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Single Out : 222회차 - 장기하와얼굴들, 술탄오브더디스코, 애리 본문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링크) / 별점 제도는 이상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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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와얼굴들 「그건 니 생각이고」
2개의 간략한 건반 악기 편성으로 들려주는 마지막 음반 속 싱글 커트곡이 주는 소회는 적지 않은 이들에게 남다르게 들릴 것이다. 어떤 이에겐 엠넷의 《덕후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편에서 뉴웨이브의 전설, David Byrne(Talking Heads)을 만나기 위해 간 팬보이 청년 장기하의 짧은 여정이 상기될 것이다. 다른 누군가에겐 곡 속에 삽입된 서태지와아이들의 「환상속의 그대」(92)를 듣고 장기하와얼굴들의 오마주가 짚었던 영토가 이제 70년대, 80년대를 건너 90년대에 당도했다는 실감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럼 다음을 향해... 아 이제 끝났지’라는 슬픈 감상을 추가할지도 모르겠는데, 글쎄요. 음악인 장기하의 여정이 끝났다고 단언하기엔 우린 너무 오만한 판단을 하는 것일 테고, 그저 그는 여기서 한 대목을 정리할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뾰뾰뿅 사운드 안에서 차분히 관계와 세상살이의 조각을 짚었던 이 곡 다음 챕터의 걸음걸이를 누가 감히 전망하겠는가. 그저 달력만 넘어간다. 뾰뾰뿅. ★★★☆
술탄오브더디스코 「통배권 (feat. 뱃사공)」
신보를 이해하기 위해선 1집 이후 나온 싱글들보단 다큐 《수퍼 디스코》(2018)의 관람이 훨씬 도움이 될 듯하다. 재능있는 밴드 프론트맨의 번아웃과 이를 지켜볼 수밖에(그리고 지켜보기엔 억장이 무너지는) 없는 레이블 대표와의 피하기 힘든 갈등을 보여주는 이 작품의 대목들은 내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2018)의 서사보다 나아 보였다. 진통 이후 나온 술탄의 음악들은 기계적인 이분법으로 분류하자면 ‘여전함‘과 모색에 의한 분화 또는 심화인데, 이 곡은 첫 감상대로 ‘여전함‘ 쪽으로 들린다. 그 ‘여전함‘은 당연히 태만이 아니라 나잠수의 송메이킹과 홍기의 착착 맞는 기타 등으로 ‘제대로’의 맛을 구현한 완료로 대변된다. 왜 뮤직비디오 속 애니메이션은 만화 《쿵후보이 친미》의 통배권 모션을 구현하지 못했느냐, 왜 밴드 안의 힙합 전사 김간지를 놔두고 굳이 라짓군주의 뱃사공을 초청했냐 하는 문제는 그저 장난으로 걸어보는 심술에 불과하다. 뱃사공은 컨셉을 잘 이해한 가사를 가져왔고, 연주를 비롯한 안무와 컨셉은 대한민국 유일무이한 밴드의 모습을 잘 지키고 있다. ★★★☆
애리 「없어지는 길」
큰 무대보단 작은 무대가 많은 씬의 특성상 애리는 이 곡을 밴드 편성이 아닌 홀로 기타를 들고나온 무대에서 부를 때가 많다. 덕분에 라이브에서의 이 노래에선 마무리 대목에서 그 적막함이 쓸쓸하게 닿는 기분이 강했다. 스튜디오 밴드 편성으로 듣는 이 노래에선 적막함은 물론이며, 때론 베이스로 인한 절박한 발걸음 같은 박자를 때론 기타로 인한 파장을 때론 드럼으로 인한 역동을 무엇보다 애리의 보컬이 몇 겹을 만들면서 환상성을 배가시킨다. 더욱 치열하게 접근하는 화자의 정서와 사이키델릭한 도취의 기운이 휘감는 후반부는 홀로 선 라이브 무대보다 추가된 런닝 타임을 요구하고, 그만큼 청자의 폐를 쿡 누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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