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20. 8. 5. 11:23

네이버 웹툰 [지옥](연상호 x 최규석)을 볼 때도 느꼈지만, 연상호의 한국(인)에 대한 진한 회의의 감정은 한결같다고 생각했다. [반도] 안에서 황 중사가 생존자를 대하는 잔혹함은 좀비를 대하는 생존자의 것보다 더 진하고 노골적인데, 이게 감독이 그 회의감의 결과로 보였다. 그런 황 중사와 일당에 대한 응징의 방법 역시 가차 없다는 것 역시 이 감정의 연상선이라고 본다. 한국이라는 국가의 숨통을 설정상 단 하루 만에 끊어버린 것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영화를 대하는 대중을 위한 배려는 전편보다 더욱 밀도 깊은 휴머니즘 덧칠로 매듭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행이라면 이런 내 취향 바깥의 이런 결말도 전작 [부산행]의 아기용품 광고 같은 장면보단 견딜만했다는 것이다. 다만 딱 2초- 2초! 씩만 잘라줬으면 좋았을 호흡을 연상호 감독은 차마 끊지를 못한다. 슬로 모션과 지연, 가장 냉소적이고 회의적인 창작자가 선택하는 휴머니즘의 미련이 안타까움을 줬다. 그래도 [인랑]에서 배운 듯한 군사 액션 트레이닝의 결과를 강동원은 여기서 제대로 발휘하는 듯하다. 배우 크리티컬 활용의 적기.

민정, 준이, 유진 세 모녀의 액션은 자연스럽게 시국의 미덕인 성역할의 균형을 위해 안배된 것은 확실한데, 그래도 독창적인 고민이 들어가 있다. 일반적으로 속도 올린 자동차의 움직임 보다 묘하게 빨리 돌린 촬영의 속도는 자본, 테스트 시간, 인력, 노하우가 현실적으로 부족한 한국 현장의 한계 때문으로 이해한다. 이것을 상쇄하는 집요한 구성에 대한 고민, 스토리보드가 포스트 아포칼립스 오목교의 심야를 충돌음과 파괴로 물들인다, 등장 시작 후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효과적으로 캐릭터를 설명하는 화법, 그로 인해 이미 인물의 마지막 운명까지도 쉽게 예상하게 하는 익숙함은 지루함 없이 원만하게 진행한다. 본의 아니게 코로라-19 정국에 걸맞은 위기와 파국의 이야길 만들었지만 나같이 오래간만에  극장 산책을 누린 사람에게 적합한 작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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