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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샤이너스 (The Moonshiners) 『冒險狂白書(모험광백서)』: 소년소녀장르를 위하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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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샤이너스 (The Moonshiners) 『冒險狂白書(모험광백서)』: 소년소녀장르를 위하여.

trex 2009. 10. 21.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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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샤이너스 (The Moonshiners) 『冒險狂白書(모험광백서)』

소니뮤직 | 루비살롱 / 2009년 09월 발매

CD 1
01. Woo-hoo-hoo
02. The Wonder Years
03. (I'm) Living in this city
04. 청춘의 빛
05. L.O.V.E.
06. 1.2.3.4
07. 유년기
08. 애인이 보낸 오류 보고서
09. 열대야
10. 유령의 숲
11. 검은 망토의 사내
12. 눈치도 없이
13. 오리보트
14. 심야(深夜)의 위스키 바
15. Rose Mary's Baby

CD 2
01. Here We Go
02. 기분이 좋아
03. Sweetheart
04. 목요일의 연인
05. 밤의 궁전으로
06. 남국의 바다
07. AM 05:30
08. 엽전들의 행성으로
09. Lonely Lonely
10. E. S. P
11. 유년기 (Piano Inst.)
12. 한밤의 히치하이커
13. 로큰롤 야만인
14. 모험광백서(冒險狂白書)
15. Let the Moonshine in


이소영을 초청해 신중현(과 엽전들)에 대한 헌사를 바치는 「엽전들의 행성으로」는 진지하지만, 그렇다고 헌사라는 단어에 눌려 점잖은 체도 하지 않는다. 이 곡은 (가사를 인용하자면)'선녀들이 맞이하는 해님의 나라'를 향한 천진한 상상력으로 충만하다. 남산타워 공원 앞에 신경써서 빼입은 모드 청년들이 건들거리며 새벽부터 입김을 뿜으며 노래를 부를 듯한 진풍경. 그 흔하지 않은 풍경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장치. 실로 잘 빚어있다.

락앤롤, 펑크와 개러지락, 컨트리 등 온갖 것들이 엉켜있지만 그것들은 정돈되어 있으며, 의도적인 키치가 되지 않으려는 듯 단정한 머리결이 흐트러질새라 규범에 가까운 외양을 보여준다. 문샤이너스의 정규 데뷔반 『冒險狂白書(모험광백서)』는 일부러 촌스러운 태를 내려하는 퍼포먼스를 지향하지도 않으며, 당대를 끌고 와 되려 진보를 향해 거스르는 장르론과 스튜디오 실험을 감행하지 않는다. 그저 그들은 본류 락앤롤 장르에 대한 (적당 비중의)합당한 헌사와 더불어 (새삼 이 시대에)충실히 자신들의 음악에 몰두한다. 즉 옛 장르에 대한 박제화나 화학적 변용이 아닌 그때의 장르를 지금 재현하는데 충실하다.

애초에 3장짜리를 생각했다는 '욕심'이 다소 누그러져 30곡이 빼곡히 2장으로 정리된 덕에, 처음 들으면 드는 인상은 확 다가오는 어떤 감상이 의외로 흐릿하다는 점이다. 첫 EP의 다섯 곡이 다시금 실렸음에도 특별히 그 곡들에 더욱 비중이 간 것도 아니고, 대체로 수록곡 전반에 균일한 수준의 에너지가 안배되었다.

덕분에 베스트 트랙을 뽑기까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베스트 트랙을 선정하는 일보다 인상적인 몇몇 트랙은 두드러지는데 작정하고 잼을 했다는 인상이 강한 「Rose Mary's Baby」나, 만든 이(각각 최창우/손경호)의 내음이 진하게 전해오는 「Here We Go」, 「애인이 보낸 오류 보고서」같은 트랙이 특히 그렇다. 개별 개체라기보다는 하나의 락앤롤 덩어리로 보이는 차승우의 곡들 사이에 포진된 이 곡들이 가진 '상이한 화법'은 의외로 쉴 틈을 제공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때 노브레인을 '有Brain'으로 있게끔 한 차승우의 가사와 (보기 싫지 않은 마초로서의)뚝심은 이 앨범에서도 고집있게 재현되었다. 당사자로선 이젠 노브레인 이야기가 지겹겠고, 당시의 가사들도 근사했지만 지금의 가사도 볼만하다.  누군가 보기엔 그때의 가사가 지녔던 부글거리는 온도에 비할 바도 아니고, 겨냥하는 방향도 한참 다른 것이겠지만 여전히 뒤틀려있고 내재된 독소는 믿을만하다.

