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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고감상정리

나와 에반게리온.

trex 2009. 12. 16. 12:51


- 시작은 (현재는 폐간된)키노의 [저패니메이션] 특집이었다. 그 특집의 말미에 에반게리온 극장판의 공개가 일본 애니 시장을 살리냐마느냐의 결언이 있어서 뭐 그렇게 대단한 작품인가 싶었다. 그렇게 휴가 복귀 했는데...


- 다음 휴가 때 '문제의 그' 대원판 [에반게리온] 비디오테이프를 대여해서 보았다. 삭제와 더빙 문제는 말도 마시라. 이 TV판의 악명높은 마지막 에피소드 2개는 정말이지, 아니 굳이 그 2개가 아니더라도 석양의 전철 장면만으로도 사람 벙찌게 하는 면이 있었다. 문제작인건 알겠는데 마음이 어느 순간부터 움직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 그 다음 휴가 때부터 킷을 하나둘 조립하기 시작했다. 동생이 초등학교 조립하기 전의 나이대라 변명이 좋았지. 동생으로선 장난감이 하나 더 생겨서 좋긴 했다만. 그마저도 다음 휴가 나오니 그 전에 조립한 킷들은 꼭 뭐가 하나씩 부러져 있더군. 게다가 좀 비싼가. 지금처럼 (온라인)건프라샵이 없던 때라 동네 매점 가면 꼭 초호기는 없고 가격은 2만원 훌쩍 넘고...


- 사단병원에서 며칠간 입원한 동안에 '또' 키노의 기사를 보았다. [엔드 오브 에바]의 현장 관람기였는데, 아마 그때 알았던 모양이다. 나는 이 시리즈를 정말 좋아한다는 것을. 도대체 뭐라고 설명하는지 알 도리가 없는 감상문에 - 생각해보라. 등장인물들이 퍽퍽 터지면서 모두 하나의 액체로 융합된다 운운하는 설명을 읽고 뭐가 실감이 났을까? - 암튼 '기분 나빠'로 끝난다는데 정신이 얼얼했다. 보고 싶어졌다. 제대하고 싶어졌다.



- 제대 후 휴학 기간 안에 선배가 연락했다. 학교 축제 기간 동안 하는 영화제에서 상영한다고 놀러 오라는 것이었다. 지금이라면 그런데는 안 갔을거다. 어디서 불법으로 받아서 열악한 화면과 음질로 [해피 투게더]와 [엔드 오브 에바]를 1,000원인가 2,000원인가 받아 보여주던 영화 동아리, 지금은 잘 있을지. 그때는 그렇게 상영했다. [이웃집의 토토로]도, [총몽] 애니판도 그렇게 봤었다. 것 참.


- 그 열악한 화면 안에서 'G선상의 아리아'가 흐르고 2호기가 양산기들을 도륙하고 썰어낸다. 그러다 되려 뜯겨 먹힌다. 참담함과 비통함이 흐르는 초반부를 이어 작품은... 온전한 화질로 훗날 볼 수 있었지만 역시 첫 관람의 충격과 멍함만한 경험은 없었다. 이카리 신지군 소년 애니 사상 최악의 캐릭터로 내 마음 속에 등극.


- 순서가 이상하게 되었지만 [데스 앤 리버스]를 뒤에 보게 되었다. / 제대 후  '네스케이프 네비게이터'(익스플로러가 아닌!)의 주된 검색어는 신해철에 이어 에반게리온이었다. / 대원판 에반게리온 책자를 사다. / 사다모토 요시유키가 다시 그리는 에반게리온 단행본을 보게 되다. / 그러다 정말 훗날이 된 그 몇년 후 [에바 : 서] 관람. / 또 조립을 한다. 신 극장판을 본 사람과 대화를 한다.


- 그리고 다른 갈래로써의 의미인 이 신 극장판들도 긍정하게 되고, 그 행보를 기다리고 있다. 다만 엄밀하게 말하자면 내 본래 애정의 줄기로써의 에바는 역시나 처음의 그것들이다. 참혹함과 곱씹음의 영역이 오리지널이라면, 놀라움과 경이가 신 극장판의 영역이랄까.

2009/06/24 - [영화보고감상정리] - 에반게리온 : 파 예고편들.
2009/12/05 - [영화보고감상정리] - [에반게리온 : 파]
2009/12/06 - [사진찍어그냥올림] - [에반게리온 파] 이후.
2009/12/15 - [음악듣고문장나옴] - 에반게리온 : 파 OST를 받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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