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이발 : 머리는 짧아지고 냉소는 돋는다. 본문

생각하고뭐라칸다/일기에가까운이야기

이발 : 머리는 짧아지고 냉소는 돋는다.

trex 2009. 1. 21. 00:41
미용실 아주머니가 전 손님을 맡는 동안, 나는 [우먼센스] 12월호와 [여성조선] 1월호를 읽는다. 여성지들은 이서진과 김정은이 헤어진 이유를 밝히지 않으면서 이유에 관한 제목을 달고, 오래된 부부 금슬을 대표하는 유명인사 부부를 소개하며 남편 쪽의 바람을 언급한다. 당시의 위기를 딛고 지금의 금슬이 있었다고 운운하는 이 존나 웃기는 기사들의 틈새에서 소설가 김훈의 독자와의 대화 보도 정도만이 볼거리.

아주머니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가 끝나고 방영한 [아내의 유혹]에서 부쩍 볼륨을 올린다. 드라마도 막장이요, 요즘은 노래 가사도 막장이다. 변우민이 얼굴에 점 하나 처박은 전 마누라의 얼굴도 구분 못하고 하룻밤 보낼 심산으로 "날 욕해도 좋아요."라는 대사를 좔좔 외울때 나는 근사한 노래 가사들을 떠올렸다.

[넌 나만 믿고 가는거다] - 블루 아이드 소울풍의 남자 가수 전용
내가 대딸방 이용해도 넌 나만 믿고 가는거다
내가 보도방 아주머니 문자 받아도 넌 내 전화만 받아

[그 남잘 부탁해요] - 오리엔탈 발라드풍의 여자 가수 전용
그 남자 한달에 한번 단란서 2차 끊어요. 그래도 그 남잘 부탁해요
그 남자 간혹 손찌껌해도 진심이 있어요. 그 남잘 미워마요

지랄난 세태에 부합하는 막장 가사만큼은 자신 있으니 관심 있으신 신인 가수 엔터테인먼트들의 많은 연락 바란다. 30대의 사랑부터 학원 캠퍼스 러브 스토리 등 각종 너절보 가능하니 믿어주시라.

방송은 8시를 넘겨 용산을 보도한다. "나라가 어떻게 될려고 미친거 같아. 지금이 7,80년대로 가는 것도 아니고...세금 받아서." 아주머니의 말과 동시에 가위질은 사각사각. 막장의 시간은 째깍째깍. 머리는 짧아지고 새로운 냉소는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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