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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2 [라디오맨]

trex 2012. 8. 23. 11:43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워싱턴이든 뉴욕이든 영화 로케 장소에 불쑥 찾아오는 존재가 있다. 목에는 헌 라디오를 메고, 이런저런 봉지가 달린 자전거를 끌고오는 그의 이름은 '라디오맨'. 론 하워드, 마틴 스콜세지 같은 감독들조차 그를 알고 있고, 그를 다룬 다큐에선 조지 클루니, 조쉬 브롤린, 조니 뎁, 헬렌 미렌, 메릴 스트립, 로빈 윌리암스, 틸다 스윈튼 등이 흔쾌히 인터뷰에 응한다. 과연 그는 누구인가?


본명은 '크레이그 카스탈'. 하지만 그는 자신의 본명을 좋아하지 않고 자신의 과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노숙자인가? 그럴수도. 하지만 그는 자신의 거처가 있다. 비록 눅눅한 VHS 더미들을 수북히 쌓아두고 쓰레기와 생활 도구들의 구분이 가지 않는 환경이지만 아무튼 분명한(?) 거처가 있다. 하지만 알콜 중독의 노숙 경력이 있고 불콰하게 취한 상태에서 이런저런 로케 현장을 누빈 것이 인연(?)이 되어 이후부터 '라디오맨'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1990년작 [허영의 불꽃]에서 음주 상태의 연기자(브루스 윌리스!)를 보고 술병을 건네다, 현실이 아닌 연기 현장의 영역을 인식한 그는 이때부터 영화든 드라마든 로케 장소에 천착하게 된다. 우체국 근무 경력이 있었지만, 남들과 같은 규칙적인 삶을 거부한 퇴행을 선택한 덕에 영화 현장은 매혹의 공간이 된다. 매일같이 출근부를 찍은 덕에 - 배우들조차 부르지 못하는 - 마틴 스콜세지의 애칭 '마티'를 부를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하였고, 어슬렁거리던 그를 단역으로 기용하는 용감한 감독들도 늘어났다.


[고질라](롤랜드 에머리히), [디파티드], [월스트리트2] 등 100여편 이상에서 '지나가는 역할'로 나온 라디오맨은 현장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를 속으로 꺼려할 순 있지만 대놓고 미워하기는 어려워졌다. 그는 기묘한 매력덩어리가 되었고, 배우들은 그에 대한 애정어린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오기가 생긴 그는 오스카가 열리는 LA행을 택하기도 하고, 오스카 시상 결과에 대해 모텔에서 투덜대기도 한다.(시상식장 진입은 당연히 실패한다)


이 기묘한 사내의 매력에 대해 궁금함을 숨기지도 않고, 다소간의 걱정도 하는 듯 하지만 다큐의 톤은 대체로 낙천적이다. 무엇보다 [본 슈프러머시]의 마지막 장면과 모비의 음악을 활용한 마지막 장면 처리는 기가 막힐 정도. 헐리우드의 이방인이자 식구인, 라디오맨을 위한 응원이다.



+ 헐리우드산 영화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 그이지만, [트왈라이트]의 '밀가루'에 대해서는 불평 일색이다. 도대체 사람들이 그 배우를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