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12. 5. 7. 14:45

+ 음악취향Y 등재 : http://cafe.naver.com/musicy/14896


글렌 체크(Glen Check)의 「VOGUE BOYS AND GIRLS」를 듣는다. 같은 앨범 『Haute Couture』에 있는 「60’S CARDIN」등과 더불어 의식적으로 패션 런웨이쇼의 풍경과 닮아있고, 그 풍경에서 수혈받은 영감의 기운이 서린 곡이다. 무엇보다 곡은 지금의 세대를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로 충만하다. 신중현이 김완선에게 준 가사 '현대 음율속에서 순간속에 우리는 너의 새로운 춤에 마음을 뺏긴다오'를 2012년의 세상에 옮긴다면, 이렇게 재현되지 않았을까 싶다. 징글쟁글 기타음에 정교함 리듬감이 잘 차려진 한 상의 성찬이다. 끝까지 사람을 잡고 놓아주는 힘은 부족할지언정, 앨범 『Haute Couture』는 고루고루 힘이 분배되어 있어 지금의 'Boyz N Girlz' 누구에게라도 쾌히 추천할 수 있는 목록이 되었다.



적지 않은 이들이 글렌 체크의 정규작 이전에 발매된 이디오테잎(Idiotape)의 정규작 『11111101』을 동일선상에 놓고, 동시대의 중요한 앨범으로 거론하는걸 볼 수 있었다. 일렉트로와 밴드음악의 성분 함량과 궁금한 라이브, 무엇보다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힙'함이 있기에 그런 듯 하다. 흔히들 말하는 뭐가 더 우월하냐 더 들을만하냐의 이야기로 옮겨지기도 하는데, 언제나 그렇듯 다소 헛된 일이기도 하다. 그건 취향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밴드 당사자들은 아마도 동시대라는 함수 외엔 서로를 닮았다고 생각할리 만무할 것이다. 다만 동시대적인 등장이라는 공교로움을 제외한다면, 두 밴드가 지금 가장 '핫'한 이름인 것만큼은 사실일 것이다.



만듦새에 있어, 한국어에 일단 두 밴드는 자유롭다. 한국어에 굳이 얽매이지 않아도 자유롭게 타국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무기가 있는 글렌 체크도 그렇고, 애초에 언어라는 전달 매개체와 별 인연을 맺지 않아도 되는 이디오테잎의 음악도 그렇다. 곡들 전반을 지배하는 일렉음과 리듬을 둘러싼 다양한 아이디어들로 채우기에도 이들의 음악은 충분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외적으로 이들의 앨범은 일견 안팎의 모양새를 보자면, 한국이라는 지정학적 위치에 한정되지 않는 면모를 가졌다. (낯간지러운 언사로)'세계 시장에 내놓아도 뒤떨어지지 않는 완성도!' 같은 말을 하자는게 아니라, 앞서 말한 '동시대적'인 면모가 있다. 언어의 문제에서도 장르의 문제에서도 한국 시장의 사정에 굳이 구속될 필요가 없는, 애초부터 태생이 그러한 음악들.


하긴 언어가 구속이라는 관점조차도 요샌 폐기대상이지 싶다. 그토록 방송 3사 모두 눈에 불을 켜고, 선취점과 기록 갱신의 스포츠 정신으로 목을 매다는 '한류 열풍'의 몇몇 풍경을 뜯어보면 그렇다. 유튜브에 등재된 수많은 해외의 '한류팬(K-pop Otaku?)'들의 영상을 보자면 뭉개지고 씹힌 한국어 발음으로 애써 가요를 부른다. 애초에 언어가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심중을 저격한 것은 군무와 트렌드의 전장에서 생산되어 나온 곡들의 공정 결과에 있었던 모양이다. 이런 시장의 풍경과도 하등 관계없는 지점에서 글렌 체크와 이디오테잎, 또는 칵스(Koxx)는 이른바 '글로벌'한 감각의 결과물들을 자유롭게 쏟아내고 있다.



