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9.06.03 [기생충]
  2. 2017.07.01 [옥자]
  3. 2013.08.03 [설국열차]
  4. 2009.05.30 [마더] (5)
posted by 렉스 trex 2019. 6. 3. 12:48

[기생충]의 초반은 봉준호의 복귀작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평이한 한국영화 속의 광경처럼 보인다. 관객들에게 반응이 좋았다는 와이파이 신호 잡기 장면과 비롯한 가벼운 웃음을 나오게 하는 장면들의 유머들이 그렇게 타율이 좋진 않았고, 박서준이 등장할 땐 내가 한국 영상물에서 느끼는 따분함이 극도로 올라가는 기분이 들었다. 이러던 작품은 가족 하나둘이 조여정과 이선균의 집안에 슬슬 틈입하던 대목들에서 슬슬 [플란다스의 개] 당시의 리듬을 상기시켰다. 데뷔 시절부터 꾸준하게 한국 사회의 권태로움에 균열을 내며 자신만의 리듬감으로 세상없던 광경들을 만들던 그 재능의 시대 말이다. [괴물]의 뉴스 장면에 나온 감염 위험성 경고처럼 송강호 가족들은 위태롭게 계급의 주제조차 망각한 채 ‘선을 감히 넘어 들기’ 시작했고, 이는 예견된 파국을 실현하고야 만다.

이제 이어지는 문제의 ‘지하실’ 장면에서 봉준호는 야심의 연출을 보여주는데, 그가 영화 경력 내내 천착해 온 ‘어두운 터널과 지하실’([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의 악몽을 재현한다. 결코 마주치기 쉽지 않은 일그러진 얼굴과 분간가지 않는 언어가 뒤섞인 사람이 등장하고, 감독은 질문을 던진다. [플란다스의 개]에서 상승을 위해 짚고 올라가야 하나 고민하는 서울 시민의 고민에서 [설국열차]에서 열차의 동력을 위해 희생하는 다국적 아이들까지 국제적 고민으로 확장하던 그 다운 질문이다. 빈곤과 계급의 고착화, 물신의 강대함 안에서 어떤 식으로든 진행되어도 결코 이뤄낼 수 없는 해피엔딩. 최소한의 화합의 가능성까지 밀어내는 것은 반지하 거주지를 흙탕물과 오물 덩어리로 잠기게 하는 폭력적인 권능이다. 

이렇게하여 칸 현장에서 감독은 수많은 박수와 수상으로 환하게 웃을 수 있다. 그런데 [옥자] 당시 ‘고기 대량 생산하면 환경 나빠지고 지구의 미래가 걱정되어요.’로 보여준 단순 명료한 현실 인식에서 [기생충]이 가난함이라는 주제를 두고 크게 발전했는지는 앞으로 고민해야 할 대목 같다. [플란다스의 개] 이후 꾸준하게 봉준호 감독의 작품 안에서 여성들의 처우는 온당하다고 판단하기 어렵게 되었다. 사망 후 옥상 위에 전시된 [마더]의 여학생, 사망으로 극에 퇴장된 후 추모만 당하는 딸들의 처지([괴물], [기생충]), 서스펜스의 위험에 투입되는 여성들이 가득할 수밖에 없는 [살인의 추억] 등의 경우를 보자면 당혹스럽기도 하고 살아남은 여성들은 고작 ‘만질 수 있는 육체’ 대접밖에 할 수 없나 싶기도 하고 불편하다. 

[기생충]으로 감독은 어떤 장르의 화법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연출자임을 훌륭하게 입증했다. 여기에 한국적 현실 안에서 가장 자신있게 불편함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자 2위권을 입증하였다. 참조로 그 1위는 박찬욱의 [복수의 나의 것] 당시의 연출이었다. 공교롭게도 그 작품 안에서도 물 위에 변사체 상태로 둥둥 떠있는 소녀의 모습이라는 비주얼을 포기하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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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7. 7. 1. 16:50

변희봉이 할아버지로 나오는 초반부 미야자키 하야오풍 (애니의)실사 영화 부분이 지나가면, 칸 국제 광고제 수준의 교훈극이 진행된다. 그리고 액션의 감각은 감독 본인의 [괴물]과 제법 흡사하고, 정재일의 음악은 기대보다는 이하거니와 다소 정신사나움을 부추긴다.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인지 폴 다노를 위시한 헐리우드 배우들은 뭔가 B급 연기(B급 캐릭터인가?) 이상을 발휘하지 못하고, 옥자와 미자의 분전기만이 극에 대한 시선과 관심도를 붙잡아둔다. 


봉준호의 실패작인가? 그렇게 규정지을 폭력을 행사할 필요도 없고 그럴 자격도 없다고 본다. 그와 스탭들이 뿌린 노력과 숨이 벅찰 노력들은 곳곳에 박혀있고, 이 영화의 교훈 역시 굉장히 명료하다. [설국열차]와 더불어 그가 엔딩에 뭔가 희망의 조짐을 남기는 것은 한번쯤 의미심장하게 짚어볼 대목이 아닐까 싶다. 


+ 아무튼 밥 먹는 장면 정말 좋아하는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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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3. 8. 3. 21:05

영화를 보고 계급을 이야기하는건 쉬운 일이다. 너무 쉬운 일이라 거기에 언급하는 것 자체가 감독이 파놓은 쉬운 함정에 빠지는 기분이다. 그래서 조금 축소해서 생각했다. 한 남자가 햇볕을 쬐는 삶을 찾기 위해 심연을 파헤치고 파헤치다 급기야 당도한 마지막 곳이 실은 자신마저 시커멓게 집어삼킬 진정한 심연이었다는 아득한 발견의 이야기라고.


