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13. 7. 24. 17:09

그냥 원고 마무리나 하자고 들린 카페였다. 허세스럽게 아이패드 모니터를 활짝 개방하고, 블루토스 키보드를 젠체하며 탁자 위에 꺼내 거칠게 타이핑한게 실수였다. 대중문화의 박토 위에 유일하게 살아숨쉬는 문체와 핏발 선 눈매의 스타 필진들로 각광받는 문화 웹진…이 아닌 그냥 웹진 다:시의 관리자 입력 페이지를 본 한 사내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날 시급한 마감을 마무리하기 위해 온 주간지 기자 쯤으로 착각한, 50대 안팎의 남자는 불콰한 면상과 알콜 브레스 오브 파이어로 1시간 24분을 통째로 꿀꺽 집어삼켰다. 조엘 슈마허의 얼마 안되는 성과작 ‘폰부스’의 상영시간 정도의 내 소중한 시간이 날아간 것이다. 이런 사연으로 인해 원고 마감이 차일피일 밀린 이가 땜빵으로 내세우는 울분의 문장, 이 기록은 그 증거이다.


 


- 전후 사정 대략 자르고, 그는 독도 이야길 꺼냈다.


남자(이하 남) : 그건 단순히 태권V가 트럼펫 부는 골조 장식물 따위를 세우려고 한게 아니었어.

렉스(이하 렉) : 아하, 그 ‘로봇태권V 독도에 서다’ 프로젝트 말씀 이신가요?

남 : 그치. 자네도 알고 있구만! 역시 탐사보도 정신의 꽃망울 정도는 머리에 솟아 있었구만.

렉 : 에… 암튼 시민 호구들 엄한 돈 거둬먹는, 거 뭐냐 클라우드 펀딩인가로 한다고 그러지 않았나요?

남 : (탁자에 마른 장작같은 팔을 내리치며) 다 틀렸지 뭔가! 누리꾼인가하는 시정잡배와 각다귀 놈들이 울릉군청에서까지 전화를 걸고 이런저런 이유로 딴죽 가마솥을 붓더니 다 틀렸지 뭔가!


렉 : ^^);; 조오금 촌스럽다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만은, 뭐 그런 일들에 애정이 많으셨나보죠?

남 : 애정이 뭔가! 애정이! 그건 사명이었어! 반드시 거기엔 태권V가 놓여 있어야 했다구!

렉 : 에..네?


 


- 그의 말에 의하면 태권V 조형물은 수신 장치를 은닉한 조형물이었다고 한다.


남 : 위로 치켜든 트럼펫은 국방부의 신호를 수신받아, 독도 해저 기저에 있는 대카이주결전병기 태권V를 출정시키는데 필요한 것이었지.

렉 : …네?

남 : 카이주 모르나? 카이주! 대괴수를 지칭하는 단어지. 굳이 우리네 말을 안 쓴건 우리가 상대할 대상인 그들의 언어로 지칭하는 아이러니를 부각시키기 위함이었지. 음? 아무렴!

렉 : 우리가 상대할 대상이라 하심은… 현해탄 건너편 거기 말씀이신지요?


남 : 그렇지! 자위대 녀석들도 이미 제2차 대동아시아 공영을 위한 거대 로봇을 개발해 해저로 침투 후 독도를 점거할 계획이 예전부터 있었다네. 기동전사 관돔! 관서지역과 도쿄돔을 합친 용어지. 음.음. 그런 첩보를 입수한 우리로선 준비할 수 밖에 없었다네. 바깥으로 독도 수호 정신을 고양케하고 사실 안으로는 실질적인 내전 대비와 해상 방어를 위한 비책이었던게야. 클라우드 펀딩 등으로 붐을 조성해 시선을 돌리는 새에 독도 해저에 대카이주결전병기 태권V를 배치할 계획이었는데, 각다귀놈들이 이렇게 덜미를 덥석 잡을 줄은!


 


- 독자들이여 알고 있다. 난 진작에 일어났어야 했음을.


렉 : 아, 아무튼 거대 로봇 에… 이족 보행 로봇들이 우리가 모르는 새 진작에 개발되었군요.