오히려 역으로 칵스(Koxx)는 한국어를 즐겁게 가지고 논다. 여느 곡처럼 영어 가사의 빽빽한 집을 짓던 「12:00」에서 그들은 '열 두시가 되면은 문을 닫는다'라는 한국어 기둥을 박는다. 처음 들었을 때는 잠시 귀를 의심하다, 그것이 의도적인 유희로 넣은 모국어 가사임을 우리는 곧 알아챈다. 그 유희는 칵스의 일렉트릭 개러지를 한정짓게 하지 않는다. 그 곡이 불릴 장소는 홍대여도 상관없고, 타국의 야외공연장이라도 아무래도 상관없게 만든다. 쿨라 쉐이커(Kula Shaker)가 만다라가 어떻구니 힌두교의 구절을 인용해 이 노래 저 노래를 불러도 아무 상관이 없었듯 말이다.



한편 이들 밴드와 개별 장르 성분은 흡사한데, 용해촉진제가 달라 결과물은 사뭇 달랐던 TV 옐로우(TV Yellow)의 경우가 떠오른다. 그들의 음악은 상당수 한국어로 구성되어 있고 보다 직접적으로 정서를 전달한다. '날아가 네가 원하는 곳으로 / 날아가 네가 원하는 곳까지 / 나에겐 다다를 수 없는 곳에 / 날아가 원하는 곳으로 떠나'(「Speed Simone」)라는 가사가 나오는 곡의 후반부는 격정적이고, 감정 이입이 조금만 된다면 겨드랑이에 새털 묻은 날개가 돋는 기분이 난다. 상승이 되고 뭉클하다. 글렌 체크와 칵스의 영토가 런웨이쇼와 플로어 등지라고 강제로 정의한다면, TV 옐로우의 영토는 지금 우리가 걷는 어둑한 도로에 가까워진다. 여기엔 뭐가 더 우월하고 출중하다는 장단점 매기기의 시도는 무의미해진다. 아마 근 몇년 안에 한국어라는 '투명 감옥 창살'의 문제를 거론하는 이런 촌스러운 시도 역시 자리를 잡기 힘들 것이다. [120507]


 

댓글을 달아 주세요

posted by 렉스 trex 2010. 12. 3. 09:46
+ 음악취향Y의 연말 이벤트(http://cafe.naver.com/musicy/12924)덕에 나도 더불어 작성.


TV 옐로우 - Speed Simone([Strange Ears] 2번 트랙)



날아가 네가 원하는 곳으로
날아가 네가 원하는 곳까지
나에겐 다다를 수 없는 곳에
날아가 원하는 곳으로 떠나.



옐로우 몬스터즈 - CHRISTIE([Yellow Monsters] 2번 트랙)



TV매니아 라디오 매니아 
매거진은 말할 것도 없어
넌 깔대기를 입에 문 예술가.
여기서 Music이란 없어.


펜토 - TELEPORT([Microsuit] 5번 트랙)



사실상 독립적인 싱글이라기보다는 기능적인 트랙이지만 듣는 처음부터 와-!


그리고


이승환 - 내 생애 최고의 여자([Dreamizer] 12번 트랙)



조규찬 - Instead of you([9] 7번 트랙)



잘하던 것을 올해도 잘 해낸 두 남자.

댓글을 달아 주세요

posted by 렉스 trex 2010. 11. 30. 09:00
- 최근엔 허클베리핀의 라이브반을 듣고, [소셜 네트워크] 사운드트랙을 듣고 있습니다. 음악을 들려주는 이들은 언제나 고맙습니다. 그래서 매년 연말 이렇게 고마움을 표합니다. 줄세우기로 보일수도 있겠지만, 저의 좁은 음악듣기에 깨우침과 힘을 주는 대상에 대한 기록으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 올해는 10장을 넘겨 11장이 되었고, 역시나 국내 음반에 국한되었습니다.
- EP도 언제나 마음 속 후보지만, 결국 메모로 정리해보니 이렇게 정규반만 남았습니다.
- 작년 12월 1일부터 올해 11월까지의 발매작입니다.
- 무순입니다. 앨범에 대한 주석이 재활용이나 기존 작성글 가공이 많습니다. 양해를 바랍니다.



