁금하진 않다. 그저 음악 안에서도 생생함을 발휘하는 그의 존재감에 대해선 테크놀러지의 수훈인지 산업의 성공인지 자문해볼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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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0. 8. 14. 17:00
+ 음악취향Y 업데이트 : http://cafe.naver.com/musicy/12353

조규찬 『9』

비타민엔터테인먼트 | 워너뮤직 코리아 / 10년 07월 발매

1. Morning
2. Sunrise
3. WOW / feat. 이소라
4. Crzy / feat. 정인
5. Pause
6. 어려운 말 / feat. 스윗 소로우
7. Instead of you
8. 풍선
9. Is this love
10. Without you / feat. 박완규
11. Just married / feat. 해이
12. Suddenly / feat. 박혜경
13. Jessie
14. Drive 2
15. April song / With April's mom


리메이크 앨범과 어쿠스틱 베스트 앨범을 내던 시기 그의 인터뷰 중 가장 가슴 철렁한 순간은 '정규반을 낸다는 것에 대한 회의'를 표하던 때였다. 조규찬 같은 목소리를 지닌 싱어송라이터가 자신의 이력을 정리하는 베스트 앨범과 리메이크 편곡에 이력을 보내는 것에 대해 도무지 만족할 수가 없었고, 그가 '사막' 저편으로 서서히 흐릿하게 사라질까봐 겁마저 나던 터였다. 그래서 『9』가 무척이나 반갑다. 한동안 유학을 위해 이 땅을 떠나는 그이기에 잦은 안부를 들을 수는 없겠지만서도(언제는 자주 들었던가?), 『9』를 비롯한 숱한 정규 디스코그래피와 『무지개』 같은 첫번째 더블 앨범 베스트반으로 간혹 그를 상기할 수 있을 것이다.

서정적인 면모로 그를 기억하는 이들에겐 낯선 것이겠지만, 실은 그는 이력 동안 삐죽 솟은 냉소적인 가사와 예상불허의 시도로(「아담과 이브는 사과를 깨물었다」, 「비둘기야 비둘기야」, 「상어」) 음악팬들의 귀를 쏙 당기기도 했고 일련의 다양한 관심사를 반영한 시도로 자기과시적인 앨범(가령 7집 『Single Note』)들을 낳기도 했었다. 이에 비하면 들쑥날쑥한 시도보다는 차분한 탐구생활 제출물 같았던 『Guitology』에선 한 뮤지션의 성장치 면에서 뭉클한 만개를 목도하게도 했었다. 이에 비하면 『9』는 한층 차분해졌고, 정리정돈은 더욱 만전을 기했다. 예측불허성을 기대한 몇몇 이들의 입장에선 입이 삐죽 나올지도 모르겠다.

먼저 도드라지는 것은 해이의 미니 앨범 『Vegetable Love』에서 진작에 예고된 셈이었지만, 가족 구성원과 같이 산다는 체험을 기적담 풍으로 토로하는 흥분감이다. 냉소를 말하던 펜은 따스한 이불이 덮인 침대 틈새 속에 사라졌다. 남녀 관계를 정형화된 공식으로 표현할 법한 단어인 '매뉴얼'은 서로간의 인연과 조율이라는 온화환 시선으로 뒤바꼈다.(「Just married」) 덕분에 이별 후의 회고와 메마른 갈망을 표현하는 「Instead of you」, 「Is this love」등은 절박하게 들리기 보다는 안정되고 완만하게 들린다. 리드미컬하게 건반은 굴러가고 기타는 코드를 맛깔나게 짚는다.(「풍선」) 모든 것은 평화롭다.

또한 이 땅을 잠시간 떠나는 그의 입장에서는 동시대의 역량있는 보컬들을 좀더 소개하고팠던 모양이다. 가령 「Without you」에서의 박완규는 피처링의 위치가 아닌 거의 주인공격이다. 이런 일련의 듀오 넘버들에서 실감한다. '아 박완규와 박혜경이 정말 괜찮은 싱어들이었구나!'라는 늦은 깨달음들. 어쩌면 정규반을 내는 것에 대한 회의를 간간히 토로하는 조규찬의 입장에서 작은 항변을 하는 것이 아닐까했다. 좋은 목소리를 지닌 싱어들을 제대로 소비하기 보다 다른 방식의 소비를 활성화하는 '이상한 나라'의 시장을 향한 내내 곱씹은 토로들.

좋은 싱어이자 좋은 작곡가라는 것들을 증명하는 넘버들 「WOW」, 「Instead of you」, 「Drive 2」등에도 불구하고, 아슬아슬한 순간도 있다. 내겐 왠지「Suddenly」가 일전에 그가 쓴 「Strawberry days」의 반복 같이 들렸다. 기시감도 이력 정리 앨범에서는 필히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순간인가? 석연찮음에도 불구하고 『9』가 듣기 좋은 앨범이라는 사실에선 앞서서 동의할 것이다. 대중적인 접근을 앞세운 6집 『해빙』에서조차도 묘하게 비균질적인 구석을 보이는 몇몇 트랙들이 배치되었는데, 『9』는 평탄한 도로를 타는 기분이다. 이것이 과연 좋기만 한 것인지는 조규찬이라는 이름값에 대한 기대치 덕에 갸우뚱하지만, 전체를 놓고 훗날 다시 살펴보기엔 10집이라는 존재는 한참 기다려야 한다. 지금 당장엔 몇몇 서운함과 몇몇 근사한 팝 넘버들 사이에서 『9』는 한동안 플레이될 것이다. 기다림이 너무 길지만 않기를 소박하게 바라며.

[10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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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eoduk 2010.08.16 10:11  Addr  Edit/Del  Reply

    조규찬의 새앨범 발매와 더불어 렉스님의 평도 기대했었는데, 오늘 보게 되네요.
    '완만한(혹은 원만한)' 근사함이라는 표현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톡쏘는 듯한 무언가가 빠진 듯 하면서도 계속해서 반복재생하게 되는 음반이군요.
    개인적으로는 'Without you', 'WOW'가 귀에 착착 감기는 듯 합니다.
    이소라와의 듀엣은 1집에서부터 늘 좋았던 구성이었고, 박완규를 주연으로 내세운 'Without you' 역시 무릎을 치게 만드는군요.
    오랜만에 집중해서 듣고 있습니다... ^^

    • BlogIcon 렉스 trex 2010.08.16 10:49 신고  Addr  Edit/Del

      어째 전작보다 한바퀴 돌리기가 더 편한 앨범이기도 해요. 신기합니다. 흐흐
      / 오랜만이셔요><;);

  2. 지나가다가.. 2010.08.31 11:21  Addr  Edit/Del  Reply

    정말 기다렸던 조규찬 9번째 앨범, 가사 검색하다가 우연히 정말 좋은 글을 읽었네요..
    듣기가 편한, 송곳같이 툭 튀어나오는 곡이 없다는거에 저도 놀랐는데..
    피처링에대한 님의 해석(?)에 정말 공감해서 완전 무릎을 쳤습니다.. 정말 가수같은 가수들이 너무 보이지 않네요..
    외국생활하면서 한국 노래듣기를 포기하는 마음.. 조규찬씨도 이제 곧 느끼겠지요.. 그 속상함이 10집에서 묻어나오길, 기대하고 있답니다..
    여튼 잘읽고 갑니다..:)

    • BlogIcon 렉스 trex 2010.08.31 13:04 신고  Addr  Edit/Del

      유학 동안의 충돌과 변화로 인해 새로운 삐죽함이 솟아오르길 기대하는 팬들도 있더라구요^^) 암튼 앞으로도 기대중입니다. 방문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