남 : 하모 하모! UN과 양키들은 ‘예써 프로젝트’ 아니, ‘예거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논의를 했고 실질적인 1차 회담을 한국에 가졌단 말이지.

렉 : 에;;; 그거 영화 퍼시픽 림 설정에 있는 이야기 아닌가요?


남 : (냉면 가위로 면 가닥 잘라내는 식당 아주머니의 관성을 담은 스피드로 말을 자르며)세번째 형식 모델이 바로 한반도의 자랑스러운 태권V였어. 엄청난 수주 비용에도 불구하고 우국충정에 빛나는 재벌들의 차명 계좌와 연금 누수로 겨우내 완성을 볼 수 있었어.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따위의 이슈들도 실질적으로 우리 일을 가리는데 유효했었지. 흐흐흐-(웬일인지 회심의 웃음)






- 정말 나갔어야 했는데, 못내 한가지가 걸려 결국 한가지를 질문하고 말았다.


렉 : 선생님, 그런데 애초에 태권V가 선생님 같으신 분들이 그토록 증오하시고 경계하시는 현해탄 건너편 대중문화의 표절이라는 말도 있는지라…

남 : (또 날아오는 냉면 가위질의 말 자르기) 가당키나 한 소리! 모든 것엔 조류가 있고 동시대성이라는게 있는거이지!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고 표절이라고 하면, 표절의 그물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게 도대체 뭐겠는가! 메루치(멸치) 정도 밖에 더 있겠는가.


렉 : 하…하지만, 만든 당사자들도 세월이 지나면서 착잡한 심경으로 본땄다고 토로하는 마당이고 엄연한 사실인데 말이죠. 아무튼 여러모로 독도 한 가운데 세우기엔 조금 머쓱한 구조물이긴 했습니다. 헤헤.

남 : 에헤이! 그걸 그런 시각으로 보면 곤란하지. 본땄더라도 그게 다 우리 혼이 서려가 있어요. 오죽하면 재미교포 3세인데 한국 장교 입관을 자청한 자랑스러운 청년이 태권V의 파일럿이었어. 그렇게 자랑스러운 청년이 우리네 정신이 오롯이 서린 태권V를 타서 일본 카이주 로봇놈들과 자위대들을 물리치려 했어요! 자랑스러운 청년 로이큄 이름 석자를 걸고!


렉 : 네?… 이름이?

남 : 파일럿 이름이 로이큄이라고!

렉 : …..





- 정상적인 부분을 건지기 힘든 대화였다.


렉 : 어르신 저 이제 일어나봐야겠습니다. 다른 일도 있고 해서…

남 : 에? 어- 어- 그래 그랴요. 거 기사 좀 잘 적어서 빤닥빤닥하게 내봐요. 오프 더 레코드가 조금 많긴 하지만, 내 익명으로 인권 좀 지켜서리 특종으로 팍팍 좀 밀어줘봐요.

렉 : 제가 기자가 아니고, 굳이 세상에 꺼낼 이야기는 아닌 듯 합니다^^);;


남 : 겸양떨기는! 이리 와봐요. 호주머니 함 벌려봐. 내가 좀 윽박지르고 서운하게 했다면 그또한 지나간 일이라고 치고. 에헤이… 거 너무 움츠리지 마소!


 


- 갑자기 내 손바닥을 펼치더니 하얀 종이 다발을 한웅큼 쥐어준다.


렉 : 어…어르신. 이…이러시면!


 


- 불콰한 몸을 이끌고 홀연히 사라진 중년 남자. 그가 쥐어준 지난 회차 로또 영수증의 누런 빛만을 바라본채 그저 나는 황망하게 서있을 뿐이었다. [130722]



+ 웹진 다:시 게재 : http://daasi.net/?p=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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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3. 3. 18. 11:42

요새 [블루스 더, Blues]를 발매 당시 입소문이 돌 때보다 더 자주 듣고 있다. 여러 아티스트가 참여한 덕에 그 면면도 참으로 다양하다. 게으른 평자들이 음반 [1]을 두고 블루스 운운 상찬하기 바빴던 (안)블루스 밴드 로다운30은 정색하고 칼칼한 블루스 넘버를 선보이고 있고, 게이트 플라워즈 ‘염’기타 조이엄은 찐한 블루스 락 넘버를 선보이고 있다. 마지막 수록곡 ‘트위터 블루스’를 부른 강산에는 이젠 뭘해도 어느 정도의 경지와 여유가 보인다. 어느 수록곡 할 것 없이 균등한 깊이와 질을 보이고 있어 이게 만족스럽다. 그런데 음반에서 귀를 쫑긋 세우게 하는 대목들은 역시나 다른 이름들의 몫이었다.


