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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 reed & Metallica 『LULU』: 언짢은 에필로그

trex 2014. 2. 25. 16:52

+ 음악취향Y의 루 리드 추모 특집 시리즈의 일환으로 적은 것입니다 : http://cafe.naver.com/musicy/18368





Lou Reed & Metallica 『LULU』

Vertigo / 2011년 10월 현지 발매



CD 1

01. Brandenburg Gate

02. The View

03. Pumping Blood

04. Mistress Dread

05. Iced Honey

06. Cheat on Me


CD 2

01. Frustration

02. Little Dog

03. Dragon

04. Junior Dad



로큰롤 명예의 전당 25주년을 기념한 매디슨 스퀘어 가든 공연(2009년 10월), 메탈리카가 연주를 마치고 제임스 햇필드가 루 리드를 소개하는 순간 관객들의 함성 사이에 야유가 끼어든다. 무슨 연유인가. 이미 본 추모 특집편시리즈를 통해 여러분들은 뉴욕파 아방가르드 거장의 풍모는 맛보았을 터이다. 전위와 실험, 그에 걸맞은 부침 많은 디스코그래피 상의 이력의 보유자, 이 루 리드의 등장을 반기지 않는 야유와 함성은 지금도 유튜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래도 루 리드 본인이 1996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올라온 거장이거늘)



당시 메탈리카와 루 리드가 협연한 트랙은 「Sweet Jane」였는데, 예상하시는 바대로 두툼한 메탈리카의 배킹 연주에 루 리드의 걸쭉하고 달콤한(?) 보컬과 이에 달갑지 않은 제임스 햇필드의 추임새까지 재밌는 부조화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관객의 입장에서는 이게 재밌다기보다는 애초부터 '잘못된 만남'이라는 생각이 강했는지, 몇몇 이들에겐 야유를 퍼부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나 보다. 어쩌면 이들은 이 무대 이후 나올 결과물을 예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이건 몰랐을 거다. 이 곡에서 메탈리카가 들려준 배킹 연주가 앞으로의 콜라주 음반에 실릴 묵직함의 강도보단 나름의 '힘 조절'을 한 편이라는 것을.



『LULU』는 매디슨 스퀘어 가든 공연이 있던 2009년의 2년 뒤 발매되었다. 완성도에 대한 기대감보다도 일단 루 리드와 메탈리카의 본격적인 조우라는 점에서 화제성이 클 수밖에 없었고, 명반 가뭄의 시대에 '혹시나'하는 기대감이 팬들의 귀를 쫑긋 세웠다. 게다가 기대작이라는 이름에 들어맞는 볼륨감으로 무장한 본작은 2CD라는 방식으로 10여 분대가 넘는 대곡(?)들을 한산하게 담았다. 음반커버를 비롯하여 구체적으로 뭘 보여주려는지 알 도리는 없었지만 야심만은 확실히 서려 있는 듯하였다. 그리고 결과물은...





『Garage Inc.』풍 도입부에 '비교적 노래를 부르는' 루 리드의 보컬이 한 소절 마무리 될쯤, 탕탕거리는 메탈리카의 배킹이 이어지는 「Brandenburg Gate」는 그럭저럭 괜찮다. 다른 두 팀이 만나면 이런 광경이 벌어지겠다 싶은 예상치를 딱히 배신하지는 않는다. 물론 그 이상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그런데 두 번째 곡이자 첫 싱글인 「The View」에서부터 슬슬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노래를 부른다기보다는 스포큰 워드(Spoken Word)에 가까운 루 리드의 작법과 맹진하는 메탈리카의 만남이 걸맞지 않음을 이내 깨닫게 된다. 『S & M』에서부터 최근 그래미 무대에서의 랑랑과의 협연이 보여주듯, 메탈리카는 스래쉬 메탈이 한 시대의 대중음악으로서 당당한 자리매김을 했음을 스스로 전설됨으로 증명하려는 듯하다. 하지만 이 강성 '메탈리즘'이 루 리드의 '반골리즘'을 만나니 불협화음이 시작된다.



『St. Anger』, 『Death Magnetic』 등 일련의 작업에서 일렉 악기의 타격감을 유난히 강조하던 메탈리카의 이력이 루 리드와의 만남에서 실책을 거듭하는 것이다. 후드를 뒤집어쓴 사자의 언어를 반복하는 듯한 루 리드의 관조를 방해하는 메탈리카식의 비장함이 「Pumping Blood」를 소음으로 만들고, 「Mistress Dread」는 마치 10일여간 음반을 만들면 이런 나쁜 참극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의보 같다. 「Cheat On Me」는 음반을 듣는 내 시간 10여 분과 공간에 대한 숙고를 안겨준다. 제 할 일만을 충실히 해내고 내빼는 리듬 기타와 드러밍의 무정함은 상기할수록 왠지 풋하는 웃음을 유도한다. 그나마 『Garage Inc.』의 곡들을 좀 닮아있는 「Iced Honey」가 양호한 편이나 끼어드는 제임스 햇필드의 목소리마저 막진 못했다.



음반 발매 후 2년 뒤인 2013년 10월 27일, 루 리드는 오랫동안 앓아온 간 질환을 이유로 타계했다. 결과적으로 『LULU』는 그의 유작이 되었는데, 이는 B급 액션영화 [스트리트 파이터]가 유작이 된 배우 라울 줄리아의 운명과 비슷한 불명예(?)인 셈이다. 다행이게도 『LULU』가 큼지막한 볼륨 안에 패착 덩어리만 담은 것은 아니었거니와, 마지막 곡 「Junior Dad」가 들려주는 여운은 그에 반해 또 만만찮은 것이었다. 사람들이 인식하는 메탈리카식 음악에서 제일 떨어져 있는 편이며, 루 리드의 관심사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편인 이 곡은 19분의 시간 동안 모던 헤비니스의 경향성과 감성적인 쓸쓸함을 담고 있어 인상적이다. 8분여간 곡과 음반 전체를 마무리하는 앰비언트적 마무리는 일종의 장례의식이 된다.



물론 이 쓸쓸함과 장례의식의 상기는 그의 죽음 사후의 인상에 지나지 않을 수 있겠으나, 망자를 되뇌는 방법으로 디스크의 곡을 선택하는 것까진 막을 순 없으리라. 남은 씁쓸함과 언짢음은 이 반골리즘의 실험가를 자본이 어떤 방식으로든 '되팔지도' 모른다는 전망이다. 언제든 그래 왔잖은가. 박스셋과 트리뷰트가 무성의하게 범벅이 된 시시한 시대에 루 리드는 명징하게 그렇게 우릴 떠났다. [20140225]



Produced by Greg Fidelman, Hal Willner

Engineered by Greg Fidelman, Kent Matcke, Dan Monti, Jim Monti

Mixed by  Greg Fidelman

Mastered by Vlado Mel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