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09. 2. 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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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니썬(RainySun) 『Origin

소니뮤직 / 09년 01월 발매

1. origin
2. dusk fall
3. dim
4. beautiful shine
5. manes
6. 재
7. innocent
8. 그 후로 오랫동안
9. block
10. black dog
11. snuff
12. 장마
13. water


레이니썬의 기원(Origin)을 소급해보자면 연관되는 밴드명은 몇개씩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레이니썬 같은 밴드는 그 앞에도 뒤에도 찾아보기 힘들다. 비극적인 시야로 비춰 보자면 레이니썬 같은 독창적인 목소리를 지닌 변신체가 우리 음악시장의 안정성에서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앞으로도 극히 희박하다는 사실이다. 다소 달리 생각해보자면 이런 음악시장 환경 안에서 레이니썬은 90년대 이후 나온 팀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존재 중 하나였다.

많은 이들은 앨리스 인 체인스, 툴, 콘, 마를린 맨슨 등을 거론하였고, 밴드 자신도 격한 거부를 하지는 않았다. 정차식의 보컬은 한없는 슬픔의 나락으로 추닥하다가도 일순 콘의 조너선 데이비스처럼 으르릉거렸고, 이들의 음울한 세계관 안에선 툴의 초기 뮤직비디오의 딱딱거리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인형들이 춤을 출 듯 하였다. 이렇듯 레이니썬은 동시대 밴드들의 영향성을 흡수하였음에도 결과적으로는 레이니썬만의 독창적인 아우라를 확립하였다. 부산씬의 자긍심 중 하나였고 인디 음악씬 초기의 주목받을만한 이름이었다. 이런 밴드가 '생활의 기본권'을 말하는 현 실태가 한국대중음악시장의 비극이다.

(지난해 12월에 무사히 발매되었다면) '4년만의 신작'이 될 수 있었던 간만의 작품 『Origin』을 채우는 것은 레이니썬의 입장에선 '상식선의 어두움'이 가득한 기운이다. 지난 앨범 『Woman』의 도입부를 연상케하는 지직대는 LP음이 지나가자 묵직하게 밟은 헤비메탈음이 곡 전반을 지배하는 「Origin」이 시작된다. 레이니썬은 어쿠스틱한 사운드와 구슬픈 감수성으로 적셔진 앨범 『유감』, 크리스 바가의 찰진 드러멍이 인상적이었던 관능적인 트립합 계열의 앨범 『Woman』으로 마치 먼 길을 헤매다 온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 시점 1.5집에서 2집으로 개명된 『유감』, 그리고 3집 『Woman』이 이런 사운드의 경향에서 멀쩍이 떨어져 보이진 않는다. 여전히 음습한 공기 안에서 뒤틀린 레이니썬의 정서는 강단 있는 메탈 음악으로 귀환해 보여도 한결같은 그들 자신으로 보인다. 다만 기원상 그들은 애초부터 헤비 메탈 키드였으며, 원 멤버들의 규합이라는 지금의 환경 덕에 마치 먼 길을 걸어온 듯 보였지만 타인과 나와의 관계에서 절멸과 고통을 이야기하는 그 화법은 여전하기만 하다.

그리고 이어지는 곡 「dusk fall」에서 예의 '그 때의 귀곡'을 흘리며 고통을 내지른다. 자신의 음악적 뿌리에 대한 헌사 같은 「dim」에선 기어코 그들은 자신들이 앨리스 인 체인스의 기이한 적자임을 증명해낸다. 흑마술의 주술을 흘리는 듯한 정차식의 퇴폐미 가득찬 보컬이 이내 으르렁댐으로 바뀌고, 김태진의 기타가 시종 의욕차게 곡을 두르고, 최태섭과 김대현이 곡의 심장박동을 만든다. 이 또아리치는 진한 메탈의 내음은 우릴 가학적으로 괴롭히고 긁어댄다.

초반이 기원에 대한 고백격이었다면 중후반은 다소 복잡하다. 「beautiful shine」, 「그 후로도 오랫동안」같은 발라드들은 서로 닮아 보이지만 전자가 정차식의 앙칼진 면모를 부각했다면, 후자는 관능적이고 자기위안적이다. 이런 양면성을 총화한 듯한 「재」에서는 바닥까지 긁어대는 현악 편곡과 보컬이 곡의 비의를 극단까지 몰고 간다. 사실 이런 곡들이 가진 묘한 '가요 화법 뒤틀기'보다 「snuff」(레이니썬식 '살인의 추억'?) 같은 트랙이 지닌 음산한 긴장감이 한결 그들에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지만.

「manes」, 「innocent」등의 트랙은 헤비 사운드와 일정부분 선을 그었던 과거작들의 어떤 경향들을 다시 재현한 듯 하다. 이로써 본작은「block」류의 메탈 넘버와 지금까지의 이력을 한데 묶은 총집판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에 더해 화려한 게스트 진용의 「origin」, 「black dog」이 보여주는 열띤 광경은 본작을 한 밴드의 회귀작 이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뭉클함을 선사한다. 레이니썬의 신작 『Origin』은 한 밴드의 기원에 대한 토로이자, 한 씬에 뿌리 내린 밴드의 존재감과 진득한 생명력을 새삼 입증하는 수작이다. 언제 어디에서부터 쏟아질지 모를 공격적인 「장마」를 맞으러 플레이버튼을 누르는 내 손가락은 피학인 듯 하다. [090209]


* 크레디트 *

- 레이니썬 are
= 정차식(보컬)
= 김태진(기타)
= 최태섭(베이스)
= 김대현(드럼)

- Produced by 최태섭 @ Tone Studio
- Recorded by 이태섭 @ Tone Studio
- Mixed & Mastered by 김대성 @ Tone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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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dARTH jADE 2009.02.10 08:48 신고  Addr  Edit/Del  Reply

    앗! 얼마 전에 토시오는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생각했는데, 한 번 더 생각하니 토시오는 레이지 본이었네요. 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