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에 해당되는 글 15건

  1. 2020.10.04 [도망친 여자]
  2. 2018.11.29 [풀잎들]
  3. 2018.05.10 [클레어의 카메라]
  4. 2017.07.25 [그 후]
  5. 2017.04.02 [밤의 해변에서 혼자]
  6. 2016.12.05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7. 2015.09.30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8. 2014.09.13 [자유의 언덕]
posted by 렉스 trex 2020. 10. 4. 21:29

한때, 홍상수의 작품 목록에 대해 이 나라 에로 영상물 사업자들의 선호가 뚜렷했던 불편한 시절이 있었다. 불륜이라는 흔한 제재와 술자리와 원나잇으로 이어지는 돌발적 상황이 그들의 말초신경과 사업적 본능을 자극했던 듯하다. [생활의 발견], [극장전], [오! 수정] 속의 노출과 성애 장면이 던져준 영감은 영상물 사업자들의 인용과 패러디 욕구를 건드렸던 것이다.([오! 수정]의 경우는 처녀혈(...)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이들의 페로몬을 급기야 폭파시켰던 모양. 언급도 부끄러운 타이틀들이 한때 양산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먼 과거를 거치고 오니 [도망친 여자]에선 어떤 분명한 변화는 보인다. 나 혼자만의 짐작이지만 '어쨌거나' 페미니즘이 홍상수에게도 변화의 지점을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내 표현으로 인해 이땅의 수많은 잠재적 여성 혐오자들의 우려하진 마시라. 너희들은 그런 우려와 달리 홍상수조차도 정치적 올바름에 물들거나 탈피의 완성은 오지 않았다. 여전히 자기 방식 영화 만들기를 좋아하는 이 아저씨의 기조는 여전하다. 반복과 변주의 선율과 리듬이 흐르는 음악으로써의 영화 언어는 여전하고, 매번 워프로 소환된 듯한 익숙한 얼굴의 출연진은 튼튼히 버티고 있다.

그런데 가해자와 뭔가 사과할 일이 있는 당당하지 못한 작품 속 남자들은 매번 뒷모습이 정면보다 더 중요했고, CCTV 속 흐릿한 여성들은 포옹하고 위로한다. 이게 지금까지 내가 본 홍상수 작품 속 양성의 입장을 달리 보이게 했다. 여성의 경우엔 여러 짐작 가는 정황과도 별개로 때론 GL 또는 연대의 순간으로 보였다.  그늘에 존재해야 하는 남자들과 여러 입장과 대사의 상황을 서로 퍼즐처럼 조각을 나누고 조합해야 하는 여자들 이야기.

그중 김민희의 존재는 단연 압도적이다. '도망친' 행위의 어떤 짐작되는 분명한 이유를 비밀처럼 품고 있는 김민희는 여기서 아이 같은 천연함과 상실한 청춘의 흔적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데, 대체를 상상하기 힘들 수준의 완성된 캐릭터다. 이 캐릭터의 탄생에 어떤 개인 정황이 연관되어 있겠지만 이런 것에 말초적 호기심을 발설할 필요는 없겠다. 상실의 결과물로 보이는 작품 속 표 나는 탐식의 과정, 여기저기를 오가는 행보가 보여주는 불안감은 작품을 내내 만드는 공기를 보여준다. 그것의 마무리가 당도하는 에무 시네마 속 '말 그대로의' 영화적 공간은 분명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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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8. 11. 29. 21:08

김종관의 [더 테이블]처럼 크지 않은 카페에 사람들이 모였다가 흩어졌다가 또다른 새로운 사람을 손님으로 들인다. 그럼에도 극의 무대가 제법 활력있게 이동한다. 꼭 카페가 아니어도 좋고, 밥집 및 술도 되는 밥집 등으로 이동한다. 그래도 갑갑하고 한숨을 주는 것은 정갈한 김종관의 공간과는 다른 홍상수 세상의 사람들과 그들이 뱉는 언어들이다. 유사한 문장들의 반복, 새롭게 태어나다/예쁘시다/얼굴이 좋아보인다/어디 여행을 가려 한다/너 때문이다/그리고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 발악발악. 그 여전함들.

