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W&Whale [Hardboiled] 관련 끄적.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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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hale [Hardboiled] 관련 끄적.

trex 2009. 1. 9. 13:52

음악취향Y 업데이트용도 아니고, 네이버 오늘의 뮤직용도 아닌 별도의 목적을 위해 작성한 글인데 암튼 저장 차원에서 여기 담아둔다.


아직 3집이라고 부르는게 주저되는 앨범 『Hardboiled』에서 W(Where The Story Ends)는 여전히 일렉트로닉을 주조로 한, 유려하되 안정된 분위기의 팝 넘버들을 들려주고 있다. 가장 큰 변화의 지점은 역시 본격적인 보컬 파트의 기용이다. 김상훈이 맡았던 보컬 파트가 기존의 곡들에서 연주와 단단히 부착되어 존재감을 드러내기 보다는 앨범 전체 안에서 흐름을 형성하였다면, 웨일(Whale)의 가세는 확실히 별도의 탄력있는 파트가 앨범의 안팎을 휘감는 기분을 선사한다.


전작의 넘버 「은하철도의 밤」에서 짐작이 갔던 대목이었지만, 이들의 최근 관심사는 영상언어를 중심으로 한 대중문화 컨텐츠 속 상상력과의 접합인 듯 하다. '맥거핀'이라는 제명으로 3파트로 나뉜 연주곡에서는 영화(로 짐작되는) 속 다이얼로그가 재생되고, 김영하의 소설집 제목과 타카하시 신의 만화 표제가 수록곡 면면에 박힌 것을 보면 「R.P.G. Shine」이 통신사 광고 안에 삽입되고 젊은 세대들의 호응을 얻은 것이 우연은 아닌 듯 보인다.


무엇보다 좋은 '올해의 팝 앨범'이다. 앨범 초반 사뭇 무겁지 않은 톤으로 블루스와 포크 등을 차용하여 옅은 일렉트로닉 텍스처를 깔더니 중반부터 본색을 슬슬 드러낸다. 「Too Young To Die (Too Drunk To Live)」의 도회적 감성과 「고양이 사용 설명서」의 '진짜 시크함', 「우리의 해피엔드」가 제공하는 상상력의 미러볼은 가히 최상의 순간들이다. 듣기 좋고 성실하게 만들어진 앨범이다. 요즘 보기 드문 덕목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