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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시작은 김천 시외버스정류장 내 이발소였다. 아직도 정식 명칭을 알 수 없는 이발 도구 ‘바리깡’에 의해 단돈 3000원, 10분 내에 까슬한 머리카락이 시원하게 밀리던 내 고등학생 시절의 머리통이었다. 그날 타율야간학습이 있어 저녁을 가락국수 면발로 떼운 후 이발소에 들른 것인지, 그냥 타율야간학습을 빼먹고 일치감치 정류장 이발소에 들른 것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찜찜한 하얀 면도크림이 목덜미에 몇 개의 거품을 묻힌 것엔 아랑곳않고 멍하니 보던 TV 속 [이상한 바다의 나디아]는 아직 기억이 난다. 잠수함, 우주로 뻗어가다. [이상한 바다의 나디아](이하 나디아)는 나에게 첫 ‘가이낙스’였다. 훗날 게임 잡지에서 다이제스트로 스토리를 감상한 [톱을 노려라! : 건버스터], 애니 전문지들이 ..
그러니까 문제는 [파]의 마지막이 안겨준 벅찬 기운과 공명하던 충만한 기분을 단박에 [Q]의 서두로 '붉은 바다' 찬물을 좍 끼얹는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다시 신 극장판을 만들었는지 그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 마지막 4편도 봐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관람했다면 제법 아득하고 착잡한 기분이 들었을, 단편 [거신병 도쿄에 나타나다]를 동반 관람도 못한 한국 관객의 불리함은 다음에도 여전할텐데 말이다! 아무튼 본인들은 고통스럽겠지만, 세계는 손쉽게 재부팅되고 어느샌가 재생하고 또다시 같은 순환이 반복된다. 아이들은 투덜거리고 절규하고 울고 되묻고 그리고 다시 에바에 탑승한다. 우리도 반복하고 있다. 상영관 바깥에서 토론하고 장난감을 구매하고, 아... 다음에 이런 식으로 또다른 장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