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20. 12. 2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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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le-Out #330] 댄딜라이언, 메쓰카멜, 백현진, 존오버, 큐엠

음악취향Y가 주목하는 싱글을 다양한 시선으로 소개드리는 싱글아웃 (Single-Out) 330회입니다.댄딜라이언, 메쓰카멜, 백현진, 존오버, 큐엠을 살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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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쓰카멜 「20th Century」

거듭되는 장르 혼종의 움직임만큼 뚜렷한 최근 씬의 분위기는 디스코든 그런지든 새삼스러운 소환 같다. 록/메탈 쪽의 극단적인 익스트림으로의 몰입과는 또 다르게 도입부터 뚜렷하게 하드록의 옛 된 흥취를 가져온 메쓰카멜도 그렇게 들렸다. 그러나 아이들의 어두운 합창이 들려오는 중반부터는 프로그레시브한 무드와 심포닉/에픽 등을 연상하는 여러 양상이 단순히 파워 있는 사운드에만 몰두하게 허락지 않았다. 다시금 펼쳐보며 읽게 하는 가사지와 테마, 마른 침을 넘기며 듣는 청자의 심중을 알아보는 베이스와 짧은 해방감을 주는 후반부 솔로는 본작이 은근히 흔하지 않은 요즘 메탈임을 깨닫게 한다. 뜻하지 않게 연말에 다가왔고, 이 클래시컬한 시도는 확실히 고색창연이라고 짧게 언급하기엔 뉘앙스에 부족함이 있다. ★★★1/2

 

백현진 「A5」

다른 음악인에 비해 백현진의 시도엔 아무래도 귀를 쫑긋 더 세우는 것이 있다. 창작의 의도와 배경의 바탕엔 음악인이 아닌 미술을 기조로 한 전반적인 작업에 대한 염두가 있는 것인지, 자신만의 목이 있는 보컬리스트로서의 백현진식 어덜트 컨템포러리와 이 전자음악 사이의 공란에 대해선 어떤 사고와 생각을 해야 할지 등. 고정된 패턴에 조금씩 벗어나거나 정형화하지 않은 그만의 패턴 찍기는 그의 이력 자체의 비유일까, 음악 만들기의 작법에 연관한 작가론의 키워드일까. 행여 이런 고민을 하는 난 이미 작가의 속임수에 빠진 것은 아닐는지. 가깝게 들리며 낙차가 바로 진동음을 바로 만드는 사운드들이 곡 내내 이어진다. 생명체의 고동에 비유하기에도 민망할 남루한 음은 삶과 일상의 거창한 비유를 거부할 듯 차갑고 황량하다. 낮은 온도와 감정이 성립되기도 힘든 아득한 거리감이 청자에게 던지는 그 인정사정없음의 핵심이라면. 아. 무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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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8. 12. 17. 11:35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링크) / 별점 제도는 이상한 제도죠.


아보카도 「Popico」

음악, 아트워크 등의 전방위 크리에이티브 크루인 아보카도의 새 싱글. 뮤직비디오 안에 드러나는 인상적인 저항의 몸짓 역시 정치적 언급이 아닌 기호와 이미지를 따온 영상 퍼포먼스에 가깝다고 한다. 실제로 여러 언급으로 유추되듯 전자음이 중후반부에 도드라지는 가운데 메마른 발성의 보컬과 텅텅 두들기는 드럼, 파장을 일으키는 베이스의 얼터너티브 록 성향의 연주는 하나의 장르로 인상을 주는 밴드 음악이라기보다는 다채로운 활동의 외연 중 일부라는 인상이 강하다. 즉 앞으로 뭐가 강화되고 어떤 것이 배제된 성향의 것이 나올지는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 근간의 음악 씬에서 만들어지는 젊은 음악의 생산, 유통을 둘러싼 자구책 등의 고민이 이렇게 노출되고 있다. ★★★



