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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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고감상정리

[고백] 현세지옥.

trex 2011. 4. 10. 14:18



일본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 아니다. -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 아니니까. 결국 같은 소리다. - 여태까지 봐온 일본영화 중 가장 힘이 넘친다.


영화 초반 2,30분은 관객에게 이 영화의 방식을 소화할 수 있겠냐는 감독의 교육법이다. 즉 혼란스럽고 소란스러운 교실 안엔 관객 당신도 어리벙벙하게 앉아 있는 것이다. 적응할 때 쯤 교사는 1년여간 여러 사람들에게 지옥도를 펼칠 '실험 수업의 방식'을 소개한다. 그리고 아비규환의 장이 펼쳐진다.


이 초반까지만으로 충분히 독립적인 작품이다. 그런데 1시간 30분 가까이 뒷 이야기가 이어진다. 조금 지칠 수도 있고, 어떤 의미에선 동어반복이고, 취향을 타는 감성 학원 드라마풍이 화면이 폼나게(촌스럽게) 나온다. 일견 얄팍해 보이는 기교와 과잉된 장면이 일관된 차가움을 유지하며 차르르 이어질때 이 작품을 좀 의심하게 되었다.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연출법이 학교 때 한번 보고 인생의 영화로 낙인해 버린 [내츄럴 본 킬러]를 떠올렸다. 아마 그 때 이 영화를 봤으면 역시나 최고였다고 했을 것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그리고 마지막으로 치닫을 때 알게 되었다. 여러 사람들의 고백을 주워 삼키던 이 영화의 이야기는 사실 모두를 포용할 생각 자체가 아예 없었던 것이다.


영화 속에서 이성을 유지하며, 단 두번만 울컥이며 무릎 꿇던 교사를 위한 복수 하나만을 위해 달려온 셈이다. 이 폭주 차량의 운전은 주변의 죄없는 사람들의 비명횡사도 기끼어 허용할만치 한 방향으로만 치닫는다. 여기엔 법적인 논쟁이나 윤리가 끼여들 틈은 없어 보인다. 뒤틀린 가족애와 파도치는 사춘기의 격량과 폼재기 따위 칼로 긋고 뭉개버리고 파괴시킨다. 그리고 그 쾌감과 해방감을 불손하게 '장난'이라고 매듭한다.


이 어법에 동의할 수 있는가? 이를 떠나서 힘있고 거침없다는 점에서 긍정한다. 생명에 대해 가벼움과 무거움을 묻는 이 영화의 질문은 스스로 영화가 답을 내린 듯 하다. 가차없다. 도륙과 불타서 파편화된 신체들을 전시하는 영화가 할만한 진중한 질문은 아니지 싶다. 가장 걸맞는 해석은... 아마도 감독은 현세지옥을 충실히 보여준 듯 하다. 지금 당신의 국가 일본은 현세지옥입니다 저는 그게 근심스럽다라는 선언. 그 자체로 만족했을 듯 하다. 관객인 나도 마찬가지다. 걸작 흉내보다 나을수도.


+ 어떤 의미에서 [고백]은 3가지 타입의 모성에 대한 전시장일수도 있다. 하지만 난 능력이 부족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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