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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군산 : 거위를 노래하다](이하 [군산])는 장률의 작품이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큰 3가지의 양상, ‘거의를 노래’하는 작품이다. 과문한 나는 이를 크게 3가지 단어로 쪼개 키보드를 통해 옮기고 기록한다. 경계(지우다) 장률의 작품이 드러내는 삭막하고 비의에 젖었던 정서들은 2010년 이전 작품에서 도드라진 것들이었다. 여기엔 여성을 유린하는 남자들이 있고, 이런 서슬 퍼렇고 흉한 일들이 변방의 풍경 바깥 이들에겐 은폐되고 있었다. 작품명이기도 한 [경계]는 신나고 휘황한 남한의 영역과는 다른 연변이나 탈북이라는 바삭하고도 건조한 단어와 어울리는, 장률이 그린 세상에 어울리는 영역을 대변하는 단어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의 우리와는 ‘상상과 구상 이외’의 곳에서 그들을 선 긋게 만드는 영토 또는 집단의..
영화 시간을 상회하는 정성일 평론가와 장률 감독의 GV까지 가고야 말았다. 내 엉덩이와 허리... 피곤하다가도 논조에 동의를 하느냐마느냐를 떠나서 정말 정성일의 집요함과 말하기 자체가 글쓰기가 되는 서사는 놀라운 부분이 있다. 탄복하고 나왔다. 물론 무덤을 무듬으로 발음하는 느릿한 장률 감독의 성실한 답변 등도 좋았고. 물론 풀리는 부분보다 풀리지 않은 부분이 훨씬 많았다. 평론가나 감독이나 영화가 미로임을 인정한 듯 하다. 영화에 대해선 내가 오해한 듯 했다. 나는 영화가 비교적 친절했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보니 아찔했다. 도처에 의심이 들었다. 박해일은 원혼이었을까. 그만이 홀로 원혼으로서 경주 곳곳을 유영하고 있었던걸까. 반대로 박해일이 만난 이들이 원혼이었을까. 현실과 이현실의 구분은 생각보다 명..
박해일이 걷는 경주의 걸음걸음마다 홍상수의 [생활의 발견]을 연상할 이들은 한둘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그는 도덕적으로 완결하지 않으며, 애욕을 이유로 과거의 여인을 한명 호출하기도 하고 한명에게 날개짓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전제는 다르다. 그는 죽음의 사연에 의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경주에 도착했으며, 죽음의 사연들은 도처에서 출몰한다. 자살, 낙태, 노령의 죽음 등의 사연이 쌓이고, 영화가 끝났다고 생각한 지점에서 이야기는 덧을 붙이며 현실과 환시를 오간다. 흔들리던 카메라는 마치 한 남자의 여정의 마지막에 죽음의 비유를 겻들이기까지 하는데... 이 마무리를 제외하고는 영화는 내내 차분하고 친절한 설명을 아끼지 않는다. 싱거운 웃음과 여름날의 경주를 채운 볕과 어둠을 주시하게 하는 좋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