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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우리 학교 보건 교사 쌤이 퇴마사였대.” 이야기 [보건교사 안은영]의 작가니 이런 가지뻗기가 가능하다 싶었다. 그런데 이게 정세랑 작가의 첫 단편소설집이었대. 난 몰랐네. 느슨하지만 흐릿한 연계로 이어진 공동체 개개인들의 이야기가 하나의 맥을 잡히게 하고(웨딩드레스 44), 이런 전작 [피프티 피플]을 연상케하는 주제의식은 환상적인 설정의 형태로 보다 구체화되고(해피 쿠키 이어), 다시금 연대와 소극적인 형태로나마 지탱을 주는 연대의 중요함을 이야기한다(이혼 세일). 여기에 수줍게 작가가 사학 전공임을 드러내는 이야기가 가상 역사물의 서사를 빌어 페이지를 후두둑 넘기게 만들고(알다시피, 은열), 테크놀러지는 작가가 여러 작품들을 통해 강조한 선한 인간들의 노력과 최선을 실현케하는 도구로 나온다(보늬)...

병원이라는 공간을 영상 매체가 선호하는 이유를 알 듯하다. 연애는 기본에 가장 그럴싸한 이성애 기반 유교 가족 휴먼 스토리를 넣기에 가장 무난하고(병과 죽음, 극복이 있다!) 근간에는 정치 드라마 뺨치는 욕망과 가투가 서린 서사도 가능하고 그 자체가 한국 사회의 미니어처 화조차 가능한 공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정세랑 작가가 이 한정된 공간, 어쩌면 드넓게 확장할수도 있을지 모를 이 공간의 주변부 곳곳에 50명을 배치한다.(한 독자는 정확히 51명이라고 한다) 잘 읽히고 재미난 책이다. 굳이 말하자면 내겐 [보건교사 안은영] 보다 [재인, 재욱, 재훈] 계열로 읽혔다. 그렇다. 덜 미숙해도 언제나 좋은 사람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바른 마음을 먹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세상에 한 톨씩 기여를 하는 그런 이야기다..
재인, 재욱, 재훈국내도서저자 : 정세랑출판 : 은행나무 2014.12.24상세보기재인, 재욱, 재훈은 3 남매다. 이들에게 일어난 우연한 (적당한 수준의)초능력의 발현은 이들의 인생, 아니 일상에 조금씩 영향을 준다. 한국을 중심으로 세계 도처에 여기저기 흩어진 이들 남매들은 자신이 가진 힘을 통해 조금씩의 공헌을 하게 된다. 사람을 구한다는 것은 참으로 숭고한 것인데, 우리에겐 이런 기회가 자주 오진 않지만 설사 오더라도 이 기회에 대한 선택을 숙고할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이들이 기꺼이 자신들을 둘러싼 환경과 연관된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판단의 계기는 바로 힘에 기인한다. 그럼 힘에 대한 예찬일까? 그것보단 선의에 대한 긍정에 가까울 것이다. 수많은 타인들이 주목하거나 설사 선의의 결과가 일으킬 ..
보건교사 안은영국내도서저자 : 정세랑출판 : 민음사 2015.12.07상세보기 예민함과 눈에 확연한 기복으로 대변되는 학생 시절의 소위 감수성. 이 마음에 틈입하는 기복신앙 속 존재들과 주변의 이상 현상들. 하지만 걱정마시라. 우리 사학엔 보건교사 안은영이 있다. 경쾌하고 잘 읽히고, 그리고 단편이 진도를 나갈수록 그 본성을 드러내는 이야기들의 면면들이 좋다. 역사 교과서, 타자를 배제하는데 있어 가장 손쉬운 장기를 발휘하는 못돼 먹은 이곳의 실정들을 부담스럽지 않게 터치한다. 때론 장르 코믹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가볍게 대하게 되는 연작 같기도 하지만 때론 뾰루퉁하면서도 결국 조심스럽게 세상과 타인을 대면하는 매력적인 인물들이 조성하는 이야기가 일단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