'어둠에 적응하는 것에 이력이 붙은 터야 / 하늘 높이 펄럭이는 커다란 태극기가 조롱하듯 내려보며 날 보고 웃고 있네'(「L.O.V.E.」) 같은 가사들도 그렇고, 「Woo-hoo-hoo」와 「(I'm) Living in this city」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단어 '모종'은 속 알 길 없는 불길함을 흥겨움 속에 심어버린다. 소설가 김연수까지 초청해 가사를 맡긴 「눈치도 없이」의 경우가 있음에도 문샤이너스의 뇌 역시 여전히 차승우가 굴린다.  「눈치도 없이」를 정작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가사 보다는 [선데이서울] 시절의 향수어린 감각이다.

문샤이너스가 그려내는 세계관은 사이키델릭에 진입할까말까한 「오리보트」를 통한 우주 유영과 그 우주를 유영하는 청춘에게 내재된 초능력의 세계 (「E. S. P」)다. 이 청춘은 「(I'm) Living in this city」에서 '공허한 거리에 불길이 번지길 바'라고 있을만치 의분을 가지고 있기도 하며, 때론 「기분이 좋아」에서처럼 '어여쁜 아가씨들이여. 잘 닦인 구두를 보아주오'라는 말투로 '모던' 할아버지들의 시대를 흉내내기도 한다. 그 덕분에 자연스럽게 「Sweetheart」에선 아예 그룹사운드의 시대를 재현하는 경지에 이른다. 이 매끈한 청춘은 「Woo-hoo-hoo」는 연신 자신을 '사내 아이'라고 지칭하는 마초이며, 그 때문인지 당연히 「목요일의 연인」에서 '결론을 내지 않을 수 없어'라고 달아오른 몸의 홍조를 숨기지 않는다.

그런데 이 청춘에게도 「AM 05:30」시간대의 성찰은 다가온다.(오지은에겐 「익숙한 새벽 3시」에 해당하는?) 청춘의 잠결 귓가를 간지럽히는 것은 '어깨를 밟고 선 유령들이 이젠 어른이 되어라'는 말이며, 자신의 현재 시점의 자각은 「유년기」에서 토로하듯 '난 그저 한남동의 다섯 살 소년'일 뿐이다. 이 충돌은 귀결짓게 하는 것은 실질적인 마지막 보컬 트랙에 해당하는 「모험광백서(冒險狂白書)」의 에너지 발산이다. 결국 답은 유보하고 확실히 그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난 모험을 떠날거야.'라는 다짐뿐이다. 첫 트랙 「Woo-hoo-hoo」에서 묘사한 '무지개 너머에 묻혀 있는 금은보화를 찾'기 위한 이 모험은 당분간 끝나지 않을 듯 하다.

결국 락앤롤은 철든 어른들을 위한 장르가 아니었다. 철든 어른이 되면 놓아버려야 할 장르. 양복 입은 철든 어른이 락앤롤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그 비싸다는 롤링 스톤즈의 공연에 가서 재수없게 팝콘통 껴안은 채 팔짱 끼고 실눈으로 부릅뜨는 것 외엔 없는 법. 철든 어른들이 락앤롤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몸짓은 고작해야 방송 심의란 이름으로 「유령의 숲」, 「오리보트」를 금지곡으로 먹이는 것 정도 뿐이다. 문샤이너스의 멈추지 않는 모험심에 무운을 빌 뿐이다. [20091021]




* 문샤이너스 are
차승우(보컬/기타)
백준명(기타/코러스)
최창우(베이스/코러스)
손경호(드럼/코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