그런데 이 심연을 같이 파헤치며 걸어온 불안한 동행자 - '냄'! -는 주인공이 택한 '직진'의 길이 아닌 다른 쪽 '길'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이 이채로웠다. 급기야 이 남자가 못 이룬 다른 길 찾기의 성과는 2세가 성취한게 아닌가 싶다. 물론 영화의 마지막은 누군가에겐 절망으로 보일수도 있겠다 싶다. 막말로 설원에 피칠갑이 이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대지 위, 지구는 아무튼 다시 숨을 쉬게 된 것이 아닌가. 갑갑한 차량 바깥의 진짜 세상이. SF의 박토 위에 겨우 볼만한 영화 한편이 정류장에 당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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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09. 5. 30. 22:05

[꽃보다 돼지껍데기, 원빈보다 세팍타크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쌉쌀한 맛의 톱밥이 수북한 사막의 모습일 것이다.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는? 질척거리고 끈끈한 거대한 생명체가 꿈틀거리며 천년이고 만년이고 기어다니는 거대한 행성의 모습일 것이다. 하단 포스팅 [관악산行]에 등장한 아이는 앞으로 나이가 먹어도 기뻐도 슬퍼도 신경질이 나도 화가 나도 엄마를 부를 것이다. 용돈을 구걸할 때나 사고를 칠 때나 배우자를 소개할 때나 질척한 두 남녀는 지리하게도 엄마와 아들이라는 관계망 안에서 서로를 분리하지 못할 것이다.

어머니는 초법적인 존재다. 그녀는 아들의 타락을 못내 방조해주고 과오의 발걸음을 차분히 뒤따라오며 덮어줄 것이고 변화를 안쓰럽게 긍정해 줄 것이다. 봉준호는 이 초법적인 모성의 전제을 극단으로 밀고간다. 어떤 사람들은 [마더]를 [괴물]과 [설국열차]라는 거대 프로젝트 사이에 끼인 소품으로 인지하고 싶겠지만, 정말 소품은 [도쿄]의 에피소드일 뿐이며 [마더]는 그의 전작들이 그러하듯 여전히 중요한 영화가 될 것이다. 또다른 어떤 사람들은 [살인의 추억]을 상기하며 애써 비교하고 싶겠지만 이런 비교우위 설정도 별로 도움은 안되는 듯 하다. [마더]는 그 자체로 의미있는 질문을 던진다.

최근 박찬욱의 [박쥐]와 더불어 [마더]를 보고 느낀 점은 이 두 감독들이 점점 '계급의 문제'에서 '윤리학의 문제'로 시선을 옮기는 듯 한다는 인상이었다. [박쥐]는 빼도박도 못할 '러브멜로 영화'였고, [마더]는 - 어떤 의미에서 [괴물] 이후의 - '가족 영화'이지만 이 영화들이 관객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상당수의 대목들은 '판단의 준거와 선택, 윤리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어?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불편한 기운을 형성하는 것은 영화가 던지는 윤리적인 선택의 문제, 그리고 은폐하기 보다는 대체로 드러내놓고 묘사하는 폭력적인 장면을 (그대로)응시하게 만드는 카메라의 시선, 마지막으로는 떠받들기 쉬운 단어 중 하나였던 '모성'을 불경스럽게 훼손하려 드는 섹슈얼한 정서들이다.(니가 그러면 안돼지~ / 자고 갈려? 흐흐 같은 대사들, 그리고 하이얀 허벅지.)


[주옥 같이 엄선한 로케 장소를 넘나드는 엄마]

이 위태로운 영화 안에서 김혜자의 얼굴은 완전히 스펙터클인데, 그녀의 작은 체구가 보여주는 낯선 몸짓과 깜빡거리는 눈망울은 '바보 흉내'에 불과한 하찮은 연기를 펼치는 원빈과는 애초에 승부가 안된다. 영화는 친절하게 정보를 빵가루마냥 초반부터 흘리고, 이야기는 얼기설기 엉성하게 뭉쳐진다. 그러다 어느 지점부터 자연스레 '확' 터진다. 이후 기다리는 파국... 마지막에 모든 것을 포용하는 붉은 햇살은 지금껏 정면을 돌파해온 어머니의 원초적인 에너지를 경이롭게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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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Run 192km 2009.05.31 11:36 신고  Addr  Edit/Del  Reply

    김혜자의 저 사진은..
    마치 원령공주의 모습 같네요..-ㅂ-;;
    ..술이 덜 깼나 봅니다요..;;

  2. evans. 2009.06.03 16:49  Addr  Edit/Del  Reply

    원빈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조금 더 입체적인 배우가 했다면. 하는 생각도 드네요.
    박카스의 추억; 때 저는 원빈이 엄마를 자극해서 자기를 여기서 빨리 나가게끔.
    언제나의 엄마처럼 뒤치닥거리를 해주었으면 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봉준호 감독은 "누가 누구를 지배하려하는가?"에 포커스를 맞춰보는것도 재미있을것이다. 라고 얘기하네요.
    디테일은 다르지만 살인의 추억에서 박해일을 보던 것과 비슷한 시선으로 원빈을 다루고 있단 생각이 들어요.
    아 그나저나 참...혜자언니.
    투썸즈업.

    • BlogIcon 렉스 trex 2009.06.04 11:17 신고  Addr  Edit/Del

      안 그래도 동행자가 영화를 본 그 날,
      차라리 '박해일이었음?'이라는 말을 하더군요.

      의외로 그럴싸할지도요.(너무 멀쩡한 허우대를 가졌지만)

  3. BlogIcon emptycafe 2009.07.03 18:21  Addr  Edit/Del  Reply

    오랜만에 와서 왕창 글읽고 갑니다. 글이 더욱더 명문이 되신듯.^^
    트랜스포머에 집중해 계실 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