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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위기?

trex 2012. 5. 16.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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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진 HOOK 게재 : http://hook.hani.co.kr/archives/41761


요즘 이래저래 들리는 이야기로 네이버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생각해보면 한국 IT는 언제나 위기였다. 당사자들은 알겠지만 언제 한번 맘 편하게 이 업종에 대해 안도한 적이 있었던가. 외국에서는 거창하게 소위 ‘닷컴 버블’이라고 불렀지만, 우리네는 벤처 회사들의 몰락과 고용센터에 즐비하게 앉아 대기하는 실직자들의 처진 어깨로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네이버의 위기가 넓고 인상적으로 화자되는 것은 아무래도 그들이 국내 No.1의 업체라는 점에서 기인할 것이다. 네이버가 외부로부터는 내내 빈축의 대상이지만, 내부에서의 위기로 휘청이는 것을 포착할 것이라곤 웬만해선 예상하지 못한 탓이 크리라.

네이버는 외부에서부터, 특히나 경쟁 분야의 업체로부터는 잦은 빈축의 대상이었다. 요즘 들어 오픈마켓 시장에까지 진출한 네이버이지만, 당장의 실익에 대한 효과는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서비스만은 달랐다. 네이버의 부동산 수익 모델이 처음에 선보이자 그 파급효과는 확실히 달랐다. 최근 관련 업종 종사자들을 만나 이야길 나눌 때 특히나 실감하는 대목은 네이버 부동산 서비스 개설 이후 기존의 부동산 포털 업체들의 수익성이 극히 악화되었으며, 이들 사무실이 축소/이전되고 인원을 감축하였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그들만큼 네이버의 확장으로 인한 반발을 실감나게 표할 수 있는 업종도 없을 것이다. 이들에게 네이버는 일종의 ‘공적’이다.

아무튼 네이버는 거대한 한국 IT 기업이다. 이들은 한국 특유의 검색 광고 시장 모델을 굳혔고, ‘공개와 확장’이라는 웹 2.0 시대의 모토에 굳이 얽매이지 않아도 블로그에 의한 영향력을 다졌다. 전언한 부동산 서비스의 수익성을 다졌고, 이젠 오픈마켓 시장에까지 손을 내민 마당이다. 영화와 음악을 비롯한 문화 컨텐츠에 대한 관문까지 개설해 대내외 인력으로 경쟁력을 구축하였다. 외부의 빈축은 이것이 단순히 네이버 만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아닌, 자신들의 수익성 위협은 물론 인력을 스카웃하는 리스크를 감당하게 하는 것에 이유를 가지고 있다. 네이버를 비판하는 상당수의 목소리는 이런 ‘독과점’에의 우려라는 한결같음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인지 최근 정부의 네이버에 대한 ‘시장지배적 사업자 선정’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도 있다.

또한 네이버 자신들이 말하는 혁신과 품질 향상은 어디까지나 ‘네이버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가령 네이버의 대표 브랜드인 ‘지식인’ 서비스 등이 그러하다.

그러던 것이 올해부터 조금씩 상황이 달라졌다. 네이버 스스로 ‘아이폰 쇼크’ 이후 모바일 플랫폼 시장에의 안착에 대해 성공하지 못했음을 자인했으며, 창업주 이해진 이사회 의장이 네이버 내부에 대해 쓴소리의 직격탄을 날리기까지 한 것이다. 내부의 치열함이 사라졌음을 지적한 그의 지적 이후 통근 버스 제도가 사라졌으며, 조직 개편 후 내부 관리자들이 퇴사했다는 소식들이 간간히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젠 한 직원이 내부 자금을 횡령했다는 불미스러운 뉴스까지 들리는 형국이다. 이때부터 언론들은 기다렸듯이 ‘네이버 위기론’을 유행어처럼 써먹기 시작했다. 특히나 요직들의 퇴사 러쉬(?)는 내부 변화와는 큰 관련이 없다는 네이버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네이버의 위기는 사실일까? 위기라는 단정보다는 계속적인 이윤 추구와 성장세를 점쳐야 하는 기업의 생리상 ‘시의상 자체 위기 진단’을 내린 것에 가까워 보인다. 그토록 No.1의 산을 쌓아올린 그들이 하루 아침에 무너질리는 만무하고, 모바일 위주로의 시장 개편을 선두하지 못한 탄식일 가능성도 크다. 다만 이해진 이사회 의장의 몇몇 발언들이 가진 휘발성 -가령 개발자들을 다시 야근 전쟁으로 모는 -은 아쉬운 부분이 분명 있으며, 한국에서 IT 기업이 근로기준법을 엄수하며 ‘그린’하게 운영되기란 요원한 것인가 하는 한숨도 나온다. 또한 네이버가 이번 변화로 인해 ‘개방’적인 서비스 모델로 재편될 것인가 하는 의문 부호도 여전하다. 아마도 이 부분은 진작에 회의적인 입장을 지닌 논자들이 많을 것이다.

+ 위기든 아니든간에 네이버를 둘러싼 담론과 문제 지적들은, 이미 네이버를 넘어 한국 IT 환경에 대한 재고를 요구하게 한다. 가령 네이버 메인 화면의 뉴스 캐스트에 연일 자극적인 제목으로 자신들의 페이지 뷰(PV)를 늘이기 위해 혈안이 된 언론사들이 특히 문제다. 밤의 대통령 노릇을 자인하는 주류 언론들은 물론, 진보와 개혁연 하면서 사실상 뉴스 캐스트 문제에 있어선 별 다를 바 없는 진영의 언론사들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네이버의 변화도, 언론사의 변화도 모두 요원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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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