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가벼운 프리뷰 : 이소라 7집

관련글 : 2008/12/20 - [음악듣고문장나옴] - 이소라 7집 : 겉만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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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이건 감상평이나 리뷰와는 좀 다른 글입니다. 이 앨범을 앞으로 접할 분들을 위한 개별적인 지침서 중의 하나인 저의 프리뷰랄까요. 뭐 제가 여태까지 써온 글들의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게 보여져도 큰 상관은 없겠어요.


- 앨범을 구매하고 사람들의 구매 후기를 둘러보며, 이미 앨범 수록곡 하나하나에 텍스트 제명을 다는 사람들의 재치에 웃음 짓습니다. 가령 8번 트랙에 '사랑의 교차로' 라는 제목을 단 어떤 분 같은 경우나... 이렇게 여유있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마음에 괜한 고마움이 느껴지더군요. 저같이 자주빛 커버 보다 초록빛 커버를 택하는 분들이 은근히 놀래기도 했어요.


- 네 알려지다시피 이 그림 제목들 외엔 큰 단서가 없어요. 여러분들은 이 앨범의 수록곡 제목을 그림의 느낌이나 가사를 보고 마음 속으로 암기하거나 별도의 제목을 정해야 합니다. 의무는 아닙니다. 그럴수 있다는 것이죠. 때론 이소라가 직접 작성한 개별 수록곡의 녹음 뒷 이야기들에서 단서를 발견하셔도 되구요.


- 이 앨범의 두툼한 부클릿은 사실 3/4 가량이 빈 메모지입니다. 적당한 별도의 앨범 제명도 없고, 수록곡에 대한 친절한(?) 타이틀도 없는 이 앨범다운 면모지요. 이 빈 행간을 여러분들은 짐작하시거나 아니면 직접 언어나 그림으로 채우셔도 될 것입니다. 보기엔 따라서 다소 팬시 상품 같은 장치이긴 하지만 언어라는 것은 뱉거나 기재한다고 명료해지는 것이 아니기도 하지요. 빈 공간에서 언어의 무력함을 확인하거나 각자의 언어로 새롭게 앨범을 구성하셔도 되고...


- 사실 이 앨범을 말할 때 전작 [눈썹달] 이야기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이 앨범이 그 전작의 연장선이나 (이란성)쌍생아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앨범을 만든 과정에서의 성실함과 조탁을 생각한다면 그럴수도 있겠지요. 그보다는 사람들은 궁금할 대목은 이거겠죠. [눈썹달]은 참 무시무시한 앨범이었습니다. 가라앉은 심연 속 마음의 부스러기로 형성된 사막. 그 사막의 모래 입자들을 긁어긁어 모아 만든 행성으로 유영하는 앨범이 [눈썹달]이었습니다. 이 아득한 황량함 속에 듣는 청자들을 미아로 만든 [눈썹달] 이후 나온 신작은 과연 어떤 분위기일까? 사람들은 궁금하겠죠.


- 앨범을 녹음할 때의 에피소드를 단편적이나마 부클릿에 노출하고, 수록곡에서는 만든 과정에서의 대화와 웃음을 여과없이 노출합니다.(1번, 12번 트랙 : 이 2개의 트랙 모두 유사한 그림 제목이 하나씩 더 있는 것을 보면 뭔가 짐작이 가시지 않나요?) [눈썹달]이 그녀의 음악 친구들(강현민:러브홀릭, 이승환:The Story, 스위트피:김민규, 이한철, 정지찬:Hue 등)이 그녀의 목소리와 가사라는 도구를 활용하며 자신들을 지우며 한껏 작곡으로 지원한 형태였다면, 신작은 한결 '서로간의 작업'이라는 유대감을 강조합니다.


이 덕분에 2번 트랙 뒷편에서 조규찬의 목소리 조력이 더욱 살갑게 들리고 4번 트랙 같은 경우는 아예 강현민(러브홀릭)의 곡으로 초반부를 열다가 후반부엔 정순용(마이 앤트 매리)의 곡이 접합한 형태입니다. 뭔가 얼음벽 같이 차가웠던 전작에 비해 신작은 포용하고 위로하는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아마도 달라진 작업 방식은 이런 분위기 변화에도 일조를 한 듯 합니다. 물론 이 또한 그녀의 목소리가 가진 가치를 다시금 강조하게 하지만.


- 물론 이 앨범에서 이소라의 목소리는 무턱대고 밝아지진 않았습니다. 나즈막함 속에 여전히 스산함의 무게를 지니고 있고, 또다른 은하계에서 유영하고 있습니다.(11번) 좀더 여유와 (상념보다는)차분함을 택한 앨범의 태도 덕에 이소라의 음악들은 위안을 선사합니다. 당신이 '바람이 분다 Pt.2'를 바랐다면 그 기대를 접는 것이 좋을 것이고, 재청하며 이 겨울 하얀 입김 같은 앨범의 분위기를 곱씹기를 바란다면 비교적 올바른 선택이 될 것입니다. 일단 저부터 더 들어봐야 겠습니다.


- 이 앨범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고찬용, 김현철, 조규찬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 앨범이 되었습니다. [08/12/22]


* 만든 이들 *


가사와 프로듀싱 : 이소라
보컬 디렉팅과 편곡 : 조규찬
믹싱 엔지니어 : 임창덕, 김영식 @ Booming Sound
마스터링 엔지니어 : Tom Coyne @ Sterling Sound 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