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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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7집

trex 2009. 2. 12. 14:47
+ 음악취향Y 업데이트 : http://cafe.naver.com/musicy/7672


이소라 7집

Mnet Media / 08년 12월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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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지도 못한 채 태어나 날 만났고
내가 짓지도 않은 이 이름으로 불렸네

9번 트랙의 가사는 마치 개개의 수록곡에 별도의 제목을 달지 않은 본작의 비밀을 품고 있는 듯 하다. 이소라는 본작에서 고착화된 수록곡의 타이틀이나 작법에서 벗어나는 몇개의 시도를 하고 있다. 마치 이것은 『눈썹달』로 규정된 극단적인 상실의 정서라는 이미지의 고착화를 거부하는 듯한 몸짓이다. 그 덕일까. 1번 트랙엔 정순용이 만든 곡에 스튜디오의 정지찬의 보컬이 끼여들고, 4번 트랙은 아예 김민규와 정순용의 독립적인 작곡 넘버가 하나의 트랙으로 접합되었다. 곡의 구조도 다소 낙차가 느껴지는 물결의 흐름이지만 나름 유연해 보인다. 

이소라는 될 수 있으면 개별 넘버들에 연관된 주석 같은 에피소드를 친절히(?) 달아 놓으면서 단서를 뿌린다. 제목을 짓는 것도 듣는 당신들의 몫이며, 부클릿 뒷편의 수많은 여백들을 채우는 것도 당신의 호흡과 행간으로 만들 언어일 것입니다라고 하는 듯 하다. 이건 그녀의 『SoRa`s 5 Diary』에 이은 간만의 안부인사 같다. "이건 당신의 다이어리입니다."

어쿠스틱한 사운드가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그 곁을 옅은 일렉 텍스처가 감싼다. 마치 정갈하게 씻어 접시 위에 담은 때깔좋은 채소를 감싸는 비닐랩 같은 투명함. 정서의 차이가 있지만 여전히 『SoRa`s 5 Diary』와 『눈썹달』를 경유해 닿은 앨범이니만큼 사운드와 편곡에 대한 성실함은 믿음직한 수준이다. 『슬픔과 분노에 관한』의 끝간데 없는 분노와 『눈썹달』의 모래 행성 위 외톨이 여정을 함께 확인하며 나이가 먹은 팬들이라면 3번 트랙의 위안 역시 여전히 이소라라는 수긍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일청 후 작곡가의 이름을 다시금 확인하게 만드는 좋은 싱글들도 그득하다. 6번 트랙과 11번 트랙이 요즘 그런데, 또 다음엔 어떤 트랙을 재발견하게 될지. [09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