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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여행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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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 어머니와 시장에 갔을 때다. 겨울이었고, 일 하시는 할머니가 불을 쬐는 가게 앞에 어머니와 함께 장을 보다가 불을 쬐고 있었다. 불이 전해주는 온기가 시린 손을 데우고 몽롱함에 빠져들 무렵, 옆을 돌아보니 어머니가 없는거다. 어린 마음에 너무 급작스러운 일에 당혹감과 무서움이 느껴졌고 두리번거리다 멀리 저편에 어머니가 아랑곳없이 걸어가시는 모습을 보았다. 부리나케 달려가 어머니를 따라잡았지만 어머니의 반응이 더욱 놀라운 것이었다. 어머니는 처음부터 나를 놔두고 간 것에 대해 아무 의식이 없었거나 모른 척 하셨던 것. 나는 지금도 그때 어머니가 왜 그러셨는지 알 도리가 없다. 독립심을 키워주기 위해서인지, 정말 나를 버릴 참이였는지, 정말 삶을 살다 당혹스럽게 마주치는 어떤 불가해한 현상 중 하나였는지 나는 알 도리가 없었다. 다만 한가지 배운 것은 있었다.
자식이 부모와 분리되는 것은 정말 끔찍할 정도로 무서운 일이다.
누구처럼 '판의 미로'를 가는 잔혹한 환타지의 여정을 밟지는 않지만, 아버지가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에 대한 끈질긴 부정을 지닌채 성정하는 진희. 그 아이의 표정 하나하나가 밟히는 영화였다. 좋은 영화가 그러하듯 많은 부분들이 밟힌다. 진흙, 배고픔, 남들 자는 시간에 몰래..., 절뚝거리는 다리, 방망이, 무덤, 같은 머리, 노래, 그리고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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