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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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단지]

trex 2022. 10. 14. 09:58

최근 어떤 분의 팟캐스트를 챙겨 듣기 시작했는데 마침 [날씨의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더라. 그렇지 않아도 올해 여름 여러 곳에서 비로 인해 적지 않은 진통이 있었는데, [날씨의 아이]가 그 비로 인한 예상치 못한 수난을 다루고 있기도 하고 이 작품 [표류단지]가 그치지 않는 비와 그로 인해 범람한 대양을 그저 떠다니는 주택 단지를 다루고 있어 심정적으로는 맞아떨어졌다. 

물로 가득찬 세상을 두둥실 떠다니는 허름한 단지 건물, 그 건물을 배 같이 여기며 정상적인 세상으로의 경로를 모색하는 '소년소녀 표루기'라는 점에서 자주 쓰는 표현인 ' boy meet girl의 원칙을 나름 준수하거니와 사적으론 둔촌 주공의 기억을 건드리는 부분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소년소녀의 모험과 그에 따른 귀결은 사실 실제로 벌어진 일이 아닌 일종의 환상성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이 오래된 단지 곳곳에 놓인 수풀들은 시간의 누적을 통해 이곳을 뛰놀고 누비던 아이들의 활기와 생동감의 기억을 역시나 환상을 빌어 실체화해 아이들 앞에 나타난다.  

...라고 적으니 적절한 설명을 통한 친절한 방향의 어려움을 느낀다.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가 가진 당당한 뻥튀기의 화법을 여기선 용인해 주시길, 넷플릭스를 통해 [펭귄 하이웨이] 등의 작품을 제공한 스튜디오 콜로리도의 작품인데, 최근 내가 일본 애니메이션 라인업들의 고질적인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가슴 언급에 대한 천착이 없다는 점에서 - 신카이 마코토든 앞서 언급한 [펭귄 하이웨이], 여기에 [서머타임 렌더] 등의 최근 시장의 경향을 생각하면. - 나름 준수했다는 마음속 별점을 남겼다.

기억의 흔적과 미처 사과를 뱉지 않은 마음의 앙금도 거론하지만('혼네'라는 그곳 특유의 국민성[?]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앞으로 가자는 진취적(?) 방향에서 뜻하지 않게 형성하는 시큰함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