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연상호 (3)
Rexism : 렉시즘

최규석의 그림을 보고 허영만이나 허영만의 후계인 윤태호에 버금가게 한국인의 표정을 잘 그리는 작가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아집이 강하고 고집이 강한 속물의 찌든 표정들, 그중 최규석은 젊은 사람들의 표정을 잘 그렸는데 그런 화풍이 연상호를 만나 때론 셀 애니메이션으로, 또는 아예 세계관을 확장하는 영상물로 만개하게 되더라. 그런 자가들의 이력은 [지옥]에 의해 만개된 듯한데, 결코 쉽지 않은 작품일 텐데 기어코 결론을 내리긴 했다. 신의 단죄와 심판, 그 기준과 정도에 대해 일개 인간인 우리로선 설정을 잡기 힘들진 대 그들은 그걸 하였다. 변종 바이러스가 새로운 국면을 보여주는 작금의 상황에서 생각하면 그 점이 더 와닿더라. [지옥]에서도 극 중 종교 단체와 오만한 인간들도 자신들의 판단에 섣부른 자신감..

네이버 웹툰 [지옥](연상호 x 최규석)을 볼 때도 느꼈지만, 연상호의 한국(인)에 대한 진한 회의의 감정은 한결같다고 생각했다. [반도] 안에서 황 중사가 생존자를 대하는 잔혹함은 좀비를 대하는 생존자의 것보다 더 진하고 노골적인데, 이게 감독이 그 회의감의 결과로 보였다. 그런 황 중사와 일당에 대한 응징의 방법 역시 가차 없다는 것 역시 이 감정의 연상선이라고 본다. 한국이라는 국가의 숨통을 설정상 단 하루 만에 끊어버린 것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영화를 대하는 대중을 위한 배려는 전편보다 더욱 밀도 깊은 휴머니즘 덧칠로 매듭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행이라면 이런 내 취향 바깥의 이런 결말도 전작 [부산행]의 아기용품 광고 같은 장면보단 견딜만했다는 것이다. 다만 딱 2초- 2초! 씩만 ..
연상호의 [부산행]은 극장에서 좀체 영화를 보시지 않는 - 보실 기회가 없는 - 모친이 좋아한 영화였다. 모친이 차태현이 나온 조선시대 퓨전 사극을 무척 재미없다고 하신 기억이 나는데, 그에 비하면 연상호는 해낸 것이다. 그만큼 부산행은 한정된 공간, 한계가 있는 시간 안에 효율적인 연출만 주어지면 보장되는 재미가 있는 영화였고, 감독은 건졌고 성공했다. [염력]을 표면적으로 [부산행]과 유사하게 보이는 것은 역시나 아버지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이것은 따분한 통속물의 함정이라고 보이긴 하는데, 보다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요소가 관객으로서의 내 입을 다물게 한다. 굉장히 노골적으로 들고 온 용산 사태의 메타적 상황은 거의 재현에 가까워 보일 정도며, (CG를 다룬 몇몇 장면과 함께)민망할 정도다. 이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