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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공통리뷰] 와이낫(Ynot?) -『아지랑이 리듬

trex 2009. 6. 2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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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낫(Ynot?) 『아지랑이 리듬
포니캐년 코리아 / 09년 05월 발매 

 

01. 말하고 말하고 
02. 두 번째 선인장
03. I Need Your Love
04. 엄마의 편지
05. 내게 있는 건
06. Ready to Go, Redy to Fly
07. 나는 얼룩말
08. I Say Shoot It!
09. 아마 너도 그럴테지
10. 입술, 눈, 머리, 가슴
11. 맏인가?
12. Re-Member (Studio Live) 


와이낫의 무대를 처음 봤던 순간을 다시금 생각한다. 2000년 연말이었던가. 영국과 미국을 거치며 밴드 해체-솔로 활동의 부침을 겪으며 다시금 밴드로 돌아온 모 뮤지션과 멤버들이 양재교육문화회관(현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첫 무대를 가지던 때였다. 당시 오프닝을 맡았던 밴드 중 하나였던 와이낫이 보여준 활력은 대단했다. 시종일관 훵키함으로 두른 사운드 안에서 꽹가리를 들며 무대를 휘어잡던 보컬의 활발한 움직임은 특히나 좋았다. 이처럼 98년 첫 결성 이후 수백회의 라이브를 가진 밴드 와이낫의 활력은 사실 앨범에서보다 라이브 무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신작 『아지랑이 리듬』은 1집 『This Is The Freedom To The Power! 』에 이은 7년만의 신작이다. 말하자면 당시 아장아장 걸음마를 떼던 아기는 이제 2집이 나온 시점에 초등학교 입학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짖궂은 농담을 하기엔 숱한 라이브의 이력과 잊을만하면 나오던 싱글 앨범들이 밴드의 음악적 성실함을 굳게 증명하고 있다.


『아지랑이 리듬』의 주요 정서를 채우는 것은 훵키한 사운드를 주조로 한 팝멜로디의 활력 넘버들보단 확연히 어쿠스틱해지고 잠잠해진 말 그대로의 '아지랑이 리듬'들이다. 이런 변화를 서운하다고 말하기엔 쉽겠지만, '낯설다'고 표현하는 것은 다소 무책임한 일일 것이다. 이미 근작 싱글 앨범 『Greenapple』에서 이들은 이런 성향을 노출한 바 있다. 파닥대는 발짓보다는 들썩대는 어깨짓에 가까운 리듬감과 짜르르 깔리는 건반음이 주조를 이룬 「파랑새」와 나즈막한 여유로 가득한 「세 발짝쯤」은 이미 『아지랑이 리듬』을 상당간 예고하고 있다.


드럼 루프가 배경의 점을 찍는 어쿠스틱한 넘버 「말하고 말하고」을 필두로 데뷔반의 넘버 「선인장」의 후속편 격인 「두번째 선인장」은 레게 리듬을 여전히 차용하며 몽롱함에 다가간다. 이후 비슷한 분위기가 「내게 있는 건」, 「나는 얼룩말」같은 넘버들에서 재현된다. 그러다 이 차분함은 「아마 너도 그럴테지」에서 성찰적인 태도로 앨범 내에서 큰 점을 찍는다. 좋은 말로 하자면 새벽의 사운드이며, 나쁜 말로 하자면 누군가에겐 이 여정이 좀 지루할 것이다.


이런 식의 낯섬이 이들의 이력에서 처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다소 서운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들의 초기 사운드를 인상깊게 만들었던 베이스라인이 '팍' 죽었다는 점일수도 있겠다. 이런 서운함을 상쇄하기 위함인지 「I Need Your Love」, 「Ready to Go, Redy to Fly」이 나름 분전하고 있지만 역시나 역부족이다. 비교하자면 인큐버스의 이력이 『S.C.I.E.N.C.E』에서 바로 『Morning View』로 이어진 형국을 보는 기분이다. 인큐버스에겐 『Make Yourself』가 있었단 말이다. 이건 너무 셀죽한 투정인가.


물론 전작 싱글 수록곡 중 하나였던 「오! 한강」의 연장선 같은 '가족담'인 「엄마의 편지」, 「맏인가?」등의 넘버는 본작의 대다수를 만든 보컬 주몽의 어떤 고민을 대변하는 듯 하다. 게스트로 참여한 김인수의 아코디언과 루네의 목소리가 갈색 처연함을 자아내는 넘버 「입술, 눈, 머리, 가슴」은 특히 본작에서 가장 회자될 가능성이 큰 넘버 중 하나이다. 그렇게 와이낫은 한 밴드의 이력에서 '성숙함'이라는 훈장을 얻고픈 욕구를 보여주는 듯 하다. 그래 언제까지나 「R.H.C.P」만을 부를 순 없는거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은 딴 곳으로 뻗는다. '별로인 앨범'과 '들을만한 앨범'의 간격을 나누는 기준은 확연하고 선명한 편인데, '들을만한 앨범'과 '좋은 앨범'의 간격을 나누는 기준은 참으로 아득하고 흐릿하다는 생각. 한편으로는 '좋은 앨범'에 닿기 위한 노력과 청자들의 지지란 얼마나 힘든 것인가하는 생각들. 『아지랑이 리듬』을 듣고 그 힘겨움과 한숨에 대한 괜한 생각을 해보았다. [090621]


★★☆

 

 


* 와이낫 are :
주몽 - 보컬
김대우 - 기타
황현우 - 베이스 기타
손 Marley - 드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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