백현진×김나언 「그 근처 (feat. 김오키새턴발라드)」

백현진의 목소리가 나오기 전과 후, 어쩔 수 없는 적적한 쓸쓸함이 묻을 것은 예상했다. 마치 제비다방에서 출발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까지 걷는 1시간 50여 분의 도보 약 7km의 여정(네이버/다음넷 지도 서비스 정보 참조) 같은 기분이다. 이 계절이라면 1시간 50분간 걷다 회고하고 고민하다 보면 답은 찾지 못해도 자급적인 고독을 생산하기엔 적절하다 싶다. 백현진의 예의 끓는 보컬에 김나언의 방울방울 거품 올라오는 신시사이저와 사운드메이킹, 무엇보다 소화기 분말처럼 뿜는 김오키의 연주가 보태지면 당신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그것이 들릴 것이다. 보도자료는 ‘성인 가요’를 언급하지만 내게 이것은 위장한 예술적 언사로 읽힌다. 우리 시대의 성인 가요는 이 곡의 7분 54초 런닝타임 보다 몇 년 전부터 그냥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2013)로 시대정신을 점찍었건만.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아니겠는가. 이 곡은 이미 후반부, 통념을 벗어난 채로 목소리에서 지글거리는 전자음의 점묘로 자리를 옮기며 자신만의 독자와 청자를 요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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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7. 6. 5. 09:58

별점은 고통의 제도 / 거의 매주 웹진 음악취향Y에 글을 던집니다. [링크]




몬스터스다이브 「Shade (feat. Appear)」

 

포스트 하드코어를 표방하는 몬스터스다이브의 신곡은 마치 뉴메탈 조류에 영향받을 당시의 InFlames의 곡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로 빡빡하게 맹진한다. 물론 이 시기는 InFlames에겐 또렷한 하강기의 서두였지만, 이것과 몬스터스다이브가 2015년부터 발매한 일련의 싱글들로 보여주는 상승세와는 구분될 일일 것이다. 이 분위기에 앞뒤로 완강한 외벽을 씌우는 것은 트랜스코어 풍의 기류다. 무엇보다 이렇게 수혈된 요소들이 댄서블이나 청명함의 방향이 아닌, 드리운 그림자의 짙은 색채를 덧칠하는 타격감과 힘의 약동이라 좋았다. 2017년 초중반 몇몇 인상적인 싱글들이 이런 경향을 띠고 있다는 것이 훗날 어떤 식으로 기록될지는 알 수는 없으나, 확실히 인상적이다,

★★★



 

 


서영도일렉트릭앙상블 「가물거리는 세상 (feat. 백현진)」

 

마음을 비우고 듣기엔 그래도 백현진의 목소리가 너무 강렬하고 그 울렁이는 울대의 역동이 그대로 전해진다. 강하다. 거부하기 힘들다. 굳이 분류하자면 백현진의 솔로 작업 보다는 근간의 방백에서의 활동에 가까운 무드다. 온기가 있고, 체념하지만 그럼에도 주어지는 생의 열기가 감지된다. 물론 가사의 서두는 아무래도 어디선가 들려온 부고로부터 시작된 듯하지만... 무엇보다 착착 진행되듯 잘게 나눠 치는 한웅원의 드럼은 피날레에 울려 퍼지는 합창의 구조를 예비하고 있고, 백현진은 예의 끓어 넘치듯 노래를 부른다. 특정 장르를 추구하는 밴드나 음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곡이라기보다는 곡 자체가 가진 보편적인 감동의 구조로 입문하게 하는 곡이다. 성숙한 나이를 위한 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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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1. 12. 30. 14:02



