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Rexism : 렉시즘
49 Morphines(몰핀즈) 『Partial Eclipse』: '검붉은 피'에서 '성스런 피'로. 본문
+ 음악취향Y 업데이트 : http://cafe.naver.com/musicy/7152
49 Morphines(몰핀즈) 『Partial Eclipse』
GMC / 08년 12월 발매
1. Oblivion Past (Episode)
2. Running On Empty
3. God's Betrayal
4. Few Days Ago
5. Few Days Later
6. Broken Fist
7. The Final Note
8. And This One
9. Heart Of Despair
10. The Moonlight Dance
11. 혼돈의 가장자리에
저주의 EP 『The Most Important Value』(04)의 수록곡 「Oblivion Past」가 '부분 일식'이라는 앨범 타이틀에 걸맞게 스산한 장중함을 안고 연주곡으로 일신하였다. 4년만의 정규반이자 밴드 1집인 『Partial Eclipse』은 그동안의 의심스러운 눈빛들과 오가는 입담들을 다물게하는 힘의 쾌작이다. 당신에게 당의정이 가져다주는 침샘의 얄팍함 대신 매혹의 어둠이라는 선물이 필요하다면 이 58여분여짜리 CD는 아주 좋은 흑마술의 도구가 될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스크리모라는 장르명을 빈 집단 제의의 도구일지도 모른다.
신보 『Partial Eclipse』는 대체로 양보의 지점을 찾아보기 힘든 앨범이다. 9번 트랙 「Heart Of Despair」가 숨쉴 틈을 놔주기까지는 「Running On Empty」를 필두로 끊임없는 파장공세가 시작되는데, 「God's Betrayal」의 고투, 「Few Days Later」의 끝간데 없이 뻗어가는 사악한 기운, 「The Final Note」의 펑크적 생명체, 「And This One」로 닿아가는 혼돈 근원의 코어까지 앨범의 주조를 이루는 정서는 광포한 생명력과 질주하는 사운드이다.
이는 아무래도 상당 시간 비교 대상이 될 듯한 할로우 잰(Hollow Jan)의 세계관과 대비되는 면 덕이라 하겠는데, 할로우 잰이 언젠가 전언한대로 '대한민국 또는 세상에 사는 것에 대한 강박함과 절망에 대한 토로'(http://cafe.naver.com/musicy/912) 의 정서라 한다면 49 몰핀즈의 가사와 정서는 좀더 근원적인 곳에 맞닿아있다. 앨범 가사 내내 반복되는 영혼 / 고통 / 운명 / 절망 / 어둠 등의 가사가 보여주는 빈도는 심상찮을 정도인데, 이는 이들의 가사가 세계에 대한 구체적인 비판이나 대결의식 보다는 근원적인 숙명론과 극복의 정서에 기울여져 있다는 추측을 낳게 한다. 할로우 잰의 가사가 사회생태론의 범주라면, 49 몰핀즈의 가사는 운명론의 범주라 할까.
때론 그 덕분에 한글 가사라는 친숙한 도구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장중한 정서와 사운드 덕에 이교도들의 주문과 지옥의 불길이 넘실대는 고색창연의 블랙메탈 공간에 초대된 듯한 기분도 느껴진다. 하지만 이 앨범에 드러나는 몇몇 정서의 문제로 이들의 음악을 태곳적 상상의 시대로 내쫓을 생각은 없다. 들끓는 스크리모 사운드 안에 꿈틀대는 처연한 자아의 목소리는 사멸보다는 비상과 생명성을 추구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그런걸까. 「Few Days Later」의 '차갑게 식어가는 붉은 피', 「Broken Fist」의 '내 검붉은 피', 「And This One」의 '검붉은 더러운 피' 같은 가사에서 내내 피의 붉은 심상은 반복된다. 육체 안에서 흘러다니는 이 피들로 온몸을 적시고 피칠갑을 하는 희생을 치러서라도 모든 것을 극복하리라는 악다구니 다짐은, 마지막 트랙「혼돈의 가장자리에」에 이르러 '시뻘건 피'로 극을 보여주다 이내 '성스런 피'로 성화(聖化)되기에 이른다.
이 극복의 단초는 실은 9번 트랙 「Heart Of Despair」에서 주어졌다. 이 어두캄캄한 피칠갑 앨범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는 유일한 트랙이자 유려한 서정성과 앙칼진 단발마의 공격성이 어우러진 유려한 트랙, 49 몰핀즈가 청자들에게 보여주는 가능성이다. 원일의 앨범 『아수라』에 수록된 원곡을 재해석한 연주곡, 「The Moonlight Dance」역시 조심스럽게 자신들의 전공과 취향 안에서 보여줄 신중한 크로스오버의 첫 시도이다. 앞으로 이런 곡들이 앞으로의 행보에 어떤 가능성의 가지를 뻗을지도 지켜볼 일이다. 적어도 이 한장으로 08년 마지막 앨범이자, 09년 첫 앨범으로서의 기능은 충분히 해냈다. [09/01/05]
+ 앨범내 가사지는 빈약하다. 파일로 첨부한 '사이동생'님의 사려깊은 가사지를 참조하시기 바란다. (출처 : http://cafe.daum.net/49morphines)
* 크레디트 *
49 Morphines are
성시영 : 보컬
김형섭 : 기타
이일우 : 기타
손한창 : 베이스
류명훈 : 드럼
Produced by 49 Morphines
Engineered & Mixed by 조상현 @ MOL Studio
Engineered & Recorded by 김성호 @ MOL Studio
Mastered by 채승균 @ Sonic Korea
- 사진 출처 : GMC http://www.gmcrecords.net/home.php
'음악듣고문장나옴' 카테고리의 다른 글
1월 17일, 음악취향Y와 함께 하시겠어요? (4) | 2009.01.06 |
---|---|
[굴림체 기억들] 2008년 한국대중음악계의 다섯가지 풍경. (8) | 2008.12.30 |
49 Morphines(49 몰핀즈) - And This One (2) | 2008.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