9와 숫자들 [9와 숫자들] (파고뮤직 / 09년 12월 발매)
복고니 레트로니들 말을 한다. 정말 그런 것인가 일단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렇게 고색창연한 정서를 끌고 오고, 소박한 풍성함(이상한 문장이군)을 담은 연주를 하는 것이 빛나게 보이는 것은 결국 바로 지금이 21세기라서 그런게 아닐까. 사람들의 심금을 자극한 몇곡들의 가사가 도드라진 앨범이기도 하다.


티비 옐로우(TV Yellow) [Strange Ears] (비트볼뮤직 / 10년 2월 발매)
치고박는 락킹한 분위기와 짜르르 흐르는 전자음의 배합은 사실 이 팀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해왔고 앞으로도 누군가 할 작업들이다. 그럼에도 제대로 자극하는 지점을 잘 짚어낸, 계속 경청하게 한다는 점에서도 남부끄럽지 않은 좋은 앨범이다. 처음에는 전반부만 좋아했는데, 이젠 후반까지 좋다.


시와 [소요] (사운드니에바 / 10년 2월 발매)
'작은 씨'는 어쩌면 그녀가 세상에 이름을 점차 알리길 바라던 주변인들의 시선과도 겹친다. 참 장하게도, 고맙게도 잘 일어나주었고 앞으로도 잘해내리라 믿게 만드는 설득의 힘. 무엇보다 좋은 목소리다. 담백한 위안인 '랄랄라'도 좋은데, '화양연화'와 'American Alley'처럼 극적인 면모도 앞으로 그녀가 만들 작업들을 기대하게 한다.


노이지(Noeazy) [Doscrepancy] (GMC | 로엔엔터테인먼트 / 10년 4월 발매)
EP와 비교해서 이렇게까지 잘해낼 줄은 몰랐다. 매해 한번씩은 이렇게 헤비니스 앨범을 들을 때 가슴에 열기가 심어질 때가 있다. 바세린을 들었을 때, 마제를 들었을 때, 나인씬을 들었을 때, 49몰핀즈를 들었을 때... 그때처럼 올해도 경험하게 되었다. 그게 고맙다. 도무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부패-부패-타락-타락'을 반복하는 가사는 굳이 정치적인 해석이 아니더라도, 헐벗은 분노를 듣는 이에게 이식시킨다.


제이워커 [Illusion] (열린음악 / 10년 4월 발매)
한국의 헤비니스씬은 거인들을 배출하기도 했고, 소리소문 없는 은둔자들을, 그리고 꾸준한 발자국을 걸어온 이들의 흔적을 간혹 비추기도 한다. 이 땅의 음악, 이 땅의 씬이 헛되이 생을 이어온 것은 아니었구나하는 작지만, 의미심장한 증명. 게다가 옛소리가 아니라 지금의 음악이고자하는 욕구로 충만하다.


갤럭시 익스프레스 [Wild Days] (미러볼뮤직 / 10년 5월 발매)
상처가 됐을 법도 하고 불미스러운 일로 비춰지기도 했지만, 그 일 이후 이렇게 쾌활하게 해낼 줄이야. 빼곡한 더블 앨범이었던 1집보다 흡족한 구석이 제법 있고, 난 사실 뒷 부분의 장난질도 즐겁다. 그게 갤럭시 익스프레스라고 생각하고 있고 나쁜거라고 여기지도 않는다. 1집에 이어 여전히 사운드 문제에 대해 아랫입술 나오는 아쉬움도 토로하고 싶은데, 이 좌충우돌의 광경이 갤럭시 익스프레스라는 이름에 부합하니 이점이 되려 흡족하다.