2011년만큼 도처에 음악이 산재했던 년도가 있었을까? 방송 3사도 부족해 케이블에서까지 각종 음악 서바이벌쇼가 포진하였고, 사람들은 가시적으로 드러난 K-POP(케이팝) 열풍에 제법 들뜨곤 했다. 월요일 오전이 되면 [나는 가수다] 탈락자와 각 노래에 대한 품평을 하는 아마추어 평론가들의 수다가 가득했고, 미국 유력 음악 매체 순위에 뚜렷하게 박힌 한국 걸그룹의 존재를 보고 누군가들은 설레어했다. 그럼에도 막상 연말이 되니 공허하다. 상당수의 소위 ‘음악한다’는 사람들은 토크쇼 방석에서 진행자를 의식하며 과거사에 얽힌 농담을 뱉어야 하고, 바닷길 배에 올라타 지역 특산물을 수확하며 함박 웃음을 짓는다. 거기 어느 구석에 대관절 음악이 깃든지는 알 도리는 없고, 사람들은 [나는 가수다] 동영상은 보지만 음반을 정작 구매하진 않는다. 음반 시장의 구도는 진작에 디지털 싱글과 미니 앨범이 주류를 이루는 것으로 재편된지 오래고, 일간지와 일부 매체들의 연말 앨범 결산은 남의 일이다.


그럼에도 올해에 난 앨범 3장을 넌지시 독자들에게 밀어본다. 1장도 좋고, 다섯장도 좋고 10장도 좋고, 수십장도 좋겠으나 이 앨범만큼은 이 글을 읽을 몇 사람들에게나마 통했으면 좋겠다. 내가 한 해를 기억하는 방식 중 하나는 당해년도 앨범에 대한 의미부여다. 남에게 통할리는 없겠으나 그래도 소박한 추천으로 받아들여졌음 좋겠다. 소개할 음반의 주인공들은 2명의 솔로 뮤지션과 1팀의 밴드 뮤지션이다.


백현진의 앨범 [찰라의 기초]는 문학적 수사로 보일수도 있고, 철학서적의 한 챕터 같기도 한 오묘한 제목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정규 음반으로 볼 수도 있지만 실은 라이브 음반이다. 그런데 막상 들으면 바삭 마른 사운드와 분위기가 라이브반이 아닌 스튜디오반으로 들릴 지경일 것이다. 객석의 연호도 없고 들뜬 분위기도 없다. 음반을 채우는 것은 간혹 울컥대는 싱어 백현진의 보컬이 조성하는 예측불허의 방향이다.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같은 이은하 원곡의 리메이크에선 농염하고 간절하던 본래 분위기는 없고, 백현진의 일관되게 마구 흘려 부르는 창법만이 가득하다. 세션을 맡은 – 각기 기타와 피아노를 맡은 – 방준석과 계수정의 가세는 음울하고 도발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정규 음반에서도 악명(?)을 떨쳤던 가사를 백현진이 아무렇지도 않게 뱉고 씹을 때, 그가 왜 홍상수의 영화 [북촌방향]에 카메오로 나왔는지 이해가 될 법도 하다. 쏘맥과 참치 뱃살을 함께 한 여자의 육체를 관음하며 감상을 뱉기도 하고(「여기까지」), 어제 본 여자를 떠올리며 자위로 욕구를 털기도 하고(「목구멍」), 수잔 베가의 노래를 전반부에 무심하게 섞다가 예의 끌어안고 섹스를 하던 시간을 떠올릴듯 말듯 한다(「학수고대했던 날」) 물론 홍상수의 영화는 섹스만을 이야기하진 않지만, 그 끈적한 육체성과 멀쩌기 서있는 시선의 문제는 백현진의 음악과 닮아있다. 이 불편한(!) 뮤지션은 난데없이 [나는 가수다]에 출전한 자우림을 위해 1번의 지원사격을 한 바도 있다. 그의 끓는 보컬은 방송에서도 힘을 발휘했지만, 당연히 이 앨범에 비할 바는 아니다.


