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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le Out : 197회차 - 동찬, 트레일라이너

trex 2018. 5. 14. 10:11

웹진에서 글을 적습니다 (링크) / 별점은 이상한 제도입니다.


트레일라이너 「Geranium」

한 신진 밴드가 있다. SNS 채널을 통해 일련의 커버곡 영상들을 올리고 아프리카TV 서비스를 통해 밴드의 존재를 알린다. 음악은 어떠한가. 보컬 전대건의 쾌청한 목소리가 앞서 자리하고 – 이런 보컬 녹음의 세팅 자체가 이들 음악의 일단을 보여주는 듯하다 – 혼연일체의 멜로딕한 편곡이 인상적이다. 뻑뻑하고 까슬한 최근 몇몇 일군의 경향과도 다르고, 미니멀하고 굵직한 인상을 남기는 방향과도 이 젊은 밴드에겐 차이가 있다. 본 곡을 구성하는 코러스와 화려한 분위기의 조성은 뜻밖에도 홍보 방향과 음악의 트렌디함을 이들 스스로 강조하는 것과 다른, 어떤 의미에선 유러피안 파워 메탈 풍의 추억 몇몇 조각들을 자극한다. 이 밴드 사운드에서 우러나오는 대중 친화적 면모는 듣는 나로선 현재의 시점보다 복고에서 추출되어 와닿게 들린다. ★★★

 

동찬 「관망 (feat. 오요)」

보도자료는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회사, 지방 소도시, 아픈 사람의 신음으로 가득 찬 병원‘ 등의 음악인 개인사의 몇몇 대목과 편린들이 이 곡이 수록된 음반을 낳은 동기임을 설명하고 있다. 살면서 가혹하게 만날 수밖에 없는 이런 장면들은 이 글을 쓰는 내게도 스치거나 육중한 팔을 휘두르며 다가오기도 했으니 이 사운드를 듣는데 몰입에 도움이 되었다 할 수 있겠다. 동찬의 학사 시절 전공이기도 했다는 피아노가 첫 음을 낳으면, 이내 관망자의 목소리를 지닌 오요의 목소리가 명료하게 막을 연다. 그리고 전자음과 만난 사운드들은 점을 박거나 흔들리고 뒤틀어지며, 투명하지만 원경의 전망을 막는 기류를 형성한다. 감상을 전제로 하는 음악이라고 설명을 하지만, 음반 후반에 들어선 나름 ‘육체’를 움직이는 트랙들도 포진되어 있는데 동찬에게 있어 이 곡이 일종의 타이틀곡이 되어야 할 이유는 이 안개 같은 기류와 창작과 사랑, 헛된 사람들 사이의 교류 등을 말하는 나래이션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 가사에서 ‘신의 권능(The Blessing from the God)’을 거론할 때 곡 역시 순간 장엄해지다 이내 저문다. 커널스트립이 본명인 동찬이라는 이름을 잠시만 찾은 것인지 앞으로의 새 장을 선언한 것인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이 순간이 기억될 장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