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11. 3. 2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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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진 『찰라의 기초 : Live』 
LUOVA MUSIC(루오바 뮤직) / 11년 02월 발매 


01. 선운사
02. 무릎베게
03. 목구멍
04. 어떤 냄새
05.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06. 학수고대했던 날
07. 여기까지
08. 한순간
09. 여름바람
10. 오후만 있던 일요일
11. 눈물 닦은 눈물
12. 봄의 풍경


「선운사」로 입을 뗀다. 난 백현진이 부른 「찔레꽃」은 어떨까 문득 상상해 보았다. 연주 없이 마른, 그러나 간혹 울컥대는 그의 보컬은 방향을 찾을 생각도 없이 마구 삐져나온다. 이은하 커버인 5번 트랙에서 '왜냐면 사랑은 끝났으니까' 구절을 백현진이 어떻게 흘려 부르는지 들어보시길 바란다. 앨범 자체가 의도되지 않았던 기획이었다. 우연이었고, 그럼에도 앨범이라는 형태로 불쑥 튀어나왔다. 음악을 듣는 상당수의 사람들조차 익숙치 않았을 백현진의 공연이 이런 식으로나마 세상 밖에 소심한 정체를 드러냈다.


앨범 자체가 우발적인 결과물이지만, 각기 기타와 피아노를 맡은 방준석과 계수정의 가세는 음울하고 도발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본작 자체가 정규반 『반성의 시간』의 세계에서 빚을 지고 있지만 여전히 생경하고 버거운 세계다. 그럼에도 매혹적이다. 그 매혹에는 4번 트랙의 '가스 기기 기술교육원', 9번 트랙의 '아이폰4'(정규반에는 '12인치 노트북'이었다) 같이 대중가요의 선율에는 친숙하게 닿지 않았던 가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뱉고 씹으며 발음하는 백현진의 보컬에 있다.


쏘맥과 참치 뱃살을 함께 한 여자의 육체를 관음하며 감상을 뱉기도 하고(「여기까지」), 어제 본 여자를 떠올리며 자위로 욕구를 털기도 하고(「목구멍」), 수잔 베가의 노래를 전반부에 무심하게 섞다가 예의 끌어안고 섹스를 하던 시간을 떠올릴듯 말듯 한다(「학수고대했던 날」. 이 침울한 남자는 무대 위에 있지만, 실은 성동구에도 있을 듯 하고 강서구에도 있을 듯 하고, 경북 구미에도 있을 듯 하고 경남 밀양에도 있을 듯 하다. 그 울적하고 치밀어 오르는 불콰함이 한반도를 채운다. 거창한가?


백현진의 전작이 그렇듯 여타 대중가요와는 다소간 다른 층위에 있다. 일반적인 대중성 보다는 문제적 예술 작품들이 제기하는 생경함, 우발성, 불편함에 맞닿아 있다. 이 말은 여타 대중가요 작품들 보다 예술작품으로써 우월한 층위에 있다는 말이 아니다. 그 불편함과 뒤틀거림은 다소간 다른 태도의 청취 자세를 요한다는 주의에 가깝다. 하긴 듣는 순간부터 청취 자세가 일순 교정될 수 밖에 없다는 주의를 주는 것이 낫겠다. 일단 자리에 착석해보자. 습하고 거무튀튀한 잔디가 기다리고 있다. [110328]

백현진 - 라이브 앨범: 찰라의 기초
음반>가요
아티스트 : 백현진
출시 : 2011.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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