유독 더 짧은 런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참 꽉 차있어 상대적으로 체감하기엔 더 길게 느껴진다. 이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의 대격전엔 죽음의 기온이 도사란 덕이다. 죽음의 기억이 있고 죽음의 경험치가 있고 그들은 남탓도 하고 합석도 하고 서로서로 눈치를 본다. 당연히 연정도 있고, 속내와 사랑에 대한 불신도 있다. 암튼 온갖 것이 있다. 그리고 김민희가 맡은 역할의 화자는 이들을 측은히 바라보며 뭔가 위에 서있다. 그 화자 자신이 보여주는 누추함과 ‘별로인 대목들’도 빼놓을 수가 없고.

그런데 좀 불편한 대목들이 엄연히 있다. 이젠 홍상수의 대사는(좋은 촬영과 창백한 기운, 풀잎들의 무심함이 있고 그것이 더 훌륭함에도!) 셀프 공격 수준에도 이르렀음에도 참 곱게 보이지가 않네요.

그리고 풀잎들 바라보며 담배 연기 그렇게 좀 뿜지마... 재수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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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8. 5. 10. 17:18

왜 하필 김민희의 얼굴과 미소, 연기의 모든 것이 빛나는 순간순간의 대목들이 홍상수 작품에서 있을 때 관객인 우리들은 당혹감과 난처함을 느껴야 하는 것인가. 시간, 관계, 반복 등 익숙한 홍상수의 영화들의 대목들도 이제 이 작품 안에서는 빛을 잃고 따분해지고 고리타분해진다. 씨네21의 이 감독에 대한 꾸준한 지지조차도 여기에선 멈출 듯. 그걸 감추기 위한 의미심장해 보이나 역시나 태만한 대사들도 힘에 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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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7. 7. 25. 17:50

기억의 재현과 꿈과 현실의 아랑곳하지 않고 넘나드는 경계, 장소의 반복 문제는 홍상수 영화에서 익숙한 요소들이다. [그 후] 역시 마찬가지인데, 유독 [그 후]에선 불륜을 둘러싼 날선 이야기들이 오간다. 그게 남들 싸움 구경하는 것만큼 재밌기나 힘든, 삼키기 불편한 대목이 분명하게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런 말다툼과 날선 대목들은 홍상수 영화에서 언제나 봐오던 진경들이다. 또는 그것에 불과하다. 이 영화에 대한 여러 상찬들은 유럽 평단에 넘기도록 하자.



홍상수는 김민희에 대해서만큼은 언제나 좋은 대목, 예쁜 화면을 주고 싶어하는 듯하다. 이번에도 그 노력은 빛을 발한다. 흑백 화면 안에서 자신이 좋은 연기자임을 입증해내는 김민희를 보는 감정이란 문장으로 표현하기 힘든 것이다. [화차]에선 소재와 감독 덕에 그렇게 가능했다고 생각했고, [아가씨]에선 반신반의했으나 나는 인정을 해야겠다. 김민희는 좋은 배우다.(그래서 더욱 안타깝다라고 굳이 덧붙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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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7. 4. 2. 16:56

상당히 직접적으로 홍상수 감독의 목소리가 들려서 당혹스럽기도 했다. 그럼에도 김민희를 위한 큰 한마당을 펼친 것은 틀림없어 보였다. 피지컬의 한계가 분명한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서의 김민희의 연기는 탁월하다. [화차]와는 다른 연기이기도 하지만 홍상수의 작품 안에서도 우뚝 설 경지다. 그녀는 사랑의 항구성에 회의하면서도 - 송선미는 극중에서 유난히 '평생 갈 관계'를 자주 말한다 - 때론 천착하고, 때론 광인처럼... 아니 잠자리에 눕는다. 추운 잠자리이긴 하지만.



