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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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고감상정리

[웰컴]

trex 2009. 11. 13. 15:55

(이라크)아랍계의 탄압을 피해 쿠르드족 소년은 4,000킬로미터를 걸어왔다. 터키군에게 발각되어 머리에 봉지를 뒤집어쓰고 수일간 수모를 당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당도한 프랑스에선 그를 불법체류자라고 부른다. 내란 중인 고향의 상황을 고려해 이라크로 다시 송환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조용한 항구의 밤을 제외하고는 그들을 반기는 곳은 많지 않다. 내국인들은 그들과 접촉하면 법적인 규제를 받고, 언어로 표현하지 않지만 그들은 '벌레'취급 받고 있다. 마트에서 보이면 화들짝 밑에 바퀴라도 기어다니는 모습을 본양.

소년이 걸어온 4,000킬로미터의 의미는 그의 사랑하는 연인을 보기 위함이었다. 이제 남은 길은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육로든 바다든 마저 당도하기가 여의치 않다. 몇 시간만 더 간다면 런던이 기다리고 있고, 거기에 그녀가 있다. 하지만 갈 방도가 없다. 소년은 방법을 찾는다. 결코 실현되지 않을 방법으로. 그때 그 남자를 알게 된다. 그 남자 역시 실현되지 않을 방법임을 알고 있음에도 그의 젊은 시절의 욕망과 지금의 나락이라는 현실을 소년에게 반영하고 투사한다. 그게 옳지 않은 일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할 수 있었던, 그들이 부딪히려 했던 강건한 현실. 그 현실의 벽을 보여주며, 영화는 등장인물들의 한숨을 쓰다듬는다. 안될 것을 알면서, 어리석게도 옳다고 믿었던 그 길의 다난함. 누구도 '웰컴'해주지 않는데 그토록 힘겹게. 그 힘겨움이 마음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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