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드라마 사이를 누비다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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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사이를 누비다가.

trex 2011. 2. 8. 14:56


일일이 챙겨보지는 않지만, 요새 오락 프로그램 보다 드라마에 채널을 멈칫 한다는 것을 느낀다. 한국 드라마의 질적 상승 이런건 아니고,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 거기에 닿은 듯 하다. 이 사람들이 왜 - 내가 보기엔 변변찮아 보이는 - 드라마에 대해서 이야길 하는거지? 그 안에 숨은 코어, 매력을 엿보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동감했다기 보다 각각의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매력으로서의 재미'와 '씹는 재미'가 그렇구나하는 수긍을 낳았다.


[드림하이]


드림하이를 보기 위해선 약간의 의문들을 넘겨야 한다. 무대에선 이뻐 보이던 수지가 왜 여기선 못생겨 보일까? 왜 배용준은 정면으로 보기가 부담스러울까? 왜 고시 공부를 관둔 형에게 위로를 해주는 곡이 '다시 만난 세계'일까? 박진영은 왜 뭘해도 보기가 불편할까? 저런 다이어트가 가능한 것일까?


그런 의문들을 넘기고나면, 시간에 쫓겨 촬영한 덕에 립싱크조차도 능숙하게 해내지 못하는 20대 안팎의 노동자 연예인들이 나오는 장면들을 감당해야 한다. 그 아이들 사이에 중심을 잡기 위해 몇몇 중견 배우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안되는건 안되는 법. 드림하이는 사실상 아이돌 도배 지옥으로 점철되었던 연휴 특집 오락프로그램을 다소나마 여유있게 늘인 드라마 버전이다. 극중에서 말하는 '드림'에 대해 동의할 생각없는 나같은 사람에겐 더더욱.


[욕망의 불꽃]


욕망의 불꽃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구경거리는 3대에 걸친 당나라 재벌 집구석 탐방기가 아니라, 신은경 그 자체다. 달래고 화를 내고 울분을 터트리고 깔깔 웃고 신은경은 작정한 듯이 핏발 선 채로 연기한다. 무엇보다 신은경은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봉합하기 위해 온갖 수를 부리는데, 그럴수록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화는 더 큰 화가 되어 그녀를 덮친다. 파국이 훤히 보이는데 그래도 욕망하고 손을 뻗고 몸부림친다. 처절하다.


그녀를 뒷받침한다기 보다 각자의 영역에서 출중하게 연기하는 이들이 눈길을 끈다. 조각난 커플 조성하와 성현아가 그 대표격. 그에 비하면 붙어 있을수록 채널을 돌리고픈 유승호와 서우는... 다른 곳에서 적어도 못한다는 소리 한번 들은 적 없는 서우가 왜 이 드라마에선 이러는지 참 알 도리가 없다. 안타깝다.


[싸인]


소리 지르는 연기에 통달한 박신양 보다 흥미로운 대상은 전광렬이다. 정상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악인이 된 국과수 원장 전광렬의 최근 CF가 '헛개나무 추출 유산균 음료'라는 점에서=_=);; 



초반에 연출을 맡은 장항준 감독의 성향상 어떨까 걱정(?) 부분도 있었는데, 장르물들은 솜씨있게 다룰 기본적인 역량이 있었구나 깨달았다. 물론 특정 사건을 연상케하는 극중 에피소드들을 다루는 것은 김은희 작가의 솜씨 덕일지도 모르겠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전국 상위에 들어가는 우수 학생들만 모아놓은 고립된 학교. 남아있는 학생 7명(과연?)과 한 명의 선생님, 그리고 외부자 1명. 그들 사이에 (아마도)준비된 악의 기운이 스며든다는 발상인 듯 하다. 문장으로 적으면 덜 매력적으로 보이는데, 막상 브라운관으로 보이는 화면의 때깔이나 구도가 볼만하다. 공포의 월요일(...)을 앞둔 채 적적한 기분이 드는 일요일밤에 제법 제격인 드라마.


다만 젊은 배우들의 연기가 드림하이와 더불어 '킹 오브 파이터즈'를 개최해도 될만치 크로스배틀급인데, 그중 유일한 여학생의 연기가 가히 꿈의 영역이다. 이렇게 그들의 연기와 대사를 보며 오그라들면서, 간혹 김상경이 나오는 장면에서 위안을 받긴 한다만 얼만큼의 극중에서 비중과 영향력을 줄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김상경은 여기서 '홍상수 영화' 내음은 거의 지운 채 나와서 다행이긴 한데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다.(영화 [하하하]의 김상경이 옷걸이로 종아리 맞은 통영 복국집에서 복국 먹었다.) 한편 남자애들 캐릭터는 모범생/디지털 취미가/미친놈(...)/병약아 등 포지션이 확실한데, 드라마가 성공한다면 부가 동인사업의 성공은 보장된다고 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 거론한 드라마 중 가장 결말이 궁금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이런 겉멋 취향일지도 모르겠다 =ㅂ=);;



[기타]


마이 프린세스 - My Eyes
파라다이스 목장 - My Eyes2
아테나 - 모든 여성을 너무 진지하게 바라보는 정우성에게 억겹의 부담감을.
신기생뎐 - 세상 그 어떤 힘도 임성한의 취향을 바꿀 수는 없구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