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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프톤즈(Deftones) : 1995 ~ 2010(1)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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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프톤즈(Deftones) : 1995 ~ 2010(1)

trex 2010. 6. 5.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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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프톤즈의 신보 『Diamond Eyes』의 발매에 즈음하여, 평소에 맘 먹었던 일 하나를 실천하려 한다. 그들의 데뷔작 『Adrenaline』(95)를 위시하여 신작 『Diamond Eyes』까지의 길을 이 참에 한번 정리하고자 한다.



Adrenaline』(Meverick / 1995 발매)


2번 트랙「Minus Blindfold」의 막바지에 터져나오는 'Burn~'하는 외마디 절규는 치노 모레노의 것이 아닌 콘(Korn)의 조너던 데이비스의 것이다. 데프톤즈의 데뷔반 『Adrenaline』을 듣는 것은 한 밴드의 첫 이력을 확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뉴메틀 또는 얼터메틀이라고 불리던 하이브리드 장르의 융성기 초입을 확인하는 타임머신이기도 하다. 치노 모레노가 콘의 2집 앨범 『Life is Peach』에서 보컬을 제공하였듯, 서로가 화답하는 이런 방식은 뉴메틀 뮤지션들간의 연대의 풍경을 엿보게 한다. 축축한 분노의 기운과 뒤틀린 성적 발산으로 뒤엉킨 콘, 시종일관 훵키(Funky)한 감각으로 잽을 날리던 인큐버스(Incubus) 등과 달리 데프톤즈는 억눌리고 웅축된 분노의 인자를 지닌 밴드였다. 당시의 치노 모레노의 보컬과 래핑은 가히 고양이과의 앙칼진 공격성을 지녔고, 스티븐 카펜터의 기타는 한없이 내리깔리는 타격감을 가졌다. 아직도 당시의 팬들은 지금 데프톤즈가 「Nosebleed」, 「Engine No.9」같은 노래들을 더 이상 만들지 않는 것을 슬퍼할 듯 하다. 어쩌면 마지막 트랙 「Fireal」과 보너스 트랙이 안겨준 쓸쓸함은 그들이 미리 전해준 변화의 예고장일지도 모르겠다.



Around the Fur』(Meverick / 1997 발매)


콘이 주도한 'Family Value Tour'의 화려한 위세와 진용은 당시 뉴메틀씬의 호기로움을 보여준다. 오지(Orgy) 같은 기량 부족의 신인들이 등장하고, 독일에서 온 람슈타인(Rammstein)이 모형 성기에서 하얀 액체를 뿌려대고, 아이스 큐브(Ice Cube)가 그들과 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관들. 이 모든 것들이 짧게 지나간 한 때의 영광기였다. 이런 시기에 데프톤즈는 함몰되기 보다는 세풀투라(Sepultura)의 막스 카발레라를 초청해 헤비니스 본연의 광포함을 잊지 않는다.(「Headup」) 래핑보다 보다 보컬에 보다 집중한 치노 모레노와 더욱 한없이 두터워진 스티븐 카펜터의 기타는 「Ihabia」, 「Around the Fur」같은 초반 트랙들에서 끝내주게 빛난다. 한치의 양보없이 구석에 밀어붙이는 「Rickets」나 밴드의 대표작이 된 「My Own Summer(Shove it)」등 뺄 곡이 없는 앨범이기도 한데 되돌아보면 이런 것들이 밴드 디스코의 초창기 마무리였던 셈이다. 차차 광포함의 드라이브감 보다 관능성과 아득함에 기울어지는 「Be Quite and Drive(Far away)」, 「Dai the Flu」, 「mx」같은 트랙들은 이어지는 데프톤즈 중반기의 새로운 경향을 예감하게 한다.



White Pony』(Meverick / 2000 발매)


결국 이렇게 닿았다. 세상 모든 밴드는 언젠가 한번 이렇게 국면전환을 해야 자신들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으며, 자신들의 존재 의의를 세상에 설득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그저 앨범을 내는 것으로 자족하는 밴드들은 그냥 시시해진다. 데프톤즈에겐 『White Pony』가 그런 앨범이었다. 그들은 시시하게 나이먹기가 지겨웠던 것 같다. 하지만 내겐 『White Pony』가 『Around the Fur』에서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되었던 공정 같이 느껴진다. 세븐더스트(Sevendust)의 곡 「Bender」에서 이미 ‘Pony 1'라는 게스트명으로 보컬로 참여한 치노 모레노에게 ’Pony'란 단어는 어떤 의미였을까. 조심스럽게 성적 메타포 같다는 생각도 해보지만, 확실히 앨범은 매끈한 육체를 지닌 관능적인 기운이 감돌고 있다. 「Elite」, 「Street Carp」같이 거칠다 못해 공격일변도의 트랙들도 있지만, 「Teenager」, 「Rx Queen」같이 일렉트로니카와 상봉한 트랙들을 들은 초기 팬들의 당혹감이 굉장히 컸으리라 짐작이 된다. 헤비니스 충성 세력에게 호소하지 않을 심산인 싱글 「Change(in the House of Files」이나 아예 ‘어둠계’의 맹주 중 하나인 툴(Tool)의 제임스 메이너드 키넌을 초청한 「Passenger」같은 트랙은 심연에서 온 초대장이다. 이 초대장에 몇몇 평론가들은 환호했고, 초기 팬들 상당수는 등을 돌렸다. 어쨌거나 이제 데프톤즈는 이 앨범을 기점으로 이 씬의 다른 밴드들과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아니 비슷한 동류라 칭할 수가 없게 되었다.



Back to School(Mini Maggit)

: Maxi EP』(Meverick / 2000 발매)


『White Pony』를 라이센스 직배로 구매한 국내팬들은 눈물을 머금을 수 밖에 없었다. 왜 「Pink Maggit」에 뒤어어 나올 보너스트랙이 나오지 않는거지! 나같은 사람들은 그래서 이앨범을 구매하였다. 간만에 치노의 래핑을 들을 수 있는 「Back to School」을 필두로 몇몇 라이브 음원들과 「Change(in the House of Files」의 어쿠스틱 버전, 『White Pony』의 수록곡들을 배경으로 한 8분의 미니 필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다. 팬들이 좋아할 종류의 아이템이란 이야기. 『White Pony』를 긍정하고 그들의 미래를 지켜보겠다는 다짐을 한 이들이 중간에 허기를 채우기 위해 구매했을 공산도 있다. 이 역시 나같은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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