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크리스토퍼 놀란 (6)
Rexism : 렉시즘
관람 후 놓친 정보를 다시 체크해야 하고, 이런저런 사람들의 가이드가 필요한 영화가 실은 작품을 낳은 중요한 배양 중 하나가 서사와 논리에 대한 고민이 제일 필요하지 않은 [007] 시리즈라는 아이러니라니. 놀란의 '임무수행 전문직' 판타지와 마른 여성 환상이 훗날 [테넷]을 낳은 뿌리였다니, 이거야말로 작품 속 인버전 기법으로 시간을 되돌려 검증하거나 혹시나 교정은 안되나 확인하고픈 사항이구나. 그런데 인버전에 의하면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고 한다. 시간과 물리의 필연인가요. 아무튼 한 수 배워야겠네요. 쉽지 않았고, 아니 쉽지 않은 게 아니라 그냥 어렵습디다. [메멘토]와 [인셉션], [인터스텔라] 등 여기에 [덩케르크]까지 상영관 안에서 꾸준히 관람의 시선과 경험을 실험관에 꾸준히 넣은 그 다운 ..
놀란은 평소의 묵직한 연출 톤에 역사를 영화적 방법으로 진실되게 구현하는데 또 한번 심혈을 기울인다. [인터스텔라]에서 보여준 과학적 진경에 대한 노력처럼, 그는 여전한 필름 사랑과 아이맥스의 위력에 대한 신뢰를 보낸다. 이야기 만들기는 시간과 공간의 배열에 대한 영화라는 이름의 효과적 거짓말을 사용하기에 [인셉션]도 떠올랐다. 그것이 잔재주로 내비치지 않는 것은 역시나 역사를 재현하는 톤에 있는 듯하다. 한스 짐머의 음악은 큐브릭의 비전을 영향받은 것이 놀란 보다 마치 짐머 자신인 듯했던 [인터스텔라]와 또 한 번 톤이 바뀌었는데, 지나치게 부각된 몇몇 톤은 좀 과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짐머와 놀란 두 사람에게 모두 문제가 되는 대목은 역시나 영국이란 국가 자체에 대한 헌사가 깃듯 후반부 대목들일 것이..
[인셉션]에선 현실과 꿈의 레이어를 여러겹 겹치면서 돌돌 말아 통을 만들더니, 이젠 시간과 공간을 종이접기하고 구멍을 내고 뚫고 풀칠을 한다. 한층 난이도는 올라간 셈인데, 이야기의 구조는 보다 더 선명해졌다. (숱한 오류를 자행한 덕에 하드 SF의 명작 지위를 누리기엔 무리가 생긴 모양이다.) 이공계의 지탄을 받는 동안, 이 영화를 본 인문학도는 제법 뭉클해졌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 중 대놓고 가족 드라마 태를 내는 작품인데, 둘러둘러 가는 것보다 이 방향을 택한게 어쩌면 옳았을지도. 다만 [제로 다크 서티]의 여배우(제시카 차스테인)에게 저런 대사들을 준 조나단 놀란은 언젠가 맞아 죽을지도 모르겠다. 시리도록 아름답고 무서웠던 [프로메테우스]의 우주와 땅, 드넓은 폐쇄 공간 [그래비티]에 이어 어..
히어로물의 영화화에 대해서 일반 영화팬들이 촉각을 세우게 된 시기는 언제부터였을까. 벤 애플렉의 [맨 오브 스틸] 후속편 캐스팅을 두고 일어난 왈가왈부들을 보아하니 새삼 궁금해졌다. 물론 이런 들썩거림이 작금의 현상만은 아니다. 마이클 키튼의 [배트맨](감독 팀 버튼) 캐스팅도 당시에는 여론의 우려를 낳았고, 니콜라스 케이지판 [수퍼맨](팀 버튼의 프로젝트) 캐스팅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았으나 영화의 호평과 더불어 배우의 이미지에 선영향을 끼친 전자의 경우도 있었고 반면에 다행히도(?) 무산되어 역사 속에 사라진 이야기가 된 후자의 경우도 있었다. 이후 헐리우드의 소문난 코믹스 팬이었던 니콜라스 케이지의 게인적 염원(!)이 [고스트 라이더] 시리즈로 이어졌고, 그 결과는 극장 ..
[비긴즈]의 고담은 팔코네 가문을 위시한 갱단의 부글대는 소굴이자, 정의의 이름으로 정화시켜야 할 대상이었다. [다크 나이트]의 고담은 기존 갱단 간의 질서는 물론이거니와, 브루스 웨인의 정의와 신념 자체를 위기에 봉착케 하는 조커의 등장으로 혼돈의 공간이 된다. 그럼 뒤이어 더 덧붙일 이야기가 있을까? 있었다. 정의의 상징체를 앞세우고, 불의의 이름을 배트맨이 뒤집어쓴 오해의 시간 8년이 흘러간다. 겉으론 평화로워 보이는 고담시와 볼폼 없어진 브루스 웨인의 육체는 대비된다. 그리고 최악의 위기는 찾아온다. 조커의 목적은 혼란이었고, 추동의 에너지는 유희였다. 베인의 목적은 보다 선명하고, 추동의 에너지는 순정이었다. 무엇보다 그는 도덕성을 시험하지 않는다. 시신용 부하를 자리에서 즉석해서 선정해 공중에..
꿈이라는 소재라는 점에서, 이것이 매체상 객석 예술이라는 점에서 본의 아니게 밴드명 드림 씨어터를 떠올렸다. 올라간 이미지는 모두 네이버 영화 제공이며, 하단에 달린 영어 주석은 드림 씨어터의 정규 앨범 타이틀들임을 밝힌다. [Scenes From A Memory] 아내와의 관계, 아내와의 과거, 아내의 사건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시간 진행에 따라 살며시 양파 껍질 속을 보여주는 구조라는 점에서 [메멘토]를 연상한게 사실이었다. 이미 저편에 사라진 기억의 조각을 찾아 절름발이 개인 수사를 하는 가이 피어스의 갑갑함과 이 영화 속 디카프리오의 찌푸린 이맛살은 어느정도 겹쳐 보였다. [Images And Words] 그러나 크리스토퍼 놀란은 당시보다 더 늘어난 예산과 네다섯겹 껍질의 구조로 [인셉션]을 감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