술자리가 홍상수의 여느 작품들처럼 중요한 영화이면서도, 극중의 주인공 그녀는 배고픔에 대해 솔직히 토로하고 자주 발산한다. 그럼에도 웃을 여유보다는 작품을 지배하는 정조는 어둑함(밤의 해변에서?)과 어떤 깊숙한 비애다. 저벅저벅 걷는 김민희의 뒷 모습이 주는 여운은 거부하기 힘든 것이고 오래 남을 듯하다. 



꿈과 극장, 이런 익숙한 홍상수 작품의 코드도 여전한데 다른 작품들에 비해 속임수(?)는 덜한 편이다. 다만 1부와 2부에 나오는 어떤 남자의 존재는 일종의 수수께끼인데, 역시나 이런 수수께끼에 대해 직접적인 답변은 구하기 힘들 것이다. 물어보는 남자-다가오는 남자-저 편의 남자-해변이 잘 보기에 창을 닦는 남자-서있는 남자... 흐르는 남자, 지배하는 남자, 쳐다보면서 시선이 맞지 않는 그런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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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6. 12. 5. 23:01


이제 홍상수 영화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기엔 다소 마음의 방해가 깃드는 것은 사실이다. 이걸 예술인의 변명으로 받아들이거나, 이 영화에서 실제로 나오는 상대에 대한 욕설과 국면전환에 따른 존대를 보고 여성혐오의 어떤 양면성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쉽지 않은 복잡한 심사다.

일단 홍상수 영화치고 맑은 해피엔딩이다. 그의 작품에서 자주 나오는 꿈의 장치와 반복과 변주의 요소들은 여전한데, 상당히 정색을 한 판타지를 당당하게 휘두른다. 서로를 알아보는 사람들은 각자에 대한 정보량에 있어 차이가 있고, 실질적으로 관계의 맥을 쥐고 있는 이는 가장 정색을 하고 있으니 수수께끼는 거듭 난다. 그럼에도 남자들은 무례하기 이를지 없으니…

쩝.

- 홍상수 작품치고도 고마워요(감사해요)와 미안해요(죄송해요)라는 대사를 자주 하는 편이다.
- 음악이 중요한 감독은 아니지만 다소 다른 작품보다 씩씩하게 들렸는데, 강기영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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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5. 9. 30. 15:15

이제 난 슬슬 



"저기 저런데 썰매장이 있네?"

"썰매장이 있어요."



같이 리얼리즘의 흉내를 내고 있지만 실상 리얼과는 다른 어긋난 공기의 홍상수 영화에 대한 인내가 조금씩 사라자고 있다. 게다가 유독 많은 알콜의 기운이 지배한 본편 덕에, 나도 흐물해지고 흐트러지는 기분이. 가히 편치만은 않은 이 기분이 깊어졌다.



김민희에 대한 예쁨, 이 감정을 숨기지 않는 카메라의 포커스와 청각의 집중은 기분 나쁘지 않았고 남자 주인공의 보이스 오버가 자리한 1부(오렌지빛 덧칠)와 부재한 2부(노란 덧칠)의 차이에 대한 고민도 새삼 들었다. 비슷해 보이는 이야기들을 꿈과 현실, 시선, 입장의 문제에 따라 종이를 자르고 붙이고 접고 영화식 공작놀이를 하는 태도에도 여전히 존중을 보내고 싶다. 



그럼에도 난 좀 이젠 지친거 같다.



+ 얼음 위 남녀를 보니, [오! 수정]이 문득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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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4. 9. 13. 21:58

바닥에 흘려 다시 주운 편지지의 바꿔진 서열대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짧은 상영 시간 안에 관객들은 정보의 배열을 다시 맞춰야 한다. 더군다나 미처 줍지 못한 나머지 편지지의 내러티브를 상상해야 한다. 기억의 문제와 각자 가진 시선의 정보 차이에 대해 평단을 자극시키던 홍상수는 이제 대놓고 '시간'의 명제를 언급하면서 이렇게 영화 생명을 이어간다. 가장 많은 영어 대사가 나오는 작품이니만큼 홍상수의 공간은 좀체 강북 종로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무언가 코스모폴리탄적이 되어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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