두번째 소개할 음반은 문샤이너스의 [푸른 밤의 Beat!]다. 한글로 ‘비트’라고 표기해도 될 것을 굳이 Beat라고 새긴 것을 보면, 문샤이너스는 락큰롤(Rock N’ Roll)의 한국적 변용을 넘어선 원형 구현에 천착하는 듯 하다. 표제작 「푸른밤의 BEAT!」는 영락없이 임하룡춤을 소환해 추고픈 흥겨운 락 넘버다. 문샤이너스로선 이것이 2집인데 기억컨대 1집이 좀 대단했다. 소위 더블 앨범이라고 불리는 ‘2장짜리 음반’이었는데, 재생 시간도 꽉꽉 들어찼고 내용물도 대단했다. 반면 집중력을 희생시킨 탓에 아쉬운 구석도 없진 않았다. 살을 뺀 2집은 훨씬 응집력이 느껴지고 밴드로서의 성장폭을 실감하게 만든다. 살랑이는 소소한 분위기의 「나보다 어리석은 놈, 그 아무도 없구나」가 주는 여유와 성찰도 좋고, 「검은 바다가 부른다」에서 보여주는 환상적인 순간은 락이 세상의 모든 것을 눌렀을 당시의 전성기를 연상케 한다.


[Top밴드] 같은 프로그램과 예능 프로그램에 진출한 소위 ‘Rock Will Never Die’풍의 뮤지션들은 하나같이 ‘락에 대해선 유난히 척박한 이 땅의 풍토’를 개탄하며, 자신이 메신저임을 하나같이 자처했지만 결과적으로 갸우뚱올시다. 다른 장르도 그렇겠지만, 결국 락은 무대와 음반만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듯 하다. 거기에 지나치게 엄숙한 무게감을 부여하면 ‘장르 비타협’ 팬들이 나오긴 하지만, 자신들이 직접 곡을 만들고 생활과 예술간의 긴장 사이에서 전쟁을 치른 뮤지션들의 결과물은 언제나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도 존중받아야 마땅한 음반들이 나왔고 개중 [푸른 밤의 Beat!]는 상당히 출중하다. 「마녀의 계절」같은 넘버들은 내년 여름까지도 당신의 몸을 움직일 음악이다. 밴드 노브레인(No Brain) 출신의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 무엇보다 그 자체가 ‘락큰롤 육체’인 멤버 차승우는 또 한번 문샤이너스로 자신의 성장세를 과시한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음반은 시와의 음반 [Down To Earth]다. 앞서 소개한 음반들의 뒤엉킨 욕구와 왁자한 사운드가 부담스러웠다면, 추천할 수 있는 일종의 최후 보루다. 시와는 기본적으로 조용한 사람 같고, 실제로도 조용한 음악을 한다. 프로젝트 작업인 ‘시와무지개’ 상엔 다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솔로 뮤지션으로서는 기타 하나 들고 음악 친구들의 조력을 받으며 낭랑하면서도 결코 무게감이 가볍지 않은 좋은 목소리를 들려주는 싱어송라이터다. 원래 그이의 1집 음반은 인디 음반의 메카인 신촌 향뮤직에서만 취급되었다. 일종의 독립 제작 방식이었고, 그녀의 목소리를 아는 이들이 한장씩 사듣기 위해 발품을 팔아 향뮤직에 들려야 했다. 2집부터는 환경이 바뀌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알 기회가 생겼다. 일단 다행이다.


두번째 음반은 기본적으로 1집을 잇는 듯 하지만 짧아졌되, 그만큼 ‘채움’에 주력하였다. 흔한 표현이지만 ‘관계’에 주력하는 듯 하고 비정치적이지만 바깥 일을 방관하지 않고 손을 내민다. (수록곡 「오래된 사진」은 5.18 다큐멘터리 [오월애]를 위한 오프닝곡으로 만들어졌다) 위로를 건네는 듯한 그이의 목소리와 기타의 숨결은 복잡다난하기 그지없었던 엉망진창의 올해를 마무리하는 ‘나홀로 밤에’를 위한 최적의 요소들이다. 그녀 자신도 「크리스마스엔_거기 말고」의 가사에서 ‘사람 많은 곳은 싫다’며 단 한 사람을 위한 초대의 인사를 보낸다. 이 정도면 다음날의 희망을 품어볼 수 있겠단 안도가 든다. 이렇듯 모두 해피 뉴 이어. [111228]