아트 오브 파티스(Art Of Parties) [Ophelia] (미러볼뮤직 / 10년 7월 발매)
김바다가 시나위 탈퇴 이후 이룬 이력 중 제일 최고라는 말에 수긍이 간다. 그런데 난 레이시오스가 아직 제일 좋다. 아무튼 본작은 내가 생각하는 좋은 앨범의 조건 중 하나인 '후반으로 가도, 아니 후반으로 갈수록 치밀해지고 긴장 안 떨어지는'의 조건에 부합한 앨범이다. 장렬하고 충만한 마지막 트랙... 아 얼마나 좋은가.


조규찬 [9] (비타민 / 10년 7월 발매)
이 땅을 잠시간 떠나는 그의 입장에서는 동시대의 역량있는 보컬들을 좀더 소개하고팠던 모양이다. 가령 「Without you」에서의 박완규는 피처링의 위치가 아닌 거의 주인공격이다. 이런 일련의 듀오 넘버들에서 실감한다. '아 박완규와 박혜경 등이 정말 괜찮은 싱어들이었구나!'라는 늦은 깨달음들. 어쩌면 정규반을 내는 것에 대한 회의를 간간히 토로하는 조규찬의 입장에서 작은 항변을 하는 것이 아닐까했다. 좋은 목소리를 지닌 싱어들을 제대로 소비하기 보다 다른 방식의 소비를 활성화하는 '이상한 나라'의 시장을 향한 내내 곱씹은 토로들. [Guitology] 같은 수작이 아니면 어떠하랴. 조규찬은 여전하다. 리메이크 앨범 같은 것으로 시들 이름이 아니다.


크래쉬(Crash) [The Paragon Of Animals] (CJ뮤직 / 10년 8월 발매)
좋게 생각하기 힘들었던  [Massive Crush]의 기억을 씻겨주는 강력함에 또 강력함들. 상반기의 쾌작이 신진급 노이지였다면, 하반기의 쾌작은 이 중견 밴드가 이룬 몇년만의 성취가 차지한 셈이다. 강하고 튼튼한 긴장감이 내내 온 트랙에 서려있다.


옐로우 몬스터즈(Yellow Monsters) [1집] (미러볼뮤직 / 10년 7월 발매)
아 좋다. 뭐와 뭐가 합치니 어떤 결과가 나올려나?하는 연구적인 자세보다는 그냥 자기들이 하고픈걸 일단 저질러놓은 모양새가 꽤나 좋다. 정밀하게 장르를 조립하고, 자신들이 뭔지 정립해가는 건 다음에 해도 되지 싶다. 하지만 이 진용에도 불구하고 묘하게도, 너무할 정도로 소문이 안 났다. 속상한 마음에 밀어본다.


펜토(Pento) [Microsuit] (CJ뮤직 / 10년 8월 발매)
1집의 씩씩한 기운을 잃지 않았는데, 일렉트로닉한 텍스처가 사방에 깔리니 귀를 의심케하고 장르마저 되돌아보게 하는 앨범. 고집의 진일보, 올해가 가기 전에 일청을 권해본다.

=== 여러분의 목록도 궁금하네요. 어느새 연말.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Run 192km 2010.11.30 22:58 신고  Addr  Edit/Del  Reply

    크래쉬!! 우어어어어!!!

  2. 공공의적 2010.12.01 18:04  Addr  Edit/Del  Reply

    아, 벌써 베스트를 선정할 시간이 왔군요. 노이지는 아직까지 미루고 있는 중이고, 펜토는 저도 참 좋게 들었습니다.

    • BlogIcon 렉스 trex 2010.12.02 09:24 신고  Addr  Edit/Del

      제가 남들보다 빠른 것일뿐...흐흐.
      / 재밌는 다른 분들의 리스트도 기대하고 있어요!

  3. BlogIcon silent man 2010.12.02 20:48 신고  Addr  Edit/Del  Reply

    '벌써?'란 말이 절로 나옴과 동시에, 올 해도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그해 신보는 산 것도 들은 것도 별로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이워커가 궁금하네요. 첨 듣는 이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