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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꼼수다 : 그들의 꼼꼼한 수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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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꼼수다 : 그들의 꼼꼼한 수다

trex 2011. 8. 30. 08:47


+ 한겨레 웹진 HOOK 게재 : http://hook.hani.co.kr/archives/32539


딴지일보 (자칭타칭)’총수’ 김어준이 중심이 된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가 요새 젊은 직장인들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게 되었다. 이 글을 쓰는 8월 29일 오전, 그들의 캐릭터를 담은 티셔츠가 예약판매를 개시하였고 시원하게 1차본이 매진사례를 치렀다. 낯선 이들에겐 제목조차도 우스꽝스러워 보이지만, 익숙한 이들에겐 매주마다 돌아오는 달콤한 약물같은 ‘나는 꼼수다’이다. 오가는 출퇴근 지하철에서 이들의 방송을 듣다 웃음을 찾느나 입술을 실룩인 경험에 빚지어 몇자 적어보기로 한다.

유사 이래로 인터넷방송이라는 것은 몇번의 인상적인 광경을 보여주며 이력을 이어왔다. 야심한 야근 시간대, 피곤함을 잊어주게 하는 커뮤니티 이웃의 ‘개인 인터넷 음악방송’은 ‘1 대 다수’의 관계라는 ‘홈페이지 세대’의 한 풍경이었다. 쪽지 기능이나 동지의 메신저를 향해 신청곡을 요청하고(아니면 전송하거나) DJ의 멘트와 효과음이 어우러진 재치있는 음악방송을 들으며 적지 않은 시간을 소일했었다. 즉 그 공간 안에선 누구든 ‘배철수’나 ‘김기덕’(또는 이종환?) 같은 DJ가 될 수 있었다. 이런 인터넷 방송은 보다 조직력과 영향력을 과시하며 ‘김구라’ 같은 명인(?)을 배출하는 동인이 되기도 했다. 1 대 다수에서 ‘기획적 소수 대 다수’라는 관계로 바뀌게 된 것이다. 양적으로 크기를 가지게 되면서 ‘수익성’이라는 고민이 옮겨 붙게 되는 지점이다.

이것을 되돌린 것은 아프리카 같은 인터넷 서비스들이다. ‘개인 인터넷 음악방송’은 ‘초고속 인터넷 시대’로 전이되어 ‘개인 인터넷 영상방송’으로 탈바꿈하게 되고, 해당 인터넷 서비스의 수익원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게 된다. 아프리카TV에는 개인의 방송을 보는 인터넷 시청자들이 BJ(브로드캐스팅 자키라는 한국적 조어의 줄임말이라고 해두겠다)들에게 시청료 격으로 ‘별풍선’이란 아이템을 선물할 수 있게 된다. 이 별풍선은 일종의 사이버캐시로 일부는 해당 인터넷 수익원에게 돌아가고, 일부는 BJ들이 일정 기간 후 현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제도는 ‘UCC붐’과 맞물려 BJ들에게 ‘재미있는 컨텐츠’를 만들어야겠다는 동인을 부여하였고 – 근사한 게임방송을 진행하거나, 보이는 라디오식의 음악방송을 하거나 – 해당 인터넷 서비스의 수익을 보장하였다. 그리고 일부 BJ들은 인터넷 내에서 스타가 되었다.

다만 이런 식의 수익성 컨텐츠는 몇몇 인터넷방송의 선정성이나 개인정보에 대한 위협 등의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근래에 인터넷방송의 형식으로 대두가 된 것은 아이폰 출시 이후 부쩍 유명해진 ‘팟캐스트’다. 비디오 컨텐츠도 오디오 연재 컨텐츠 모두 다운로드와 구독이 가능한 이 매체는 사실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사의 iOS 운영체제 및 아이튠즈 프로그램)에서만 재생되는 컨텐츠가 아님에도, 몇몇 이들은 아직도 아이폰 및 아이팟에서만 재생되는 컨텐츠로 인식하고 있다. 랩탑을 위시해 웬만한 휴대용 플레이어에서도 충분히 재생이 가능한 팟캐스트는 듣는 이들 역시 청취자가 아닌 생산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팟캐스트의 구독 및 등록 등의 방법은 검색을 통해서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방송을 디지털식으로 녹음하여 인터넷에 누구나 파일 형태로 받아서 재생해 들을 수 있는 개념으로 편리하게 바뀐 것이다.