- 한겨레 HOOK 게재 :  http://hook.hani.co.kr/archives/37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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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1. 3. 28. 15:11

+ 음악취향Y 업데이트 : http://cafe.naver.com/musicy/13505


 

백현진 『찰라의 기초 : Live』 
LUOVA MUSIC(루오바 뮤직) / 11년 02월 발매 


01. 선운사
02. 무릎베게
03. 목구멍
04. 어떤 냄새
05.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06. 학수고대했던 날
07. 여기까지
08. 한순간
09. 여름바람
10. 오후만 있던 일요일
11. 눈물 닦은 눈물
12. 봄의 풍경


「선운사」로 입을 뗀다. 난 백현진이 부른 「찔레꽃」은 어떨까 문득 상상해 보았다. 연주 없이 마른, 그러나 간혹 울컥대는 그의 보컬은 방향을 찾을 생각도 없이 마구 삐져나온다. 이은하 커버인 5번 트랙에서 '왜냐면 사랑은 끝났으니까' 구절을 백현진이 어떻게 흘려 부르는지 들어보시길 바란다. 앨범 자체가 의도되지 않았던 기획이었다. 우연이었고, 그럼에도 앨범이라는 형태로 불쑥 튀어나왔다. 음악을 듣는 상당수의 사람들조차 익숙치 않았을 백현진의 공연이 이런 식으로나마 세상 밖에 소심한 정체를 드러냈다.


앨범 자체가 우발적인 결과물이지만, 각기 기타와 피아노를 맡은 방준석과 계수정의 가세는 음울하고 도발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본작 자체가 정규반 『반성의 시간』의 세계에서 빚을 지고 있지만 여전히 생경하고 버거운 세계다. 그럼에도 매혹적이다. 그 매혹에는 4번 트랙의 '가스 기기 기술교육원', 9번 트랙의 '아이폰4'(정규반에는 '12인치 노트북'이었다) 같이 대중가요의 선율에는 친숙하게 닿지 않았던 가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뱉고 씹으며 발음하는 백현진의 보컬에 있다.


쏘맥과 참치 뱃살을 함께 한 여자의 육체를 관음하며 감상을 뱉기도 하고(「여기까지」), 어제 본 여자를 떠올리며 자위로 욕구를 털기도 하고(「목구멍」), 수잔 베가의 노래를 전반부에 무심하게 섞다가 예의 끌어안고 섹스를 하던 시간을 떠올릴듯 말듯 한다(「학수고대했던 날」. 이 침울한 남자는 무대 위에 있지만, 실은 성동구에도 있을 듯 하고 강서구에도 있을 듯 하고, 경북 구미에도 있을 듯 하고 경남 밀양에도 있을 듯 하다. 그 울적하고 치밀어 오르는 불콰함이 한반도를 채운다. 거창한가?


백현진의 전작이 그렇듯 여타 대중가요와는 다소간 다른 층위에 있다. 일반적인 대중성 보다는 문제적 예술 작품들이 제기하는 생경함, 우발성, 불편함에 맞닿아 있다. 이 말은 여타 대중가요 작품들 보다 예술작품으로써 우월한 층위에 있다는 말이 아니다. 그 불편함과 뒤틀거림은 다소간 다른 태도의 청취 자세를 요한다는 주의에 가깝다. 하긴 듣는 순간부터 청취 자세가 일순 교정될 수 밖에 없다는 주의를 주는 것이 낫겠다. 일단 자리에 착석해보자. 습하고 거무튀튀한 잔디가 기다리고 있다. [110328]

백현진 - 라이브 앨범: 찰라의 기초
음반>가요
아티스트 : 백현진
출시 : 2011.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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