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20. 6. 1. 11:24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링크 : musicy.kr/?c=zine&s=1&gp=1&ob=idx&gbn=viewok&ix=7121/ musicy.kr/?c=zine&s=1&gp=1&ob=idx&gbn=viewok&ix=71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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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디에스 「Au Magasin De Nouveautes」

메싸드 시절부터 《오감도》 연작을 통해 이상 문학에 대한 관심을 계속 반영했던 이 원맨 밴드의 선택은 이젠 《건축무한육면각체》 연작 6부작이다. 연작시의 첫 작품이자 본작이 수록된 음반의 첫 곡 표제이기도 한 「AU MAGASIN DE NOUVEAUTES」는 이상의 문학 《날개》의 옥상 무대이기도 했던, 미쓰코시 백화점의 배경을 다루고 있다. 이상이라는 인물을 낳은 시대적 배경, 몇몇 기록과 논문들이 말하고 있는 병리학적 근거, 당시 문화적 조류에 근거하여 백화점이라는 모더니즘의 공간이 가진 상징성, 무엇보다 그로 인해 나온 시 형식과 시 언어가 얼마나 한 21세기 음악 창작자를 지금까지 자극했을지는 일부 짐작만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사정없이 나오는 래스핑 보컬과 심포닉 블랙 메탈 사운드의 의도된 혼란성은 이상의 문학이 한국 근대문학사에 차지하는 독특한 위치와 당대 서구 문명의 첨단성에 의해 혼미해진 자아를 대변하는 장치가 된다. 무엇보다 언제나 글쓴이가 블랙 메탈 장르에 대해 느끼는 아이러니, Ubholy 한 장치로 Holy 함을 낳는 심포닉 사운드의 연출 또한 유효하게 사용되었고 이어지는 곡들에도 이런 기조를 이어간다. ★★★☆




에프에프알디 「Oh」

『현대음악』(2019)에서의 협업이 만족스러웠는지 신작이 나왔다. 사고와 탐구, 수렴이 돋보이던 차분한 자세는 본작에 이르니 뭔가 곤두선 기운으로의 변화가 감지된다. 코로나-19 정국 안에서의 ‘거리 두기’로 인한 근질거림과 지글거림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게 짐작만은 아닌 거 같다. 장르의 재미있는 요소를 추출하는 정도가 아니라 장르의 육체적 등짝을 신경질적으로 뜯어내는 듯한 노기(怒氣)가 보이고, 때론 레이브를 때로는 헤비니스에 가까운 착란을 일으키며 힘을 발산하는 트랙이 짙은 인상을 준다. 그에 비하면 브레이크 비트가 도드라진 본작은 차리리 기복 없이 안정적으로 들린다. 그러다가 명료하게 들리는 장치를 가지고 어디까지 고조되는가 치닫는 중후반부에 이르면, 여전히 으르렁한 기운이 잡힌다. 이런 프로듀서의 성질머리가 다음 음반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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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 9. 23. 11:27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 (링크 :  http://musicy.kr/?c=zine&s=1&cidx=16&gp=1&ob=idx&gbn=viewok&ix=68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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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에프알디 「Romance」 

커널스트립에서 동찬이라는 정체성을 완전히 수용한 음악인은 또 한 명의 전자음악가 덥인베인과 함께 새로운 음악을 내놓는다. 음반 『안개』(2018)이 제명 같은 은밀함을 지닌 작업이었다면, 이번엔 웬걸 태연하게 만든 하우스 사운드다. 곡의 마무리를 앞둔 살짝 전환이 있지만, 곡 전반이 이런 것도 하는구나 하는 작은 끄덕임을 준다. 그럼에도 묘하게 영기획 쪽 음악들이 그러하듯 부담스럽지 않은(?) 지적인 자리매김과 사변적으로 들리는 문체랄까 싶은 감이 느껴진다. 이게 영기획과 음반 발매 음악인들과의 적절한 거리감과 교류에서 파생하는 ‘전자음악 맛집 레시피’의 비결인지는 모르겠지만. ★★★


전국비둘기연합 「끼리끼리」 

아폴로18 음반 발매 오프닝 등에서 동료이자 은근히 동생뻘의 위치를 자임해야 했던 과거의 전비연이었지만, 이젠 뭐 논박을 불가능하게 하는 ‘꾸준하고 성실한 밴드’ 음악인으로 지금까지 생존해 남아있다. 그래도 1분 50여 초에 달하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 밴드의 태도는 여전하다. 논지가 명료한 – 너네들은 좆나 구리고, 우리는 로큰롤이다! - 가사와 2인조 안에서 낼 수 있는 최대치의 배기량으로 어제도 오늘도 개러지 화이팅이다. 음악을 둘러싼 게시판의 드문드문 올라오는 담론과 지식 경연, 작품성, 장르 등의 이야기를 꽤 무기력하게 만드는 순수한 신경질과 완력으로 뭉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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