하헌진, 김대중 : 앞으로 더욱 자주 보게 될 이름들


하헌진과 김대중 등은 요즘 홍대 쪽 ‘이야길’ 들어본 이들에겐 제법 핫한 이름일 것이다. 아이폰으로 녹음하고 발매 후 완판되었다는 전설(!)의 EP [개]를 시작으로 2번째 EP [지난 여름], 3번째 EP [오]에 닿은 하헌진은 요샌 드러머 김간지와 함께 가능한 곳이라면 어디서든 공연을 하고 있다. 화려한 슬라이드 보단 리듬 잘 끊는 주법으로 델타 블루스의 맛깔스러움을 전달하는 그는 어눌하면서도 어긋난 김간지와의 만담으로도 객석 안의 생경함을 친화력으로 데우는 재주도 겸하고 있다. 무엇보다 노래의 맛이 좋다. “정신 없이 물고 빨고 땀에 쩔어 뒹굴고 내 방에 침대가 생겼다네-”(‘내 방에 침대가 생겼다네’) 이것은 10센티식 인스턴트 에로스와 장기하 1집식 궁상 스토리 만들기 의 만남이랄까. 한국에서의 블루스 솔로 아티스트의 정체성은 적당한 누추함을 안고 형성되었다.


김대중 쪽은 보다 걸죽하다. 같은 가사를 주절주절 반복하는 하헌진에 비해 김대중의 가사 속 이야기는 선명하다. 하모니카 연주자 ‘박형’의 양념이 적소에 박힌 채로 ‘박형’의 보증금 300에 월 30의 방 찾기 실화가 충실히 재현된다. 비행기 바퀴가 닿을까 옥탑방과 핵폭격에도 무사할 듯한 퀘퀘한 반지하, 돈을 그냥 펑펑 날리고픈 이태원의 ‘그 누님’들을 본 각박한 하루의 여로는 이내 곡기를 일깨운다. “평양냉면 먹고 싶네-”(’300/30′)라는 곡절있는 혼잣말은 뜬금없지 않다. 제 몸 하나 겨우 누일 3평 남짓한 공간만을 허락받은 서울 빈민들에겐 실감나는 사무친 고독감이다. 기타 하나 들고 인종과 계급이 안겨준 무게감을 초극하고자 했던 미시시피 델타 블루스 뮤지션들의 형편과 201*년의 한국의 풍경이 이렇게 조우한다.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그렇다.


이들의 생존(활동) 기반은 일단은 자립과 연합이다. 하헌진은 김일두와 스플릿 음반 [34:03]를 낸 바 있다. 까슬까슬한 부산 출신 음악인 김일두와 슬슬 짐짓 여유를 찾아가던 서울 하헌진의 대비가 선명한 작품이었다. 앞서 말했다시피 요새 하헌진은 드러머 김간지와 공연을 돌고 있다. 두 사람간의 리듬 격전은 언제나 볼때마다 즐겁다. 한편 김대중은 김일두, 김태춘과 더불어 ‘삼김시대’ 활동을 하고 있기도 하고 요새는 깜악귀, 박형, CR태규와 함께 ‘블루스 사방신‘ 활동을 하고 있기도 하다. “기대해도 좋다”는 솔로 음반 준비와 더불어 앞으로 크게 될, 그렇게 응원하고픈 이름이기도 하다. ‘홍대에서 뭐 건질거 없나’ 두리번거리던 패션지가 사진을 찍어간 하헌진도, ‘영화판 언저리’에 있다 이제서야 뭔가 시작한거 같다는 김대중도 적어도 앞으로 자주 보게 될 이들이다.


