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21. 11. 12. 13:27

의도한 건 아닌데, 김혼비 저자의 책을 따라가는 이력이 되었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를 시작으로 술 한잔 입에 못 대는 몸을 가지고도 [아무튼 술]로 이어진 독서는 병원 신세 중 읽은 [전국축제자랑](그의 인생 파트너 박태하와의 공저) 으로 매듭을 짓는가 했더니 한 해의 마무리엔 이렇게 [다정다감]으로 독서 인연이 장식하게 되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책자체가 [... 여자 추구]로부터 시작한 인연의 따스한 온기를 간직하고, 그런 고마움으로 주변과 세상에 답변하는 셈의 결실이라 하겠다.

다 읽고 가면 야속한 내 속은 어찌나 책이 언급한 '진짜 미친 사리곰탕면'이 댕기던지. 사골 넣은 사리곰탕면이 마음이든 몸이든 그가 시들했던 시절 안팎으로 채워주던 약 같은 영험을 발휘한 일상의 보물이었던 모양이다. 저자의 홍콩 직장인 시기에 동료들이 프로페셔널하게 메이크업 해줬던 때, 여자 축구 동료 언니들이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 연령을 초월한 건강 상식을 일깨워주던 때, 남녀 사이에 긴장감 있는 상호작용이 있던 당시, 무엇보다 내가 이 책이 무슨 온도와 감정을 전달하는지 어렴풋이나마 처음으로 끄덕였던 동무와 우산 에피소드 등 에세이 곳곳이 감정과 경험, 그로 인해 올라오는 온도에 대한 언급으로 가득하다.

출판사 이름부터 안온, 노란 북커버까지 다들 자리를 제대로 만난 듯 책을 구성하고 있다.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어 고마웠던 작품이다.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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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21. 9. 24. 13:43

입원 중 제일 읽고 싶은 책이라도 하나 있냐는 질문을 들었을 때, 답을 늦지 않게 했다. 이 책이었는데, 작가의 이전작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를 통한 신뢰가 일단 컸고, 작가의 파트너인 박태하 작가의 [책 쓰자면 맞춤법]가 보여준 글쓰기의 기본 덕목인 정확성과 실력을 통한 믿음이 있어서였다. 도서 속 - 밀양 아랑제 - 에 대한 개인적 경험도 컸다. 작품이 간혹 언급하는 K-틱함의 총화랄까. 엄연히 성폭력에 대한 사건임에도 이걸 정조의 수호이자 청정한 여인네의 모습에 대응한, 기가 막힌 한국화. 이런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할 정서들이 이 책 안의 '축제' 이야기 속에 한껏 담겨 있다. 믿을 수 있는 문장, 그리고 작가들이 담아서 풀어놓는 웃음의 감각은 건강하고 각 챕터마다 기운을 발휘한다. 이 힘 덕에 연어의 활기를 두 손으로 움켜쥐려는 책 속 방문객들의 완력은 그만큼 씁쓸함을 안긴다. 이름이 축제니 모든 것에 웃고 즐겨야만 할까. 지방 소외, 문화 차이, 온갖 변모하는 이 나라에서의 삶의 풍경에 대해 새삼 여러 감정을 던진다. 다양한 색채를 발산하며 다양한 입맛을 내는 이 후일담의 집합체는 읽는 이들에게 어떤 감상을 낳을지. 각자 살아온 지역과 삶의 여정 차이만큼 달리 읽힐 책이다. 그로 인해 독자 역시 감상이든 경험이든 뱉고 싶게 만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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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 1. 31. 17:36

한참 때 강동 쪽에서 데이트를 자주 했다. 아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올림픽공원의 측면으로 돌다 송파구로 빠지는 길 중 하나엔 바로 여성축구 구장 및 연습장 하나가 있었다. 소속된 팀(들)은 있는지 상시 원활히 잘 운영하고 있는 곳인지는 모르나 단정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곳이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정작 거기서 벌어지는 시합이든 뭔가를 본 적이 없다는 점이다. 간혹 매체를 통해 접하는 여성축구라는 존재에 대해 가시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 하나, 그 상징성(?)이라도 느낄 수 있다는 장정만은 확실했다.

실제로 그 자신이 프로축구의 열렬한 팬이었던 저자는 ‘정작 내겐 필드에 뛰는 축구라는 경험은 없지 않은가?’라는 의문으로 시작해 축구팀에 덜컥 가입해 버린다. 이것은 호기심과 탐사를 위한 경험치 배양용이 아니다. 실제 즐거움을 얻은 자가 흘리는 그 기록의 조각들의 총합 중 일부다. 관련한 매체에서 연재 형식으로 실린 글들이 한데 모여 유효한 시절 - 언제나 유효한 시절이며, 언제나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꾸준하게 불만을 토로하는 이 시국 - 에 발간되었다. 왜 하필 축구냐라고 묻고, 무대 위에 동등한 자격을 가지고 뛰는 여성들을 보며 농을 걸고 약 올리고 비웃는 이들이 여전히 이 즐거움을 훼손하고 있음에도 축구는 너무나도 작가에게 재밌었기에.

작가의 문장은 십자인대가 손상이 되어도 재활을 마치고 다시 필드에 서게 만드는 이 즐거움의 정체와 원천을 살리기 위해 혼신을 기울이고 있다. 다시는 눈도 안 마주칠만치 으르렁대며 싸운 사이도 다시 한 팀의 구성원으로 땀흘리게 만드는 불가해한 매력, 결국 그 매력으로 인해 1 어시스트, 1 득점(자책골...)의 성취를 거둔 소년(이런)만화 풍 서사의 주인공이 된 줄기도 알게 될 것이다. 2018년에 발간된 가장 즐겁고 전염성이 좋은 도서.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국내도서
저자 : 김혼비
출판 : 민음사 2018.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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