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 - 디렉터스 컷]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일단 디렉터스 컷 이전의 본편을 보진 않았다. 기회가 닿아 디렉터스 컷 상영 기간에 보게 되었다. 욕설이 필터링을 되지 않았고, 학교 안의 폭력 행위나 나미 오빠의 법정 장면 등이 소량 추가된 모양이다. 그 장면이 빠진 상태나 추가된 상태를 동시에 상상하면 아무튼 '안 보면 손해볼 정도'의 추가판은 아닌 셈이다. 논조가 특별히 강화되거나 하기 보다는 그냥 [써니]는 본편으로도 충분히 할 이야기는 다한 듯 하다.

[써니]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충분히 알만 했다. 이래저래 자리잡고 앉아서 자리를 잡는 커플에게도, 노인분들을 보자니 각기 건드리는 정서가 있는 듯 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써니]는 80년대를 재현했다기보다는 콜렉션한 듯 하다. 그 콜렉션의 기술 덕에 티아라 기획사 같은데서 이런저런 요소를 따가도 지금 시대에 그렇게 위화감이 없어 보이는게 아닐까. 마그마의 노래가 DJ 박스에서 나오고, 조이의 Touch By Touch가 80년대의 비극적 풍경을 희화화하며 채색한다.

몇몇 사람들에게 희화화된 80년대의 모습은 좀 걸렸을 것이다. 묘한 불편함과 그 안에서 나름 균형을 맞출려는 감독의 노력이 보여 좀더 불편했달까. 나미가 방패를 돌릴 때 튕겨나간 최루탄이 전경들을 향해 갈 때나, 나미의 오빠가 악덕 임금체불 자본가가 될 때의 모습은 80년대를 바라보는 복잡함을 대변한 듯 했다. 따지고보면 Touch By Touch의 교감이나 [손에 손잡고]의 낯간지러움이나 뭔가 통하는 구석이 있다. 전작 [과속스캔들]처럼 정서는 동감이 아니더라도 타이밍이나 연출면에서 출중한 코미디 감각이 있었다.

다만 전작처럼 많이 웃을 수는 없었다. 아닌게아니라 [써니]가 다루는 이야기는 전작보다 좀더 품이 넓은 이야기이고, 보다 직접적으로 삶을 위로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 덕분에 뒷 부분의 유언장 장면은 남은 사지가 마저 뒤틀리는 기분이 들 정도였는데, 그 친절한 설명 덕에 보다 폭넓은 계층에게 설명이 된게 아닌가 한다. 좋은 코미디보다 몇군데 연출에서 감독이 힘을 준 듯 했다. 특히 과거의 영상을 보는 나미의 장면은 보는 마음을 건드렸다. 

연출의 설득력을 위해 캐스팅에 굉장히 공을 들인 태가 확확 났다. 몇명의 연기자들이 연기가 다소 뜬 기분은 들었지만, 이야기에 저해될 정도는 아니었고  과거든 현재든 7공주가 모이는 장면은 후반부로 갈수록 든든한 면이 있었다.

많이 웃을수는 없었고, 결국 내가 본편을 안 보러 간 이유를 새삼 재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생각만큼 불편한 영화는 아니었고, 좋아하는 문체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대중적인 성공작을 만들어낸 감독의 존재는 존중할만 하다. 동의 못한다의 문제는 반대의 의미는 아니고 이 영화를 여러 각도로 숙고하고 문제를 제기한 여러 평들을 읽고 싶다. 감독이 오해한 몇가지 여성성의 문제나 80년대의 재현에 있어서의 실패 문제 등등...

써니 감독 강형철 (2011 / 한국) 출연 유호정,진희경,고수희,홍진희,이연경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