블루스에서 브루스까지.


이쯤되면 물음표 하나가 머리 위에 두둥실 뜨게 된다. 이제 달달하면서도 내성적인 포크 또는 90년대 넘버들과 자작곡으로 흥을 돋우던 버스킹 음악인 시대와 젊은 블루스 음악인 시대가 바톤을 주고 받는 것일까? 조심스러운 관망이지만 이들의 활동이 자립, 또는 자체제작 기반이라 시장의 확장은 어느정도 한정적이지 않을까 싶다. 듣는 평자들만 신나서 이야기를 캐내는 현실로 멈추지 않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들이 다소 높기도 하다. 본작에서도 곡 하나를 실은 김마스타는 [김마스타&서울블루스]라는 음반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음반은 공연장에서만 만날 수 있다. 노래 한 곡에 600원도 지급하기 싫어하는 소비자들과 노래 한 곡의 수입도 철저히 빨대로 흡수하는 통신사가 어우러진 음원시장 왜곡에 대한 항변의 의미다.


달달하면서도 내성적인 포크들은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을 필두로 한 ‘중산층 자녀풍’ 축제의 주요 레퍼토리이기도 했다.(물론 그 축제 안엔 락앤롤도 있고, 슈게이징도 있고, 일렉트로니카도 있다) [블루스 더, Blues]와 [김마스타&서울블루스] 등은 2013년이 지난 후 어느 곳에 위치할 수 있을까. 오르가니스트 림지훈(펑카프릭&부슷다)의 구성진 농염한 연주(‘좋아서 우는 겁니다’)는 마치 ‘와이키키 브라더스’ 공간을 연상케하고 김마스타의 음악(‘이 긴 밤’)은 ‘재즈바가 되려다 쇠락한 카바레’가 된 공간의 정서와 닮기도 했다. 하헌진, 김대중 같은 델타 계열과는 또다른 이들의 위치는 새로운 ‘성인가요’의 지점을 확인하게 한다. 림지훈은 그의 입으로 자신(들)의 음악을 블루스가 아닌 ‘브루스’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블루스라는 이름의 이 ‘흐물흐물’한 새삼스러운 조류는 느슨하게나마 자신의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그저 즐기며 지켜봐도 되는걸까. 유희와 책무감 사이에서 듣는 이도 그렇게 맘은 편치 않다. [130316]





- 여러 아티스트 [블루스 더, Blues] 붕가붕가레코드 | 2012년 10월 발매 -



+ 웹진 다시(daasi) 게재 : http://daasi.net/?p=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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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3. 3. 5. 14:32

* 웹진 다시(daasi)라는 곳에 3월부터 글을 기고하기로 했습니다. : http://daasi.net/?p=135

하단의 글은 원안이에요. 에디터분이 소타이틀도 달아주고 한 것 등은 여기선 원안 저장의 의미로다 생략^^) 양 쪽의 편집을 비교(?)하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하지만 큰 차이가 전혀 없음 ㅎㅎ)




솔직히 처음 시와라는 이름의 음악인이 만든 작업물들을 들었던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오지은의 레이블 ‘사운드니에바’ 출시작이었기 때문이었다. 오지은의 최고작(옅은 웃음) [지은](1집)을 낳은 사운드니에바라서 품질면(!)에서 믿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반면 ‘소문 좋은’ 시와의 유튜브 영상은 볼 새도 없었다. USB 포트에 연결된 공인인증서의 비밀번호를 신속히 입력한 하루 뒤, 음반이 담긴 배송박스는 신속히 도착하였다.


