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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고뭐라칸다

자동기술 : 환영회, 나는 가수다, 존엄성, 회의, 고마움

trex 2011. 3. 9. 15:51


- 우리 때엔 예비대학, 모꼬지(MT라고 부르는 그걸 우리 때엔 그렇게 불렀다), 신입생 환영회, 1.2학년 상견례, 심지어 남학생이 많지 않은 학과라서 예비역(제대) 환영회라는 것도 있었다. 물론 서로간에 말은 하지 않아도 참석 안하기엔 불편한 구석이 있었고, 막상 참석하면 즐거움의 대가 치고는 다소 불합리한 풍경들도 많았던 자리였다.


군대처럼 바뀐다고는 말하지만 실상 바뀌는걸 좀체로 보기 힘든게 또 캠퍼스 문화인 듯 하다. 교양과 학식을 말하지만 실은 상하 관계에 기인한 폭력성과 상명 하달을 군대 이전에 습득한 것도 사실이었다. 90년대가 그런 풍경이 사라지는 일종의 계기도 되었지만 여전히 잔존할 수 있게 만든 여지도 만든 듯 하다. 즉 우리 세대가 미처 못 바꾸고 다음 세대로 이양한 모양이다. 잘못이 크다.


- 홍대에 이어 고대, 연대, 이대 청소노동자분들의 전면파업이 있다고 한다. 이곳 총학 운영진들이 내놓을 말들은 어떠할까. 홍대 쪽처럼 작금의 풍토를 대변하는 듯하는 절망적인 언사는 안 보았음 하는 것은 이기심의 발로일까.


- 한 연예인의 입대를 둘러싼 종일 뉴스 채널의 생중계 보도와 프라임 타임대의 공중파 뉴스의 보도는 대중문화를 둘러싼 우리들의 경박함을 다른 의미로 생중계하는 듯 하다. 잘 들끓고 쉽게 유치해지고, 가벼움을 장벽없이 쉽게 수용한다. 


- 그리고 그런 세태는 [나는 가수다]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쉽사리 '감동'이라는 단어들을 허락케 한다. 이미 세상에 존재했고, 수없이 재생되었던 음악들이며 조금만 노력하면 공연장의 실연을 눈과 귀로 확인할 수 있건만, 우리는 일요일 저녁 시간대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것들을 새삼 재발견이라도 한 양 감동을 말하고 순위를 올린다. 


[슈퍼스타K]와 [위대한 탄생]을 통해 '기획사 소속'이 되기 위하여 분투하는 사람들의 순위놀음을 구경하는데 익숙해진 터지만, 정신적인 부채감을 쉽게 덜지는 못하겠다. [나는 가수다]를 즐길 용기는 나지 않는다.(시청할 일도 없겠지만) 예의와 도리의 범주가 아니라 내가 허락할 수 있는 허용치는 이 정도인 듯 하다. 그냥 그들의 앨범을 듣겠다. 


누군가는 [나는 가수다]를 통한 이들 뮤지션의 복권(?)과 '성인'대중음악의 가치 복원을 꿈꾸는 듯 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건 '쎄시봉'의 낭만성과 유려한 가사가 70년대의 가장 유효한 풍경이라는 착각만큼 덧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문득 생각해 보았다. 현 정권 들어서 훼손된 수많은 가치들... 생명(장자연), 대중문화(게임, 대중음악), 환경(4대강 또는 대운하), 노동의 존엄성(이 단어가 무겁다면 가볍게 '가치'). 이 모든 것들이 극적으로 정권 교체를 통해 회복될 가능성이 있더라도 그 시간은 얼마나 허락될 수 있을까? 가능하기나 할까. 


- '상하이 스캔들'이라는 그럴싸한 표현은 마치 영화 제목 같다. 그저 국제적인 오입질 망신이거늘.


- 어떤 의무(?)를 해야 하는 건도 있지만, 책을 보내준다는 분들이 여기저기에 계신다. 고마운 맘으로 보겠다. 일상의 얼마 안되는 고마움과 즐거움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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