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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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le Out 299, 300회 - 메리디에스, 에프에프알디

trex 2020. 6. 1. 11:24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링크 : musicy.kr/?c=zine&s=1&gp=1&ob=idx&gbn=viewok&ix=7121/ musicy.kr/?c=zine&s=1&gp=1&ob=idx&gbn=viewok&ix=71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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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디에스 「Au Magasin De Nouveautes」

메싸드 시절부터 《오감도》 연작을 통해 이상 문학에 대한 관심을 계속 반영했던 이 원맨 밴드의 선택은 이젠 《건축무한육면각체》 연작 6부작이다. 연작시의 첫 작품이자 본작이 수록된 음반의 첫 곡 표제이기도 한 「AU MAGASIN DE NOUVEAUTES」는 이상의 문학 《날개》의 옥상 무대이기도 했던, 미쓰코시 백화점의 배경을 다루고 있다. 이상이라는 인물을 낳은 시대적 배경, 몇몇 기록과 논문들이 말하고 있는 병리학적 근거, 당시 문화적 조류에 근거하여 백화점이라는 모더니즘의 공간이 가진 상징성, 무엇보다 그로 인해 나온 시 형식과 시 언어가 얼마나 한 21세기 음악 창작자를 지금까지 자극했을지는 일부 짐작만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사정없이 나오는 래스핑 보컬과 심포닉 블랙 메탈 사운드의 의도된 혼란성은 이상의 문학이 한국 근대문학사에 차지하는 독특한 위치와 당대 서구 문명의 첨단성에 의해 혼미해진 자아를 대변하는 장치가 된다. 무엇보다 언제나 글쓴이가 블랙 메탈 장르에 대해 느끼는 아이러니, Ubholy 한 장치로 Holy 함을 낳는 심포닉 사운드의 연출 또한 유효하게 사용되었고 이어지는 곡들에도 이런 기조를 이어간다. ★★★☆




에프에프알디 「Oh」

『현대음악』(2019)에서의 협업이 만족스러웠는지 신작이 나왔다. 사고와 탐구, 수렴이 돋보이던 차분한 자세는 본작에 이르니 뭔가 곤두선 기운으로의 변화가 감지된다. 코로나-19 정국 안에서의 ‘거리 두기’로 인한 근질거림과 지글거림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게 짐작만은 아닌 거 같다. 장르의 재미있는 요소를 추출하는 정도가 아니라 장르의 육체적 등짝을 신경질적으로 뜯어내는 듯한 노기(怒氣)가 보이고, 때론 레이브를 때로는 헤비니스에 가까운 착란을 일으키며 힘을 발산하는 트랙이 짙은 인상을 준다. 그에 비하면 브레이크 비트가 도드라진 본작은 차리리 기복 없이 안정적으로 들린다. 그러다가 명료하게 들리는 장치를 가지고 어디까지 고조되는가 치닫는 중후반부에 이르면, 여전히 으르렁한 기운이 잡힌다. 이런 프로듀서의 성질머리가 다음 음반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