오지은은 1집 [지은]에서 초반엔 헐벗은 욕망을 드러내다, 옷감 하나둘씩 주워 걸쳐입어 방 한켠에 웅크리는 구성을 취했었다. 시와의 1집 [소요(逍遙)]는 그 방의 밤 사연이 지난 뒤 부챗살마냥 넓어지는 햇살의 존재감과 온기를 주는 노래들의 모음이었다. 프로듀싱을 맡은 오지은이 말했던가. [소요]의 레퍼런스는 [지은]이었다고 한다. 섣부르게 연관짓자면, 서로 대구를 이루는 듯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런저런 부분에서 연관보다는 차이를 생각하게 만드는 두 음반이었다. 두 음반은 맨발이지만 한 쪽은 차가운 맨바닥을, 다른 한 쪽은 까슬한 풀밭을 걷는 각기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소요]를 시작으로 시와의 음악은 나무 창틀 위의 먼지투성조차도 털보송이 같은 온기로 비춰지게 하는 묘한 설득력을 간직해 왔다. 평일 대낮의 한적함, 새벽녘의 공명, 무엇보다 이런 정서를 응집시키는 시와의 정직한 목소리의 톤. 그것이 2번째 음반 [Down To Earth]에서 더욱 응축되었고 강해졌다. 수록곡 수에서나 외양으로 보자면 단출해졌지만, 이 작품으로 시와의 음악을 확실히 믿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봄소식 보다는 조금 일찍 시와의 ‘플라스틱 주얼 케이스에 담긴 CD 없는 음반’ [시와, 커피]가 발매되었다.


통신사 위주의 수익구조로 인해 인식있는 음악인들의 음원유통 수입을 보장할 수 없는 세태이기도 하고, 시와 자신의 환경과 생태에 대한 다짐 덕에 신작은 현재 일부 한정된 유통망과 이메일을 통한 판매로만 구할 수 있다. 최근 이이는 ‘나무가 필요해’라는 자체 레이블을 만들기도 했다. (음반을 듣는 방법은 이 링크를 참조하자 : 링크 ) 별 일이 없다면 앞으로도 이런 방식으로 이 사람의 음악을 접하게 될 듯 하다. 그게 아니라면, 직접 목소리를 듣기 위해 공연을 찾아 간다거나 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시와, 커피]엔 총 4곡의 수록곡과 보너스 트랙인 ‘뭔가’를 들을 수 있다. 전작들에도 그런 경향이 강했는데, 바로 곁에서 들려주는듯한 현장의 감각을 여전히 중시한 듯 하다. 일종의 테마 넘버 ‘마시의 노래’에선 아코디언 연주(밴드 바드의 박혜리가 세션을 맡았다)가 사연의 곡절을 풍성하게 만들고, 4번째 곡 ‘나는 당신이’는 SNS에서 발견한 구절이 영감의 대상이 되어 가사와 곡이 되었다. 수록곡은 얼마 안되지만 그간 이 음악인은 자연과 타인, 언어들에서 지속적인 영감을 받아온 듯 하다. 이 지면에서 풀어내는 것보다 앨범을 구매해서 PDF 부클릿 노트를 직접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귀촌한 친구 이야기와 아이슬란드 어부 이야기에서 받은 모티브가 어떻게 곡이 되었는지 이런저런 작은 비밀이 숨겨져 있다.


자체 제작 그리고 레이블 사운드니에바에서의 시작과 나무가 필요해에 이르는 여정, 이리하여 시와는 점점 자신만의 목소리와 태도가 강건해지는 음악인으로 굳어지고 있다. 그녀의 노래 ‘작은 씨’가 영근 열매로 어느새 다가온 셈인가. 반가운 소식이다. 이 다음 행보는 뿌리내리기일지도.


- 시와 [시와,커피] 자체제작/나무가 필요해 | 2013년 2월 발매 -



[그리고, 추천작 하나 더하기]


하동균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생겼던걸까라는 구태의연한 문장으로 질문하고픈, 하지만 진정 궁금한 사연들. 아무개의 보컬 선생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한 때 코웃음쳤던 당시를 깊이 반성하게 되는 내용물들. 근래 보기 드물게 ‘팍’ 닿았던 음반이다. 소울 창법으로 모던록의 펼쳐진 장막을 울리는데 그게 그렇게 어색하지 않다. 초반은 굉장히 압도적이고, 후반으로 진행되어도 흘려듣게 곡은 없다. 사람 다시 보게 만드는, 음악 자주 듣게 만드는 흡족한 근작.


- 하동균 [Mark] CJ뮤직 | 2012년 12월 발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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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르짜 2013.03.05 19:00  Addr  Edit/Del  Reply

    오! 티나게 훔쳐보고 갑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