김어준 총수는 이 가능성을 십분 발휘한다. 고비용의 환경이 아니더라도 방송을 제작할 수 있고, 파급에 대해선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SNS 쪽의 전파력을 믿어보는 것이다. 그가 방송의 테마와 전반적인 진행, 정리를 맡는다면 지원군도 있게 마련이다. 여기에 시사평론가 김용민 교수와 민주당 소속 17대 전 국회의원 정봉주 의원이 가세하였다. 어느새 16회를 맞이한 ‘나는 꼼수다’지만 8회 지점에서는 새로운 실력파도 수혈하였다. 시사주간지 [시사IN]의 주진우 기자가 바로 그다. 그리하여 익숙한 ‘4인조 편성’으로 완성되었다. 이들의 빼곡한 입담으로 가득찬 50분 ~ 1시간 10분 남짓한 ‘나는 꼼수다’는 말, 거칠게 표현하자면 쾌도난설의 성찬이다. 물불 안 가리고 성역없이 농담과 진담조의 힐난으로 무장해 여기저기 샘솟는 현 정권 안의 병폐들을 건드린다.

여기엔 ‘비영리 목적을 지닌 소수 대 다수’라는 선명한 구조가 힘의 원천이 된다. 그들은 빠듯한 녹음실 대여비와 저렴한 식사비 정도는 자비로 마련하고, 외부의 협찬도 거부한채 ‘공개되고 규칙적인’ 게릴라 방송을 감행한다. 앞으로 이런 운영구조는 변함이 없을 듯 하고, 그 원동력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설득시킬 것이다. 무엇보다도 방송이 재밌다. ‘나는 꼼수다’ 팟캐스트를 접한 숱한 젊은 청취자들의 후기 중 흔한 것이 “정치가 재밌어졌다”는 대목이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정치와 권력이라는 엔진을 단 이들의 불량스러운 행태와 치부를 해부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재미’라 하겠다. 친인척과 자신의 사적 이익만을 차곡 쌓는 권력자들이 애써 ‘국가’와 ‘국민’으로 방어막을 치며 은닉하는 것을 도무지 놔두질 않는 것이다. 이 잔혹무도(!)한 난담 속에서 빛나는 것은 고발 정신과 더불어 꽤나 쓸만한 유머감각과 아슬아슬한 ‘자뻑’이다.

숱한 유행어와 ‘지역구’와 ‘운영 카페’를 앞세우는 정봉주 의원의 칼칼한 웃음소리, ‘누나’와 ‘형님’을 가리지 않는 탐사보도의 후일담을 이죽거리는 말투로 뱉는 주진우 기자, 프로급의 편집술과 자잘한 성대 모사 개인기로 존재감을 박는 김용민 교수 등 이 선명한 캐릭터 감각은 가히 예능프로급이다. 아무 생각없이 1화부터 듣다 재미의 핵심을 알아채고 밤샘으로 ‘정주행’했다는 지인의 고백은 농담이 아니었을 것이다. 꼭꼭 다져진 진실을 숨긴 BBK 스토리서부터 4대강의 ‘1미터’ 차이, 인천공항 매각, 큰 목사님들 이야기까지 듣다보면 참 답답한 소리들의 맥이 잡힌다. 때론 그들의 왁자한 웃음과 각자의 진행 욕심으로 엉킨 정보가 정리가 채 되지 않거나, 멀쩡한 언론이라면 능히 말할 수 있는 영역을 농담조의 방송으로 대체해야 하는 씁쓸함은 묵직한 마음의 과제이다. 여기에 타자화와 객체화는커녕 권력형 인사들의 유린 대상이 된, 한 연예인과 교단의 여성 이야기들은 진행자들조차도 숙연과 분노를 자아내게 한 대목이다.

‘나는 꼼수다’를 들으며 즐거워하는 행위는 이중적인 심사를 자아내는 일이기도 하다. 미국을 필두로 한 타 국가 팟캐스트를 제치고 1위에 입성케 한 찬란한(!) 국격에 웃을 수 있는 심술궂은 쾌감과 “언제까지 이 방송을 들을 수 있을까”하는 현실적 문제에 대한 숙고를 동시에 낳는다. 한낱 포장마차류 정치논평 언사로도 보일 수도 있고, 요즘 유행하는(?) 종북좌파의 사주를 받은 것으로도 보일 수도 있다. 이처럼 SNS를 중심으로 ‘나는 꼼수다’의 효자손을 반기는 분위기도 있지만, 노골적인 반감과 무력론을 표하는 쪽들도 만만치 않다. 그들이 어떤 언사를 늘여놓든간에 현실은 더욱더 스펙터클하게 곽노현의 ‘2억’으로 지면을 장식할만치 강건하기도 하다. 오세훈은 비웃음감이 되었지만, 차세대 스타(!)는 얼마나 징그러울지 누구도 모를 일이다. ‘나는 꼼수다’에 있어 가벼움은 그 징그러움을 견뎌낼 내공이며, 집요함은 은연중 그들의 미덕이 되었다.

‘나는 꼼수다’의 ‘꼼수’는 그들이 겨냥한 일군의 어르신들을 겨냥한 표현이었지만 내 식대로 풀자면 ‘꼼꼼한 수다’로 보이기도 하다. 또 한번의 업데이트가 이번주 목요일 있을 것이다. 기다리고 있다. 아마 당분간은 그들이 멈추지는 않을 듯 하다. [11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